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리버보다 센 것 만들겠다 … 레인콤 양덕준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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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레인콤의 양덕준(55.사진) 사장은 샐러리맨의 우상이었다. 1999년 40대 후반 나이에 삼성전자 이사직을 그만두고 레인콤을 창업했다. 회심작 MP3플레이어 '아이리버'가 히트를 쳐 회사의 연간 매출이 순식간에 4500억원대까지 뛰었다. 양 사장은 2004년 주식평가액 기준으로 '대한민국 부호 50인'반열에 올랐다.

그런 그가 최근 서울 양재동 레인콤 본사에서 기자를 만나 "요즘 안녕하지 못하다"며 말문을 열었다. MP3플레이어를 이을 새 품목 구상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것이다. 담배도 부쩍 늘었다. 인터뷰 내내 담배를 손에서 떼지 않았다.

회사 창립 이후 지난해 처음 117억원의 큰 적자를 낸 뒤 고민이 많아졌다. 지난해 매출(4393억원)도 2004년보다 3% 줄었다. 올 1분기 실적은 더욱 심각했다. 매출 378억원에 영업손실이 135억원에 달했다. 주력 제품 아이리버의 판매가 급감한 탓이다.

그는 "MP3플레이어 시장이 생각보다 1~2년 빨리 하락세에 접어든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를 타개하려고 지난해 말부터 신제품 개발에 바짝 매달렸다. 그는 직원들과 밤샘하는 일이 잦아졌다. "초심(初心)으로 돌아갔다"는 말과 함께 자신이 직접 스케치한 제품 밑그림 몇 장을 보여줬다. 산고 끝에 나온 제품들이 이달 말부터 시장 문을 두드린다.

작년 연말부터 양 사장과 레인콤은 이런저런 소문에 시달렸다. 올 초 유상증자 대금을 마련하려고 보유 주식을 일부 팔았을 때 증권가에서 " 회사를 팔려고 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1분기 실적이 나오자 "애플.삼성의 공세로 레인콤 시대는 끝났다"고 여기저기서 웅성거렸다.

"고달플 땐 편하게 살고 싶은 유혹도 느낍니다. 하지만 회사를 팔 생각은 없어요."

레인콤은 제품 라인 뿐 아니라 유통 채널을 정비해'돈 되지 않는'해외 수출선을 정리했다. 그는 "하반기를 기점으로 적자를 탈출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홍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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