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9월 평양공동선언’ 군사 분야 부속합의서의 해상 적대행위 중단구역(완충수역) 문제를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완충 수역 설정 과정에서 서해북방한계선(NLL)을 기준으로 삼지 않은 걸 보면 NLL을 사실상 무시했다는 거다. 10월부터 국정감사가 예정돼 있는 만큼 NLL이 하반기 국회에서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2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북한은 50㎞, 남한은 85㎞로 설정한 완충 수역의 불균형은 NLL의 존재를 부정하고 영토주권을 포기한다는 의미”라며 “합의서를 만드는 과정에서 NLL 기준으로 협상한 게 아니라 북한이 일방적으로 1999년 9월 2일 설정한 서해해상군사분계선을 기준으로 합의한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는 “노무현 정부 시즌2답게 노무현 전 대통령이 포기하려고 했던 NLL을 문 대통령이 확실하게 포기하고 말았다”며 “이번 남북정상회담 중 군사 분야 합의에서 백령도 등 서북도서의 전략적 가치는 고사하고, 천안함 폭침ㆍ연평도 포격 사태에 대해 말 한마디 사과받지 못한 마당에 완전히 스스로를 무장해제하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지역에서 군사적 훈련마저 중단되면서 백령도ㆍ연평부대가 앉아서 숟가락만 빨고 있을 처지가 아니라면, 아예 철수해야 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방부는 지난 19일 낸 보도자료에서 서해 완충 수역 구간의 남북 간 거리가 80㎞(남측 40㎞, 북측 40㎞)라고 잘못 쓰면서 논란을 부추겼다. 최종건 청와대 평화 군비통제비서관 역시 19일 “길이가 북측 40㎞, 우리 40㎞가 돼서 길이가 80㎞”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측 결과 NLL로부터 완충수역까지의 거리는 135㎞(남측 85㎞, 북측 50㎞)였다. 국방부는 “실무자의 실수”라며 해당 부분을 보도자료에서 삭제했다. 국방부 당국자는 20일 “NLL을 무시한 게 아니라 순전히 우발적 충돌을 막자는 전제 아래 남북이 그어놓은 구간”이라 해명했다.
김 원내대표는 국방부 해명에 대해 “국민 앞에선 남북이 각각 40㎞라고 했다가, 뒷구석에서 북한 50㎞ㆍ한국 85㎞로 바꾼 게 고의인지 아닌지 분명히 책임 묻겠다”며 “한국당은 국회 국방위를 소집해 서해 NLL 포기, 영토주권 포기의 진실에 대해 문재인 정부의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