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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안 가서 저런다” “살기 편하지”…‘갑질’ 시달리는 대체복무요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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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가 산업기능요원, 전문연구요원, 승선근무 예비역 같은 군 대체복무요원들이 사용자들의 ‘갑질’에 시달리고 있다며 전면적인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중앙포토, 연합뉴스]

시민단체가 산업기능요원, 전문연구요원, 승선근무 예비역 같은 군 대체복무요원들이 사용자들의 ‘갑질’에 시달리고 있다며 전면적인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중앙포토, 연합뉴스]

한 시민단체가 산업기능요원이나 전문연구요원 같은 군 대체복무요원들이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며 전면적인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직장갑질119는 국군의 날(10월 1일)을 하루 앞둔 30일 대체복무요원들이 현장에서 당한 ‘갑질 사례’를 공개했다.

단체에 따르면 국내 한 민간기업에서 일반사원으로 2년, 산업기능요원으로 3년간 근무한 A씨는 5년간 매일 초과근무를 했으나 초과근무수당을 전혀 받지 못했다. 퇴직금과 연차 수당도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이 회사는 자동화 기계 오류로 발생한 4000만원의 피해를 A씨의 책임으로 몰아 1년간 월급의 절반을 공제했다.

전남의 한 식품제조회사 임원은 산업기능요원들에게 “다 튀어 들어와 이 XX야, 이렇게 악을 쓰고 이야기해야지 들어 먹어? (중략) 다 오늘 출근 안 한 걸로 해버려”라는 말 등을 일삼은 것으로 조사됐다.

민간기업뿐만 아니라 대체복무요원이 일하는 공공기관에서도 비슷한 일이 적잖이 발생했다. 병역특례 제도에 따른 대체복무 중 발생한 갑질 사례의 30%는 공공기관에서 일어났다고 직장갑질119는 설명했다.

또 다른 한 회사는 공식 출근 시간이 오전 9시임에도 “8시45분까지 회사에 도착하지 않으면 휴가 차감, 시말서 등 징계를 주겠다”며 “병역특례들 빠따 맞아야지, 살기가 좀 편한가봐” 등의 말을 일상적으로 했다고 이 시민단체는 밝혔다.

한 공공기관에서는 군 복무를 대신하는 전문연구요원에게 “XX놈”, “XX끼” 같은 욕설과 함께 “군대에 보내버리겠다” “군대에 안다녀 와서 저렇게 행동한다”는 등 협박까지도 서슴지 않았다.

직장갑질119는 “군 복무 대체요원들은 ‘사복 입은 군인들’”이라며 “이들이 사용자들의 갑질에 인간성을 파괴당하고 있음에도 병무청과 고용노동부는 어떤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군의날 70주년을 맞아 인권 사각지대에서 일하는 1만6000여명의 군 복무 대체 요원들에 대한 전면적인 실태조사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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