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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안보리 제재 '만수대창작사' 관람...北 제재 무력화에 악용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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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만수대창작사가 만든 세네갈의 '아프리카 르네상스 기념상'. 2010년 완성됐으며 약 50m 높이다. 북한은 기념상 제작비로 2700만 달러를 받았다. 만수대창작사가 해외에 대형 조형물을 수출하고 벌어들이는 외화는 대량살상무기 개발 자금으로 전용되고 있다.

만수대창작사가 만든 세네갈의 '아프리카 르네상스 기념상'. 2010년 완성됐으며 약 50m 높이다. 북한은 기념상 제작비로 2700만 달러를 받았다. 만수대창작사가 해외에 대형 조형물을 수출하고 벌어들이는 외화는 대량살상무기 개발 자금으로 전용되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만수대창작사를 방문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만수대창작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해 8월 결의 2371호를 통해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단체이기 때문이다.

대형조형물 판매로 수천만달러 #北 '핵자금' 마련 외화벌이 핵심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 내외와 공식수행원, 특별수행원이 함께 만수대창작사를 참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재 대상인 만수대창작사 방문을 북측이 요청한 것이냐는 질문에 윤 수석은 “일정은 (미리 잡혀)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고, 예술품에 대한 관람 차원”이라고 답했다.

문제는 바로 이 예술품을 이용해 북한이 벌어들이는 돈 때문에 만수대창작사가 안보리 제재 대상에 올랐다는 것이다. 특히 안보리는 만수대창작사가 주로 아프리카 국가들에 파는 대형 조형물이 문제라고 봤다. 이미 2016년 11월 결의 2321호에서 “모든 회원국은 북한인이 만들었거나 북한 선박 혹은 비행기를 이용해 운반하는 대형 조형물 수입을 금지하도록 결정한다”(29항)고 의무화한 이유다. 안보리는 북한의 대형 조형물 수출을 통한 외화벌이 규모를 수천만 달러로 파악했다. 한국과 미국도 2016년 12월 만수대창작사를 독자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며 “WMD 및 군수물자 생산에 쓰이는 외화 획득에 관여했으며, 아프리카 각국에 노동자를 송출해 해외에서 돈을 벌어들였다”고 설명했다.

안보리 제재 대상이 되면 회원국 내 자산이 동결된다. 한·미의 독자제재 대상이 되면 양국 국민 및 기업과의 금융거래가 금지된다. 문 대통령이 만수대창작사를 방문하는 것 자체가 제재 위반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 대통령이 안보리와 한·미의 독자제재 대상인 만수대창작사를 찾아 불법 외화벌이의 수단인 예술품을 관람하는 것 자체가 갖는 의미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안보리 결의가 금지한 이후에도 북한이 만수대창작사 작품들을 중국 등에서 불법적으로 판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한 전직 외교관은 “명시적 제재 위반은 아니지만, 끝없이 제재 무력화를 시도하는 북한의 의도에 말려들 수 있다. 북한의 비핵화 전에 제재 완화는 안 된다는 미국 및 국제사회에 부정적으로 비칠 수 있는 행보”라고 걱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측근이자 공화당 내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18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한국 대표단의 방북이 북한이 최고의 압박을 가하려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니키 헤일리 주유엔 미 대사의 노력을 저해할까봐 걱정된다. 북한이 미사일과 핵 장비 실험을 중단하기는 했지만 비핵화를 향해서는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2012년 2월 만수대창작사에 말을 탄 김일성과 김정일의 동상을 세웠다. 만수대창작사는 김일성 김정일의 동상을 제작한 곳이다. [사진 노동신문]

북한은 2012년 2월 만수대창작사에 말을 탄 김일성과 김정일의 동상을 세웠다. 만수대창작사는 김일성 김정일의 동상을 제작한 곳이다. [사진 노동신문]

만수대창작사는 미술 분야에서 북한 최고로 꼽히는 창작 단체다. 1959년 11월 설립됐으며 4000여 명이 이 곳에서 일하고 있다. 이 중 예술가만 1000여 명이다. 평양에 자리 잡고 있는 만수대창작사의 부지는 12만㎡에 이른다. 만수대창작사에서는 체제 선전 포스터와 현수막부터 수채화·유화·판화·벽화 등 다양한 작품을 만든다.

만수대창작사는 김일성 동상 등 특히 대형 동상 제작에 특화된 집단으로, 주된 해외 고객은 아프리카에 집중돼 있다. 북한 내부용 선전물을 주로 제작했던 만수대창작사는 1980년대부터 사회주의 국가나 북한에 우호적인 비동맹 국가들에 대형 조형물을 수출하기 시작했다. 대형 조형물의 가격은 개당 1000만~3000만 달러로 파악된다. 대표적인 작품은 세네갈에 있는 약 50m 높이의 아프리카 르네상스 기념상으로 약 2700만 달러다. 앙골라에는 4000만 달러를 받고 네토 문화센터를 지어줬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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