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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숙 여사, 백두산행 준비한듯 "한라산 물 가져왔습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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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물을 갖고 왔어요. 천지에 가서 반은 붓고 반은 백두산 물을 담아갈 겁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부부와 함께 20일 오전 백두산 천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장군봉에 오른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는 500㎖ 플라스틱 생수병을 꺼내며 이렇게 말했다.

이설주 여사가 “우리나라 옛말에 ‘백두에서 해맞이를 하고 한라에서 통일을 맞이한다’는 말이 있다”고 하자, 이에 화답하듯 김 여사는 생수병을 꺼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20일 오전 김정은 국무위원장 내외와 백두산 천지를 산책하던 중 천지 물을 물병에 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20일 오전 김정은 국무위원장 내외와 백두산 천지를 산책하던 중 천지 물을 물병에 담고 있다.

앞서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오늘 천지에 내려가시겠습니까”라고 물었고, 문 대통령은 “천지가 나무라지만 않는다면 손이라도 담가보고 싶다”고 웃으며 화답하면서 남북 정상 부부는 천지로 향했다.

케이블카를 타고 천지로 내려간 문 대통령 부부는 김 위원장 부부와 함께 천지 주변을 산책하다, 김 여사가 준비해온 생수병에 담긴 한라산 물을 천지에 조금 부었다.

백두와 한라의 ‘합수’였다. 무릎을 굽혀 앉은 문 대통령은 직접 천지에 손을 담가 물을 뜬 뒤 한라의 물이 담긴 생수병으로 천지의 물을 옮겨 담았다.

청와대에 따르면 김 여사는 천지 물을 담아 합수할 생각으로 생수병에 제주도 한라산 물을 채워서 가져왔다.

그러나 김 여사가 ‘한라산물’ 이라고 표현한 물은 백록담 물은 아니다. 김 여사가 천지물로 채운 것은 제주도 한라산에 취수원이 있는 제주 ‘삼다수(생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백두산 천지에서 나눈 대화록

김정은 국무위원장 : 중국 사람들이 부러워합니다. 중국 쪽에서는 천지를 못 내려갑니다. 우리는 내려갈 수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 국경이 어디입니까?

김정은 국무위원장 : (왼쪽부터 오른쪽까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설명) 백두산에는 사계절이 다 있습니다.

이설주 여사 : 7~8월이 제일 좋습니다. 만병초가 만발합니다.

문재인 대통령 : 그 만병초가 우리집 마당에도 있습니다.

이설주 여사 : 네.

김정은 국무위원장 : 꽃보다는 해돋이가 장관입니다.

문재인 대통령 : 한라산에도 백록담이 있는데 천지처럼 물이 밑에서 솟지 않고 그냥 내린 비, 이렇게만 돼 있어서 좀 가물 때는 마릅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 (옆에 있는 보장성원에게)천지 수심 깊이가 얼마나 되나?

이설주 여사 : 325m입니다. 백두산에 전설이 많습니다. 용이 살다가 올라갔다는 말도 있고, 하늘의 선녀가, 아흔아홉 명의 선녀가 물이 너무 맑아서 목욕하고 올라갔다는 전설도 있는데, 오늘은 또 두 분께서 오셔서 또 다른 전설이 생겼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 백두산 천지에 새 역사의 모습을 담가서, 백두산 천지의 물이 마르지 않도록 이 천지 물에 다 담가서 앞으로 북남 간의 새로운 역사를 또 써 나가야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 이번에 제가 오면서 새로운 역사를 좀 썼지요. 평양 시민들 앞에서 연설도 다하고.

이설주 여사 : 연설 정말 감동 깊게 들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 제가 위원장께 지난 4.27 회담 때 말씀드렸는데요. 한창 백두산 붐이 있어서 우리 사람들이 중국 쪽으로 백두산을 많이 갔습니다. 지금도 많이 가고 있지만, 그때 나는 중국으로 가지 않겠다, 반드시 나는 우리 땅으로 해서 오르겠다 그렇게 다짐했었습니다. 그런 세월이 금방 올 것 같더니 멀어졌어요. 그래서 영 못 오르나 했었는데 소원이 이뤄졌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 오늘은 적은 인원이 왔지만 앞으로는 남측 인원들, 해외동포들 와서 백두산을 봐야지요. 분단 이후에는 남쪽에서는 그저 바라만 보는 그리움의 산이 됐으니까.

문재인 대통령 : 이제 첫걸음이 시작됐으니 이 걸음이 되풀이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오게 되고, 남쪽 일반 국민들도 백두산으로 관광 올 수 있는 시대가 곧 올 것으로 믿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 오늘 천지에 내려가시겠습니까?

문재인 대통령 : 예. (웃음) 천지가 나무라지만 않는다면 손이라도 담궈보고 싶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 (웃음) 내려가면 잘 안보여요. 여기가 제일 천지 보기 좋은 곳인데 다 같이 사진 찍으면 어떻습니까?

기념 사진 촬영이 시작되자 문 대통령은 함께 방북한 정당 대표들을 찾았다. 한창 기념사진 찍기가 한창인데 김 위원장이 “대통령님 모시고온 남측 대표단들도 대통령 모시고 사진 찍으시죠? 제가 찍어드리면 어떻습니까”라고 사진 기사를 자처하며 웃음을 주기도 했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 (웃으며) 이번에 서울 답방 오시면 한라산으로 모셔야 되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 어제, 오늘 받은 환대를 생각하면, 서울로 오신다면 답해야겠습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 : 한라산 정상에 헬기 패드를 만들겠습니다. 우리 해병대 1개 연대를 시켜서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일동 웃음)

이설주 여사: 우리나라 옛말에 백두에서 해맞이를 하고, 한라에서 통일을 맞이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김정숙 여사: 한라산 물 갖고 왔어요. 천지에 가서 반은 붓고 반은 백두산 물을 담아갈 겁니다.

백두산=공동취재단,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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