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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이식 성공 잇따라 「의학 수준」과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여러 가지 사건이 회오리쳤던 금년은 국내의학계에서도 최초의 간이식 등 이식 의료분야에서 큰 진전을 보였으며 이와 함께 직업병의 사회문제화 등 「사건」도 많은 한해였다. 금년에 있었던 의료계의 뉴스를 정리해 본다.

<올해 있었던 국내 의학계의 주요 기록>
올해의 가장 두드러진 뉴스는 우리 의학계의 오랜 숙원이던 간이식의 성공이라 하겠다.
서울대병원 김수태교수(일반외과)가 이끄는 간 이식팀은 지난 3월16일 뇌종양으로 뇌사상태에 있던 소년(14)의 간을 윌슨씨병을 앓고 있던 동갑 나기 소녀에게 이식하는데 성공, 우리의 의학수준을 과시했다.
가톨릭의대 최창낙 교수(신경외과)팀은 지난 7월 파킨슨씨병 환자(63·여)의 부신수질을 뇌에 이식하는 자가 뇌이식수술을 국내 처음으로 성공한데 이어 9월에도 같은 예의 뇌이식에 성공했다.
또 부천 세종병원 송명근 박사(흉부외과)팀은 지난 2월 고문으로 숨진 명노열군의 심장을 기증 받아 폐동맥과 폐동맥 판막을 분리, 판막부전증을 앓고 있던 소년에게 이식하는 동종 판막이식에 처음으로 성공을 거뒀는데 그 후 5월과 6월에도 동맥판막과 대동맥 판막의 동종이식에 각각 성공한바 있다.
이같은 잇따른 장기이식의 성공은 그 동안 논란이 많았던 뇌사에 대해 긍정적으로 접근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밖에 고도 난청환자에 대한 인공내이이식술(연세대·서울대), 수정란 동결보존에 의한 임신 및 출산(제일병원), 자궁절제 여성의 미성숙난자를 이용한 체외수정(차병원) 등 임상의학분야에서 많은 성공이 있었다.
세계AIDS의 날(12월1일)이 제정되기도 했던 올해는 국내에서도 AIDS가 크게 확산돼 이병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주었다.
지난 3년간(85∼87) 14명에 불과했던 AIDS항체 양성자가 올해만 21명(남16)이 발견됐으며 사망자도 4명 늘어 모두 7명이 됐다.
올해는 연초의 진폐증을 비롯, 수은·납·크롬·이황화탄소·톨루엔 등 중금속과 유기용제에 의한 중독자가 집단적으로 발생해 직업병과 산업체 근로자의 건강에 대한 사회의 인식과 관심을 새롭게 했다. 여기에는 소외계층의 보건문제를 대변하는 각종 재야보건단체의 역할도 매우 컸다.
지난해의 인도주의 실천의사협의회를 비롯해 올해도 건강사회실천약사협의회·노동과 건강연구회·청년치과 의사회 등이 잇따라 발족돼 직업병 실태조사 등에 앞장서 왔으며 제1회 「세계금연의 날」제정, 한국 금연운동협의회 발족 등 금연운동이 확산되기도 했다.
아-태 소화기병과 소화기 내시경학회, 올림픽을 계기로 한 스포츠 과학학술대회, 동양의 학 학술대회, 생화학 심포지엄, 인삼심포지엄, 한미합동학술대회, 국제관절경학회 등 굵직한 국제규모의 학술대회가 열리는 등 학술활동도 활발했다.
의약품분야에서는 고려대 이호왕교수(미생물학)의 유행성출혈열 백신·유전공학을 이용한 B형 간염백신과 혈전용해제 개발 등이 눈에 띄는 업적으로 꼽힌다.
한편 올해 95개 병원에서 노조가 설립됐으며 노사분규로 인한 진료마비로 환자가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이밖에 보사부의 엉터리 질병 통계사건, 서울대의대 석모교수(정형의과)의 허위신체감정 판결, 한양대의대 성형외과의 거액에 달하는 바가지 진료비 청구와 횡령이 자체감사에서 적발되는 등 오점이 많은 한 해이기도 했다.<신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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