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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문서파기 유해용 변호사, 이번엔 숙명여대 부지 판결 개입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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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오른쪽은 캠코가 국유지라고 주장한 숙명여대 교내 부지. [연합뉴스, 네이버지도]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오른쪽은 캠코가 국유지라고 주장한 숙명여대 교내 부지. [연합뉴스, 네이버지도]

유해용 변호사(52·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가 대법원에서 근무할 때 취급한 숙명여대 부지 소송을 변호사 개업 후 수임해 17일 만에 승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유 변호사가 대법원 근무 때 관여한 숙명여대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사이 소송을 변호사 개업 이후 수임한 사실을 확인해 18일 변호사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재판거래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를 진행 중인 검찰은 이날 유 변호사에게 대법원에서 가져온 문서를 파기한 행동에 공무상비밀누설과 직권남용, 절도 혐의도 적용했다.

 캠코는 2012년 5월 숙명여대가 국유지 2만㎡를 무단 점거하고 있다며 2007~2012년분 변상금 73억8000여만원과 매년 대부금 14억원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숙명여대는 “1938년 5월 일제강점기 조선 왕족과 관련한 사무를 담당했던 이왕직 장관이 구 대한제국 황실 소유의 토지를 학교부지로 무상 사용할 수 있도록 승낙했다”고 맞섰다. 숙명여대는 1·2심 모두 승소하고 2014년 11월 대법원에 상고심이 접수됐다.

숙명여대 국유지 소송 일지[중앙일보]

숙명여대 국유지 소송 일지[중앙일보]

 올해 2월 법원에서 퇴직한 유 변호사는 6월 11일 숙명여대 대리인으로 소송위임장을 냈다. 대법원은 이보다 앞서 올해 5월 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가 유 변호사가 선임된 직후 소부(小部)로 내린 뒤 지난 6월 28일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는 중요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넘긴다. 검찰은 2심까지 받은 승소 판결이 전원합의체에서 뒤집힐 것을 우려한 숙명여대가 대법원 출신 전관인 유 전 연구관을 투입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법원 전산망에서 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한 사실도 삭제된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 관계자는 “삼성을 수사하다가 퇴임하고 삼성을 변호해도 되는 거냐”며 유 변호사의 윤리 위반을 강하게 지적했다. 변호사법은 공무원으로 근무하며 취급했던 사건을 수임한 경우 형사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왕직 장관 토지무상사용 승낙서[숙명여대]

이왕직 장관 토지무상사용 승낙서[숙명여대]

 이에 대해 유해용 변호사는 기자단에 “해당 사건이 대법원에 접수될 당시 선임재판연구관으로 근무했던 것은 맞지만 그 사건의 배당과 연구관 지정, 보고에 전혀 관여한 바가 없고 오히려 대법원을 떠난 후 보고가 이뤄졌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는 “검찰 주장처럼 사건의 접수만으로 관여한 것으로 본다면 대법원에서 연간 2만건이 넘는 사건을 취급한 것이 돼 상식과 어긋나고 변호사법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대법원도 “전원합의체에서 소부로 내린 결정은 유 변호사가 선임되기 이전에 결정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김민상‧정진호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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