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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혈압 높습니다' AI가 딸에게 문자 전송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정근의 시니어비즈(13)

인류역사상 인구 고령화를 경험한 것은 최근이다. 1500년에서 1900년 사이 서유럽과 미국의 평균수명이 35~45세 정도에 불과하였으나, 1900년대 초 과학과 기술의 발달로 수명이 증가하면서 인구고령화현상이 전 세계로 퍼졌다. 하지만 인구 고령화는 단순히 고령 인구의 증가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증가하고 있는 시니어의 건강과 생활을 도울 수 있는 돌봄 인력의 부족현상이 동시에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적은 인원으로 많은 시니어를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돕는 시니어 비즈니스가 태동하고 있다. 과연 이들 기술은 어떻게 시니어 비즈니스에 활용되고 있을까?

케어엔젤 홈페이지. 케어엔젤은 세게 최초로 음성인식 인공지능을 시니어 돌봄 서비스에 접목한 사업을 시작했다. [사진 Care Angel 캡처]

케어엔젤 홈페이지. 케어엔젤은 세게 최초로 음성인식 인공지능을 시니어 돌봄 서비스에 접목한 사업을 시작했다. [사진 Care Angel 캡처]

최근 인공지능을 탑재한 스피커가 발 빠르게 일상생활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스피커에 탑재된 인공지능과 대화하며 날씨나 뉴스 등의 정보를 얻는 것은 물론, 상품까지 주문할 수도 있는 시대가 되었다. 이런 인공지능이 시니어 돌봄 서비스에도 이용되고 있다. 2014년 설립된 미국의 케어 엔젤(Care Angel)은 2016년부터 세계 최초로 음성인식 인공지능을 시니어 돌봄 서비스에 접목한 사업을 시작했다.

케어 엔젤의 음성인식 인공지능은 매일 아침, 점심, 저녁에 시니어의 집으로 전화해 취침상태, 건강상태, 약 복용, 안부 등 다양한 질문을 한다. 그리고 이에 대답하는 시니어의 목소리를 인식해 그 결과를 자동으로 리포트 형식으로 작성, 가족이나 의사의 스마트폰 또는 컴퓨터 모니터로 전달한다.

시니어에 관한 모니터링 화면. 케어엔젤의 음성인식 인공지능은 매일 시니어의 집으로 전화한 후 시니어의 목소리를 인식해 결과를 자동으로 리포트 형식으로 작성하여 가족이나 의사의 스마트폰이나 모니터로 전달한다. [사진 케어엔젤 홈페이지 캡처]

시니어에 관한 모니터링 화면. 케어엔젤의 음성인식 인공지능은 매일 시니어의 집으로 전화한 후 시니어의 목소리를 인식해 결과를 자동으로 리포트 형식으로 작성하여 가족이나 의사의 스마트폰이나 모니터로 전달한다. [사진 케어엔젤 홈페이지 캡처]

이 보고서에는 지난 일주일 또는 한 달간 약을 먹지 않은 날은 며칠인지, 혈압이 정상치를 벗어난 일이 며칠인지 등과 같은 정보가 기재돼 있다. 나아가 시니어가 응답한 내용을 분석해 위험에 처하거나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인식되면 응급 알람 메시지를 가족이나 의사에게 보낸다.

예컨대 케어 엔젤이 기존 자료를 분석하여 “어머님의 혈압이 매우 높습니다. 고통을 느끼고 있으며, 약을 먹지 않고 있습니다. 기분도 좋지 않다고 합니다”라는 식의 메시지를 가족들의 스마트폰으로 보낸다. 또한 케어 엔젤은 시니어가 응답한 건강상태를 분석하여 도움이 필요한 경우 의사 방문 등을 위한 전화 연결 등의 서비스도 제공한다.

인공지능이 시니어가 자신의 집에서 혼자서도 오래 거주하고, 안전하고, 독립적으로 살 수 있도록 도움을 제공하고 있는데 도움을 주고 있는 셈이다. 현재 케어 엔젤은 시니어를 돌보는 가족뿐만 아니라 의료기관, 부모를 돌보는 근로자가 많은 회사의 근로자지원프로그램(Employee Assistant Program)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에코케어테크놀로지스 홈페이지. 사물 인터넷과 빅데티어 기술이 접목된 스마트팩토리를 시니어케어에 활용한 에코케어는 시니어가 집에서 안전하게 거주하는지를 모니터링해 응급상황 발생 시 알리는 응급안전서비스를 말한다. [사진 에코케어테크놀로지스 홈페이지 캡처]

에코케어테크놀로지스 홈페이지. 사물 인터넷과 빅데티어 기술이 접목된 스마트팩토리를 시니어케어에 활용한 에코케어는 시니어가 집에서 안전하게 거주하는지를 모니터링해 응급상황 발생 시 알리는 응급안전서비스를 말한다. [사진 에코케어테크놀로지스 홈페이지 캡처]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 역시 산업계에서 관심을 두고 있는 기술 중 하나이다. 이 기술이 접목된 스마트팩토리는 불량률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등 공장의 효율성을 올리고 있는데 이들 기술이 시니어케어에 활용되고 있다.

바로 이스라엘의 에코케어테크놀로지스가 개발한 에코케어(Echocare)이다. 2015년에 설립된 에코케어테크놀로지스는 시니어가 집에서 안전하게 거주하는지를 모니터링해 응급상황 발생 시, 자동으로 가족이나 의료진에게 알려주는 응급안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기존 응급안전서비스와 달리 여기에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머신러닝 기술들이 적용되었다.

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일단 이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에코케어시스템이라고 하는 센서를 집안에 설치해야 한다. 이 센서는 거실에 한 개, 침실에 한 개, 욕실에 한 개처럼 공간당 하나씩 천장에 설치하게 된다. 이렇게 부착된 센서는 고령층의 자세, 위치, 움직임, 호흡 등 4개 분야를 주로 모니터링하고 다양한 형태의 자료들을 분석하게 된다.

만약 거실에 시니어가 불안정한 호흡으로 긴 시간 누워있다는 것이 포착되면 낙상으로 판단, 자동으로 응급상황을 가족이나 의료진에게 알려준다. 이때, 인공지능은 시니어가 누워있는 공간이 거실이 아닌 침실이라면 이런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 침실은 누워서 쉬는 공간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개별 사용자들의 행동 패턴을 활용한 빅 테이터 기반 시니어케어는 시니어의 안전 확인 모니터링 기능을 뛰어넘어 위험상태를 분석해 경보를 발령해 주는 단계까지 발전했다.

케어프레딕트 홈페이지. 케어프레딕트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시니어의 활동을 모니터링하고 위험을 예측하는 시스템을 웨어러블 기기에 접목시켰다. [사진 케어프레딕트 홈페이지 캡처]

케어프레딕트 홈페이지. 케어프레딕트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시니어의 활동을 모니터링하고 위험을 예측하는 시스템을 웨어러블 기기에 접목시켰다. [사진 케어프레딕트 홈페이지 캡처]

2013년에 설립된 케어프레딕트는 미국 플로리다주에 위치한 회사로 인공지능을 활용해 시니어의 활동을 모니터링하여 위험을 예측하고, 예방적 돌봄을 제공하는 회사이다. 2018년 5월 케어프레딕트 템포 시스템(Care Predict Tempo System) 공개했다. 이 시스템의 작동은 시니어에 특수하게 제작된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케 하는 데서 시작된다.

웨어러블 템포 시스템. [사진 케어프레딕트 캡처]

웨어러블 템포 시스템. [사진 케어프레딕트 캡처]

시계와 같이 생긴 이 기기는 시니어의 행동 관련 자료를 24시간 수집하여 위험 발생을 예측하거나 잠재적 위험을 미리 돌봄 제공자에게 알려준다. 이 웨어러블기기는 시니어들의 먹기, 마시기, 목욕하기, 배변, 걷기, 앉기, 자기 등과 같은 개인의 모든 일상생활데이터를 수집·분석한다.

또 딥 머신 러닝, 예측 데이터 분석, 위치추적기능이 장착되어 개인의 고유한 행동 패턴을 분석하고 비정상적인 특정 활동 발생 시 이를 감지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이 미묘한 비정상적인 특정 활동이 반복되는 경우 케어프레딕트는 돌봄 제공자에게 관련 사항을 보고하여 위험을 예방하도록 돕는다.

예를 들면 화장실 사용의 급속한 증가, 수면 패턴의 변화 등과 같이 미묘하지만 중요한 일상생활의 변화가 감지되면 케어프레딕트는 요양보호사, 간호사의 스마트폰이나 모니터로 관련 내용을 자동 보고한다. 이외에도 개인의 일상생활데이터와 행동 패턴 분석을 통해 낙상 위험, 요로 감염, 영양실조, 우울증 등 시니어에 치명적인 위험을 초래하는 위험 요소들을 사전에 감지하여 예방하도록 돕는다.

이제 적은 인원으로도 효과적으로 다수의 시니어를 돌볼 수 있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케어프레딕트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시설을 중심으로 판매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IT 강국이라고는 하지만 기술을 고령화와 같은 사회현상에 적용해 실생활에 활용하는 데는 아직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앞에서 살펴본 사례들을 보면 4차 산업혁명 등 기술의 발전은 시니어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처리, 대응하는 방법을 세분화, 개별화시켜 시니어의 삶을 향상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신의 기술을 적용하는 대상을 젊은 층에 국한하지 말고 시니어까지 확대한다면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김정근 강남대학교 실버산업학과 교수 jkim7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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