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켓 예약 제발 자제를…" 바그너 오페라 행복한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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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여름 한 달간 리하르트 바그너의 오페라만 상연하는 바이로이트 축제 사무국은 해마다 티켓 때문에 고민거리다. 표를 매진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밀려드는 티켓 예약 요청에 일일이 거절 편지를 보내야하기 때문이다. 올해 24회 공연에 수용할 수 있는 관객은 연인원 5만3900명. 하지만 49만2000명이 티켓 예약 신청서를 보내왔다. 9대 1이 넘는 높은 경쟁률로 티켓 예약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다.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티켓은 돈이 있어도 못 산다. 각국에 있는 바그너 협회에 몇 장씩 할당하는 식이다.

콧대가 높다보니 이메일이나 팩스로 구입 신청서를 보냈다간 막바로 휴지통으로 던져진다. 친필 사인이 있는 편지로 신청해야 한다. 티켓은 13~208 유로(약 1만5760 ̄25만2180원)로 각종 지원금이 동결돼 지난해에 비해 8% 올랐다.

서정원 한국바그너협회 총무이사는 "처음엔 한 장도 못 주겠다고 회신이 왔다"며 "후원금 약속을 하는 등 여러 차례 편지를 보낸 끝에 '반지' 8장, '화란인' 2장을 구했다"고 말했다. 일반인이 축제 사무국에 편지를 보내 티켓을 예약한다는 것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다.

올해는 '반지'4부작이 6년만에 새 프로덕션을 선보이는 해여서 티켓 신청자 중 4분의 1이 '반지'4부작 전곡 관람을 희망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나흘에 걸쳐 상연되는 '반지'는 티켓 한 장으로 4부작을 모두 관람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바그너협회 회원이 바이로이트 축제에서 관람할 수 있는 공연은 34회라는 계산이 나온다. 새 '반지'4부작은 독일 출신의 연출가 겸 극작가 탕크레드 도르스트가 연출, 크리스티안 틸레만(베를린 도이체 오퍼 음악감독)이 지휘를 맡았다.

7월 25일 '방랑하는 화란인'으로 막이 오르는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은 8월 28일까지 '반지'4부작을 구성하는 '라인의 황금' '발퀴레' '지그프리트' '신들의 황혼'이 각 3회, '방랑하는 화란인'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각 6회 상연한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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