이통사 통신비 내렸더니 알뜰폰 고객 5만명 빠져나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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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사들이 잇따라 통신비를 인하하면서 ‘알뜰폰’ 가입자 이탈이 가속하고 있다. 알뜰폰은 2011년 7월 정부 주도로 가계의 통신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도입돼 저렴한 요금으로 꾸준히 가입자 수를 늘려 왔다. 하지만 최근 통신사가 통신비를 앞다퉈 인하하면서 가격 경쟁력을 잃어 가입자 수가 이탈하는 위기에 처했다.

이동통신사가 잇따라 저가 요금제를 선보이면서 알뜰폰 가입자들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알뜰폰 사업자들이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알뜰폰 사업자인 KT엠모바일은 지난달 28일 유무선 결합 상품을 출시했다. [사진 KT엠모바일]

이동통신사가 잇따라 저가 요금제를 선보이면서 알뜰폰 가입자들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알뜰폰 사업자들이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알뜰폰 사업자인 KT엠모바일은 지난달 28일 유무선 결합 상품을 출시했다. [사진 KT엠모바일]

2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올해 1~9월 알뜰폰에서 이동통신사 3사로 번호이동을 한 고객은 49만4345명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46만5198명)보다 6.2% 증가한 수치다. 이에 비해 통신 3사에서 알뜰폰으로 번호를 옮긴 고객은 44만2282명으로 전년 대비 18.7% 감소했다. 이로 인해 알뜰폰의 전체 번호이동 가입자는 5만2063명 순감했다. 알뜰폰이 통신사에 빼앗긴 고객이 알뜰폰이 통신사에서 뺏어온 고객보다 5만여명이 많다는 의미다. 지난해 이 기간에 알뜰폰이 7만8261명 순증한 것과는 분위기가 완전히 반전됐다.
신규 가입과 기기 변경을 포함한 전체 가입자 수의 증가세도 둔화했다. 알뜰폰의 8월 전체 가입자 수는 8월 기준 789만1553명으로 7월 대비 1만1686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알뜰폰이 활성화되기 시작한 2012년 이후 가장 적은 증가 폭이다.
통신 업계에선 이통사의 통신비 인하를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통신사가 앞다퉈 요금제를 전면 개편하면서 저가 구간의 요금이 대폭으로 인하됐다. 통신사의 저가 요금인 3만원대 요금제라 할지라도 가족 간 결합(SKT)이나 유무선 결합상품(KT) 등을 활용하면 월 통신 요금이 1만원대까지 떨어진다. 이로 인해 KT가 저가 구간 요금제를 손본 지난 5월부터 알뜰폰 가입자 수는 급전직하했다. 5월부터 알뜰폰 번호이동 가입자가 감소세로 돌아서 9월에는 2만2636명이 순감했다. 역대 최대 감소 폭이다.
정부는 최근 알뜰폰 지원을 위해 도매 대가를 인하하고, 전파사용료 면제 기간을 1년 연장했지만, 알뜰폰 업계에선 역부족이란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의 저가 요금제가 알뜰폰과 겹치는 부분이 커서 경쟁력을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에 알뜰폰 사업자는 자체적인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KT엠모바일은 최근 유ㆍ무선 동시가입 프로모션을 내놨다. 온라인몰에 소개된 모바일 요금제와 스카이라이프에 동시 가입하면 최대 22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증정한다. 또 무선 요금제를 매월 최대 9900원씩 24개월을 할인해준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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