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은행 ‘불통’에 수요자만 골탕...은행들 9·13 대책 발표 후 일부 대출 중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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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서울의 한 시중은행 주택자금대출 창구. [중앙포토]

지난 1월 서울의 한 시중은행 주택자금대출 창구. [중앙포토]

9·13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주요 시중은행들이 일부 주택담보대출 상품 취급을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당국과 은행 간에 이번 대책의 세부 내용과 관련한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명절을 앞두고 애꿎은 수요자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는 상황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은 지난 14일부터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담대와 무주택세대의 고가주택(공시가격 9억원 초과)과 관련된 주담대를 취급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앞서 발표한 9·13 대책을 통해 2주택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의 경우 의료비나 교육비 등 생활안정자금 용도로 빌릴 수 있는 주담대 금액을 하향 조정하도록 했다.

구체적으로 지역별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10% 포인트 낮추는 방식을 통해서다. 주택 당 연간 1억원의 한도도 설정됐다. 또 무주택자라도 실거주 사실을 입증하지 않으면 공시가격 9억원 초과 주택 구입용 주담대는 빌릴 수 없도록 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대출을 취급하는 은행들은 갈팡질팡하고 있다. 각론에서는 수십~수백 가지의 개별 케이스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해 명쾌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대책이 사전 예고 없이 지난 13일 전격 발표되는 바람에 은행연합회와 당국간의 세부 조율에도 시간이 걸려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지 못한 상황이다. 은행들이 일부 주담대 대출을 중단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가 주택시장 안정 대책을 발표한 13일 오후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서 직원이 부동산 대책 발표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뉴스1] 13일 오후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서 한 관계자가 주택시장 안정대책 발표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정부는 서울·세종 전역과 부산·경기 일부 등 집값이 급등하고 있는 조정대상지역 2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해 주택분 종합부동산세 최고세율을 참여정부 수준 이상인 최고 3.2%로 중과한다고 밝혔다. 2018.9.13. [뉴스1]

정부가 주택시장 안정 대책을 발표한 13일 오후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서 직원이 부동산 대책 발표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뉴스1] 13일 오후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서 한 관계자가 주택시장 안정대책 발표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정부는 서울·세종 전역과 부산·경기 일부 등 집값이 급등하고 있는 조정대상지역 2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해 주택분 종합부동산세 최고세율을 참여정부 수준 이상인 최고 3.2%로 중과한다고 밝혔다. 2018.9.13. [뉴스1]

한 시중은행은 지점에 “생활안정자금과 무주택가구의 주택구입자금 대출은 특약 문구가 확정된 후에야 취급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다른 시중은행도 같은 이유로 생활안정자금과 무주택가구의 주택구입자금 대출은 창구에서 신청만 받고 실제 대출을 해주지 않고 있다.

  A은행 관계자는 “‘빅픽처’만 나왔고 세부내역 하달이 안 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융당국도 실무적인 내용까지 답변해주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B은행 관계자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태에서 함부로 대출을 내줄 수가 없는 실정”이라며 “대출 희망자가 주담대를 신청하면 승인이 날 때까지 1~2주 정도 걸리는데 그때까지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내려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은행들의 전산 시스템 업데이트 작업에 시간이 걸리는 것도 대출 중단의 한 요인이다. C은행 관계자는 “대출 희망자가 무주택자인지 아닌지, 얼마나 대출이 가능한지 등을 시스템을 통해 확인해야 하는데 대책이 워낙 급하게 나오다 보니 시스템 업데이트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혼란이 일자 은행연합회는 이날 저녁 대출과 관련된 ‘자주하는 질문’(FAQs)을 배포했다. 하지만 각 은행 전산에 적용하는 데 추가로 시간이 소요돼 빨라야 1∼2일 뒤에나 대출 재개가 가능할 전망이다.

D은행 관계자는 “추석을 앞둔 만큼 가이드라인을 받으면 생활자금대출은 최대한 빨리 재개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후연·정용환 기자 lee.hoo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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