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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의 날 ‘이브닝 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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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김수정
김수정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김수정 논설위원

김수정 논설위원

누구의 남편, 아들, 오빠, 누이들이었다.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침략을 목숨으로 막아낸, 그래서 오늘날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우리 국군 용사들이다. 10월 1일. 1949년 공군 창립으로 우리 군이 육·해·공 3군 체계를 갖춘 날이자, 1950년 파죽지세의 북한군에 밀리기만 하던 한국군이 38선을 넘어 반격의 전환점을 마련한 날, 국군의 날이다. 국가 안보 최후의 보루 국군이 국민과 세계를 향해 군사력과 철통의 준비 태세, 위용을 보여주고 국민의 신뢰와 박수를 받는 날이다.

군사 열병식은 국군의 날을 상징하는 핵심 행사다. 93년 이후 5년, 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에 대규모로, 아닌 때엔 계룡대 등에서 약식으로 진행했다. 지난 70년, 장병들의 피땀 위에서 우리 군은 멋지게 성장했다. 북한의 숱한 도발을 피로 막았고, 국제 안보에도 기여했다. 역사상 가장 성대하게 치러도 모자랄 기념식이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그것도 저녁 시간에 열린다. 군사 퍼레이드는 생략했다. 가수 싸이와 걸그룹의 축하공연이 하이라이트가 됐다.

“군사 퍼레이드는 독재국가에서 주로 한다” “더운 여름, 준비하는 장병들이 힘들다. 주인공들이 즐기도록 기획했다.” 국방부의 설명이다. 물론 과도한 행사나 군중 동원도 있었지만 옛일이다. 오히려 TV에서도 사라진 위문공연 콘셉트의 부활에 불편할 따름이다. 평양공항에서 종이꽃을 흔든, 능라도 체육관에 붙박이처럼 앉아 있던 15만 명의 평양 시민들의 환호에 “감격했다”고 한 정부 인사들에게 묻고 싶다. 광화문에서 행진하는 장병들에게 박수 친 이들이 동원된 시민들인지. 사기충천해야 할 우리 군 창설 70주년 행사를 왜 저녁 위문 쇼로 만드는지.

남북 정상의 대형 걸개 사진이 걸린 서울시청 광장. 9·28일 서울 수복 68주년 기념 전시판이 서 있다. ‘우리 국군과 미군은 1950년 9월 18일 작전 11일 만에 서울을 탈환했다’로 시작되는 전시물 어디에도, 광장 어디에도 언제 누가 서울을 침략했는지가 없다. 그냥 ‘적을 격퇴’했단다. 최근 전교조 성향 교육감들이 일선 학교에 ‘자유민주주의’ ‘남침’이 빠진 역사 부교재를 돌렸다. 국군의 날을 임시정부 광복군 설립일인 9월 17일로 바꾸려는 시도도 있다. ‘김일성의 남침’이란 역사적 사실, 우리 정부 수립 후 70년 성취의 역사가 얼버무려진다. 평양선언에서 합의한 ‘3·1운동 100주년 행사 공동개최’도 오버랩된다. 오늘은 북한의 침략, 도발에 맞서 대한민국을 70년간 지켜온 국군 창설 70주년이다.

김수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