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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내가 선택한 길 가기 위해 철저히 계산하고 꼼꼼히 따져야…그게 바로 앙트십"

중앙일보

입력


※‘기업가가 말하는 앙트십(앙트레프레너십·entrepreneurship, 우리말로는 기업가정신)은 뭘까.’ 소중에서는 지난 6월부터 ‘앙트십 찾기’ 시리즈를 통해 청소년들이 학교 안팎에서 경험한 앙트십에 대해 전하고 있는데요. 이번에는 벤처기업을 창업한 기업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앙트십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벤처기업은 ‘첨단 기술과 아이디어를 개발해 아무도 시작하지 않은 새로운 사업을 하려는 회사’를 의미해요. 사업을 개척하려면 창의적인 생각과 문제해결력, 도전 정신, 용기,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인내심과 리더십 등이 필수인데요. 이런 능력들이 바로 앙트십이죠. 기업가에게 들어보는 기업가정신, 그 첫 번째는 레스토랑 예약관리 프로그램 개발 회사 ‘테이블매니저’의 최훈민 대표입니다.


테이블매니저 최훈민 대표.

테이블매니저 최훈민 대표.

프로그래머 꿈 좇다 자퇴 후 대안학교 설립
텅 빈 식당. 테이블마다 예약손님을 맞을 준비를 모두 마쳤지만 손님은 한 명도 나타나질 않습니다. 식당 주인이라면 화가 나기도 하고 당혹스럽기도 할 텐데요. 테이블매니저는 이처럼 예약을 해놓고 아무런 연락 없이 오지 않는 예약부도(No-Show)를 줄여주는 프로그램입니다. 전화가 오면 예약부도를 낸 적이 있는 손님인지 아니면 단골손님인지 알 수 있고, 예약 일정 등을 편리하게 관리하도록 돕는 시스템이죠.

기업가가 말하는 앙트십 ① 최훈민 테이블매니저 대표

테이블매니저를 개발한 최훈민 대표는 올해 스물네 살의 젊은 기업가입니다. 중학생 때 정보올림피아드 대회에서 금상을 받아 과학고에 갈 수 있었지만 IT(정보기술) 분야 특성화고에 입학했을 정도로 IT 공부를 좋아했죠.

“초등학교 6학년 때 우연히 영재교육원에 가게 됐어요. 담임선생님이 신청서를 주시면서 한번 해보라고 하셨죠. 당시 제가 공부를 엄청 좋아하지는 않았는데, 컴퓨터를 하는 거라면 재미있겠다 싶어서 ‘정보통신’ 과목으로 교육원에 들어갔어요. 그때 처음 프로그래밍을 접했죠. 내 손으로 뭔가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게 신기했어요. 그래서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었고요.”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하고 싶어서 과학고를 마다하고 특성화고에 입학했지만 학교생활은 생각과 달랐습니다. IT 공부보다는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한 입시 공부가 우선이었거든요. 정작 하고 싶었던 IT 공부는 ‘대학에 가서 하라’는 이야기를 들었죠. 그렇게 1학년을 보내고 겨울방학이 됐을 때 어느 스타트업(생긴지 얼마 되지 않은 벤처기업)에서 인턴을 하게 됐어요. 최 대표가 학교를 자퇴하게 된 계기가 됐죠.

변현경(오른쪽) 청소년기자가 테이블매니저 최훈민 대표를 만나 기업가가 되기까지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변현경(오른쪽) 청소년기자가 테이블매니저 최훈민 대표를 만나 기업가가 되기까지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같이 인턴을 했던 분들이 카이스트나 서울대에 다니는 형·누나, 미국 디자인스쿨에 다니고 있는 누나 등이었어요. 저는 비록 고등학생이지만 그분들과 나란히 앉아 수평적인 관계에서 일할 수 있었죠. 대학 간판보다는 실력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교에서 하루 종일 수능 공부를 하고 남는 시간에 컴퓨터 공부를 하는 게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했어요.”

함께 자퇴를 결심했던 친구들도 있었지만 부모님의 반대와 입시라는 현실 앞에 모두 자퇴를 포기했습니다. 행동으로 옮긴 건 최 대표뿐이었어요. 그가 자퇴를 하자 주변에서 ‘대단하다’는 반응을 보였죠. 최 대표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독립운동도 아닌 학교 자퇴가 이렇게까지 용기가 필요한 일인가.’ 학생들이 입시에만 매달리게 하는 교육 현실에 대해 비판하기 위해 그는 1인 시위에 나섰습니다. 그의 시위는 트위터에서 화제가 됐고 이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모이게 됐죠.

“사실 춥고 힘든 시위를 어떻게 끝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트위터를 통해 제 소식을 들은 분들이 저를 보려고 주말에 찾아오신 거예요. 저를 전혀 모르는 분들이 모인 걸 보고 학교를 세울 수도 있겠다 생각했죠. 학교를 자퇴할 때 친구들에게 제가 했던 말이 ‘배우는 곳이 바로 학교다’였거든요. 본격적으로 학교를 세우기 위한 모임을 만들었는데 백여 명이 참석했어요. 자퇴하면서 느낀 교육의 문제가 의도치 않게 대안학교 설립으로 이어진 거죠.”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테이블매니저 사무실의 모습.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테이블매니저 사무실의 모습.

"기업도 내 삶도 책임감 필요"
그렇게 그는 2년 정도 교육 운동을 했고 어느덧 스무 살이 되었어요. 어려서부터 매력을 느꼈던 ‘IT를 이용해 변화를 만들어내는 일’에 다시 전념하고 싶었죠. 사람의 힘만으로는 어려운 일도 가능하게 하는 IT의 장점을 확인하고 싶었어요. 최 대표는 고등학생 때 창업동아리에서 태블릿 기기를 활용한 메뉴판 시스템을 만든 적이 있었는데, 그 경험을 살려 음식점의 배달 고객 관리를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했습니다. 하지만 실망스럽게도 시장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어요.

“문제는 ‘머릿속에서 시작된 아이디어’라는 거였죠. 실제로 매장에서 일을 해보지도 않고 시작한 사업이었어요. 머릿속으로 생각한 ‘가정’에서 시작했고, 가정은 맞지 않을 가능성이 컸죠. ‘이 사업은 끝났구나’ 생각이 들었지만 버리기엔 아까웠어요. 전화로 음식을 주문하고 집에서 받는 배달 버전 외에, 전화로 주문한 뒤 음식을 가지러 가는 ‘테이크아웃’ 버전, 매장에 전화한 뒤 직접 가서 음식을 먹는 ‘예약’ 버전도 만들었습니다. 세 가지 버전으로 몇 군데 e메일을 보냈는데 예약 버전이 바로 반응이 왔어요. e메일을 보내자마자 만나서 이야기하자는 전화가 왔죠. 예상치 못한 일이라 계약서를 준비하지도 못했고 프로그램이 완성되지도 않은 상태였지만 첫 번째 계약이 성사됐죠.”

최훈민 대표는 입시 지옥으로 학생들을 내모는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를 깨닫고 고교 자퇴, 1인 시위, 대안학교 설립이라는 행동에 나섰다. 그는 "자신의 인생에 책임을 지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책임감이 곧 앙트십이라고 말했다.

최훈민 대표는 입시 지옥으로 학생들을 내모는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를 깨닫고 고교 자퇴, 1인 시위, 대안학교 설립이라는 행동에 나섰다. 그는 "자신의 인생에 책임을 지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책임감이 곧 앙트십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테이블매니저의 최대 장점이 ‘현장에 최적화된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어요. 테이블매니저가 성공하자 사업을 따라 하는 회사들도 생겼지만, 실제로 음식점에서 사용해보면 테이블매니저 프로그램이 압도적으로 편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죠. 음식점 사장님의 필요에 의해 개발된 프로그램이니 만큼 사용자의 요구가 잘 반영된 겁니다. 사용자가 불편을 느끼는 부분이 있거나 필요하다고 하는 기능이 있으면 재빨리 프로그램을 업데이트하죠. 덕분에 지금은 유명·고급 레스토랑들도 사용하는 고객 관리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동안의 경험들이 모두 쌓여서 도움이 되었어요. 대안학교를 운영하면서 여러 사람들과 지내는 법을 배우기도 했고, 다양한 문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조직을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배웠죠. 무언가 자신이 직접 운영해본다는 것, 그게 바로 앙트십인 것 같아요. 옆에서 지켜보는 것과 직접 해보는 것은 천지차이거든요. 남이 아닌 ‘나’를 위해서라도 매사에 책임감을 갖고 임해야 해요. 기업가정신이 뭘까 생각해봤는데, ‘책임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무책임한 사람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봅니다. 저도 성공한 분들의 책임감을 보면서 많이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최 대표는 앞으로 회사가 잘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또 IT의 장점을 이용해 비효율적인 일들을 효율적으로 만들고, 그로 인해 생겨나는 가치로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죠. 쉽게 말해,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레스토랑이 예약부도에 신경 쓰느라 요리 자체에 집중하지 못한다면 안타깝다는 거예요. 고객 관리를 효율적으로 도와주는 프로그램이 생김으로써 더 맛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게 되고 사람들이 좋아할 때 최 대표는 뿌듯함을 느낀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청소년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어요.

“기업가로서뿐 아니라, 내 인생을 사는 데 있어서도 책임을 지는 일은 무척 중요합니다.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 하는 건 쉬워요. 하지만 그저 따라가기만 하는 건 책임을 남에게 미룰 준비가 되어있는 거라 생각해요. 내가 선택한 길을 가는 건 어려운 일이에요. 철저하게 계산을 해봐야 하죠. 이 길이 정말 나에게 이익인지,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도움이 되는지 판단해야 하죠. 당장은 손해처럼 보이지만 멀리 봤을 때 도움이 되는 길이 있는지도 따져보고요. 그게 책임감이에요. 선생님·부모님께 조언을 받을 수는 있지만 그분들의 판단에만 결정을 맡기지 마세요.”

글=최은혜 기자 choi.eunhye1@joongang.co.kr, 동행취재=변현경(고양 저동고 2) tong 청소년기자,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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