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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추억] 불교 미술의 거봉 만봉 스님 입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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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불교 미술의 거봉 만봉 스님이 17일 0시 10분 주석하던 서울 신촌 봉원사 운수각에서 붓을 손에 쥔 채로 입적했다. 세수 96세, 법랍 80세.

스님은 4월 말에 노환을 무릎 쓰고 봉원사 대웅전 단청과 개금불사를 완성하고 최근에는 다소 여유롭게 불화를 그리다 이날 홀연히 열반에 들었다.

1910년 서울에서 태어난 스님은 7세 때부터 김예운 스님 아래서 불화를 배운 뒤 1926년 봉원사로 출가해 금어(金魚) 자격을 따냈다. 금어란 불화 그리기의 최고 경지에 이른 스님에게 주는 칭호.

1972년 중요무형문화재 제48호 단청장으로 지정된 스님의 작품은 남북한에 두루 걸쳐 '전설'처럼 남아 있다. 일제 강점기에 금강산 표훈사.유점사.장안사.마연사의 단청을 도맡았고, 도봉산 도선사.안동 봉정사.공주 마곡사.순천 선암사 등 사찰과 경복궁 경회루, 남대문, 보신각, 남한산성 등 문화재 단청을 그렸다.

98년에 은관문화훈장을 받았으며 '만봉 이치호 단청 작품집'을 남겼다.

영결식은 21일 오전 10시 봉원사에서 태고종 종단장으로 열리며 다비는 이날 오후 전남 순천 태고총림 선암사 연화대에서 엄수된다. 02-392-3007.

이헌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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