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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총회 18일 개막…북한에게 쏠리는 눈눈눈

중앙일보

입력

전세계 196개국 대표가 모이는 73차 유엔총회가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막을 올린다. 올해는 밀고당기는 북미 핵협상이 진행중인 시기에 치러지는 유엔총회라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지난해 유엔총회에서 이용호 북한 외무상이 일반토의 연설자로 나섰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유엔총회에서 이용호 북한 외무상이 일반토의 연설자로 나섰다. [로이터=연합뉴스]

올해 유엔총회의 주제는 ‘모두에게 의미 있는 유엔 만들기: 평화롭고 평등하며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글로벌 리더십과 책임 공유’이다. 세부적으로는 지속가능한 개발, 국제평화ㆍ안보, 인권 등 9개 분야 175개 의제에 대한 토의가 이뤄진다.

전세계 196개국 대표 뉴욕 입성 #싱가포르 이후 북한 달라진 위상 #북한 대신 이란이 '공공의 적'으로 #북한 인권결의안 채택 난항 예상

총회의 하이라이트인 ‘일반토의’(General Debate)는 오는 25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열린다. 각국 정상이나 외교장관 등 고위급 인사들이 대표로 참석해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강조하고 싶은 메시지를 기조연설을 통해 내놓는 자리다. 시간은 15분 내외.

이번 일반토의에는 국가원수 97명, 부통령 4명, 정부 수반 41명, 부총리 3명, 장관 46명 등 196개 회원국 수석대표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유엔 회원국은 193개국이나, 옵서버 자격으로 교황청ㆍ팔레스타인ㆍ유럽연합(EU)의 연설이 예정돼 있다.

일반토의는 브라질이 가장 먼저 연설하는 게 유엔총회의 관례로 굳어졌다. 제10차 유엔총회에서 어느 나라도 첫 번째 발언을 원하지 않은 상황에서 브라질이 자원한 것이 계기가 됐다. 두 번째 연사 또한 유엔 소재국인 미국이 맡는 게 관행이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유엔총회 연단에 나선다.

세 번째부터는 유엔 사무국이 국가원수(대통령 또는 국왕), 정부 수반(총리), 부통령ㆍ부총리ㆍ왕세자, 외교장관 등의 순으로 연설 순서를 배정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27일에서 26일로 발언순서가 조정중이고, 북한 이용호 외무상은 29일로 예정돼 있다.

지난해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지난해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올해 유엔총회 역시 북핵과 북한 문제가 화두로 떠오를 전망이다. 다만 북한에게 쏠리는 관심과 시선이 바뀌고 있다. ‘공공의 적’에서 ‘대화가능한 상대방’으로 빠르게 돌아서는 중이다. 지난해 일반토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로켓맨’으로 호칭하며 “북한을 파괴하겠다”는 초강경 발언을 쏟아냈고, 이용호 외무상 또한 “모든 자위적 대응권리를 사용하겠다”고 응수했다.

지난 6월 첫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된 이후 분위기가 화해무드로 돌아서는듯 했다. 그러나 이후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가 있을 때까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제재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이번 유엔총회 기간 내내 종전선언과 제재완화 등을 요구하는 북한과 치열한 신경전이 예상된다.

미국과 북한이 모두 상대방을 자극하지 않는 절제된 표현을 사용하면서 자국 논리를 전파하려 애쓸 전망이다. 싱가포르 북미 회담 이후 북한의 ‘인기’가 급상승해, 이번 유엔총회 기간에 이용호 외무상과 면담하고 싶다는 각국 대표들의 요청이 쇄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미정상회담 이후 김정은 위원장의 유엔총회 참석 가능성과 이를 계기로 한 종전선언 여부가 주목을 받아왔지만 현재로서 실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6일 “9월 유엔총회에서 남북미 정상회담은 실현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18∼20일 평양을 방문하는 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 논의 결과를 토대로 유엔총회 무대에서 일반토의 연설, 한미정상회담 등을 통해 북미 간 협상 진전을 촉진하는 외교전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올해 유엔총회에서는 북한 인권논의가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최근 미국언론과 인터뷰에서 “유엔총회의 북한인권결의안 채택 등 논의과정이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최근의 노력으로 인해 다소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엔총회는 지난 2005년부터 북한의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인권상황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매년 채택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가장 불편해하는 결의안으로 꼽혀,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외교관들이 조직적으로 방해공작을 펼쳐왔다. 유엔 총회 북한인권결의안은 EU와 일본이 주도해 왔으며, 올해도 결의안 제출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성남 북한대사의 후임인 김성 신임 대사의 첫 번째 시험대인 셈이다.

같은 연유에서 트럼프 대통령 또한 올해 북한 대신 이란을 ‘공공의 적’으로 띄우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유엔총회 기간 이란 문제를 다루는 안보리 회의를 주재할 예정이어서, 이란 핵합의 탈퇴와 제재 동참을 촉구하면서 관련국간에 얼굴을 붉힐 가능성도 제기된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중앙포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중앙포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달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이번 유엔총회에서 남ㆍ북한 당국자들을 동시에 접촉해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를 실현하는데 필요한 지원에 대해 논의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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