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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e글중심

명절을 아예 없애자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웹툰 ‘며느라기’ © 며느라기 페이스북 www. facebook.com/min4rin (작가 허락 후 게재)

웹툰 ‘며느라기’ © 며느라기 페이스북 www. facebook.com/min4rin (작가 허락 후 게재)

“이거는 아까 아침에 해놓은 밥인데, 너랑 나랑은 그냥 이거 먹자. 괜찮지?”
“네..어머니”

“네가 이걸 어떻게 한다고 그래. 차례상 망치면 어쩌려고. 이리 줘라. 내가 할게.”
“나도 이 정도는 해~”

“바람 좀 쐬고 올게요.”
“밥 안 하고?!”

웹툰 <며느라기>에서 명절 풍경을 그린 대목들입니다. ‘민사린’이라는 여자 주인공의 결혼생활을 다룬 웹툰 <며느라기>에는 온통 답답하다는 댓글들로 가득합니다. 다들 ‘발암물질’, ‘고구마’를 연발하다가도 “우리 엄마가 저렇다”, “이번 명절에도 딱 저 모습이었다”며 ‘고구마’와 닮아있는 우리 가족을 발견해냅니다.

바뀌지 않는 명절 풍경이 문제입니다. “본 적 없는 남편 조상과 피 안 섞인 남편 친척 밥상을 차리고 나면 정작 나한테 남은 건 식은 밥뿐”이라는 댓글은 웹툰을 찢고 나온 현실의 한 장면입니다. 남편이 손이라도 보태려 하면 시어머니는 밉게도 손사래를 치는데 제삿날에도 예외 없는 밥 타령에 시달리는 시어머니도 피해자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명절 피해를 토로하는 댓글 가운데 “전 부치다보면 가장 꼴 보기 싫은 건 남편”이라는 글이 눈에 띄었습니다. '고부 갈등'이 '모자 갈등'과 '부부 갈등'을 낳고 있는 겁니다. 결국 명절이 며느리도 남편도 시어머니도 피해자로 만드는 셈입니다.

명절 때마다 반복되는 갈등에 아예 ‘명절을 없애자’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명절 폐지 청원이 잇따르고 있는데요. 명절이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는 게 공통적인 의견입니다. 명절 때마다 대학, 취업, 결혼으로 이어지는 잔소리 삼단 허들을 겨우 넘었더니 결혼 이후엔 ‘전 부치는 날’, ‘싸우는 날’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형식을 챙기다가 정작 가족 사이는 불편해졌다며 명절을 이제는 폐지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사실 이미 많은 가족들이 명절 졸업을 선언하고 나섰습니다. 여행을 가거나 외식 한 끼로 명절 차례를 대신하는 가족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전통 명절 관례를 깨는 사례가 늘어나자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데요. 그나마 명절이 남아있어 가족이 한 자리에 모일 수 있다는 겁니다. 명절 폐지 여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가족입니다. 명절날 ‘미움 받을 용기’를 굳이 내지 않아도 각자 당당할 수만 있다면 명절을 굳이 폐지할 필요도 없지 않을까요. 가족 위에 군림하는 명절 때문에 정작 가족을 잃는 일은 사라져야겠지요.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가요? ‘e글중심(衆心)’이 네티즌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 어제의 e글중심 ▷ 서울·대전·대구·부산 “추석 전날 마트 다 닫아요”… 괜찮은 전통시장 어디 있나요?

* e글중심(衆心)은 '인터넷 대중의 마음을 읽는다'는 뜻을 담았습니다.

* 커뮤니티 글 제목을 클릭하시면 원문을 볼 수 있습니다.
* 반말과 비속어가 있더라도 원문에 충실하기 위해 그대로 인용합니다.

#다음 아고라

“명절 참 좋은 날이죠. 3일의 짧은 기간 동안 보지 못했던 친인척들도 만나고 지인들도 만나고 제사에 큰 의미를 두는 사람들도 있구요. 하지만 모두가 명절이 즐겁지 않습니다. 사회에서 힘들게 사는 사람들 이 소리 저 소리 들을 거 싫어서 일부러 피하는 사람들. 꽉 막혀 버리는 도로 매진되는 버스와 기차 비행기. 친인척 간의 관계가 안 좋은 가족들.. 물론이런 명절이 부정적으로 다가오는 집들이 얼마나 될지. 그 수가 적겠지만, 명절증후군에 머리가 좀 큰학생들은 휴일개념으로만 생각하는 학생들도 많고 저와 같은 예로 집안사정이 정말 안 좋은 사람들은 피곤하고 짜증나고 싸우는 게 매번 반복되는거 지칩니다. 너무 주관적인 생각이지만,,....명절 이제는 없어지면 좋겠네요,”

ID ’데론윌리엄스’

#클리앙

"명절에 외국으로 놀러간다는 말을 듣고 경악했었는데. 커뮤니티 반응은 부침개에 절하느니 여행가면 좋겠다 그러더라고요. 몇 년 있다 그게 현실이 돼서 다시 그 커뮤니티 가봤더니-_-; 명절에 여행가니까 죽겠다네요. 제사야 전 부치고 부침개에 절하는 거 보다가 다음날 집에 오면 되는데. 여행가면 종일 끌려 다닌다니. 그냥 집안 어른 만나는거면 뭐든 불만이겠구나 싶더라구요. 어른이 보기 싫은 거지 전 부치는 게 문제가 아닌 거 같다는 결론;"

ID’샤아‘

#엠엘비파크

"명절 때 가정문제가 발생하면 가정 내에서 해결을 해야지 왜 그걸 밖으로 들고 나와선 연휴를 없애 버리자고 청원까지 하는지; 설령 연휴기간이 통째로 삭제 안되고 명절이란 명분이 아니라 다른 명분으로 공휴일 새로 만들면 그 공휴일은 앞으로도 폐지 안될 것인지 기간은 명절 연휴만큼 유지될 것인지 장담도 못하는데.."

ID '전갈킥'

#보배드림

"저를 기준으로 돌아가신 할아버지, 그 위로 조상님들. 제사 지낸다고 머가 부족하네, 어떻네 맨날 꿍시렁 거리는 아버지, 애들 새벽같이 깨워 울고 보채는 애들 데리고 가고. 조상의 뿌리를 알아야..맨날 그 레파토리 하시고. 조상의 뿌리를 아시는분이 조상에게 부끄러운 짓은 그렇게 일평생 하셨으면서 참..명절 날만큼은 원없이 쉬고 싶은데. 사는것도 힘들고 명절도 힘들고, 떡값도 안주는 회사에서 명절보내기는 더욱 힘들고. 이게 나를 위한 명절인가, 싶네요"

ID’시베리안허숙희님’

#다음

"집안 식구들끼리 의논하고 간소화하고 서로 좋은 시간을 보내면 될걸. 이걸 없애자고 까지 요구해야 할 문제인가 싶네요. 그나마 명절이라는 명분 때문에라도 고향 찾는 사람도 있을거고 회사에서도 마지 못해 직원들 풀어주는 곳도 있을거라는 생각도 합시다."

ID’핑크판다‘

#82쿡

“거짓말 안하고 급속도로 5년 팍 늙은 웬 얼굴이 거울속에 있더군요. 3일 내내 이집 저집..남편과 큰소리로 악다구니를 썼더니 더 늙은듯. 맨날 제사 차례지내봐도 복 못 받은 자식은 명절 내내 전 부치고 개고생하고 집에 가서 부부가 싸운다더니 딱 저를 두고 하는말이더군요."

ID'..'

#네이버

“나도 한국인이지만 우리는 체면과 의식으로 평생을 너무 바보같이 산다. 얼굴도 모르는 경조사와 제사. 차례 등으로 우리의 한국 여성은 너무 힘들다. 마치 이런 의식을 고유의 유산과 미덕으로 치부하기엔 우리의 인생은 너무 짧다. 나는 차례와 제사를 모두 없앴다. 집사람과 어머니와 여동생과 자주 만나지도 못하는데 명절만큼은 외식, 여행 등으로 시간을 보내니 너무 행복해한다. 물론 상놈 집안이라 비난할수 있다. 하지만 짧은 인생 나는 돌아가신 분들보다 우리가족의 행복이 더 소중하다”

ID khc7****


정리: 변은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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