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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만성설사|장결핵·궤양성 대장염 등이 원인|현진해<고대 혜화병원 내과과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얼마 전 거의 2개월 동안이나 설사를 계속하다 병원을 찾아온 여대생(21)이 있었다. 감기나 설사는 흔한 병이어서 사람들 나름대로의 섣부른 지식과 처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냥 두어도 곧 좋아지려니 하고 생각하는 것이 상례다. 이 여대생도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다 2개월이나 지난 것이다.
설사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비교적 건강하게 지냈는데 특별한 이유도 없이 가끔 배가 사르르 아프고 묽은 변을 날마다 보았다. 1주 후에는 변이 더 묽어지고 하루에 2∼3번씩 보게 되었으나 밖에서 사먹는 음식이 나빠서 그러려니 하고 무관심하게 지냈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배아픈 것과 설사가 심해져 요즘에는 물 같은 설사를 여러 차례 하게 되고 대변에 피가 섞일 때도 있고 기운이 없으며 남들도 얼굴이 창백한 것같이 보인다고 걱정했다. 그래서 약방에서 약도 사먹어 보고 작은 의원에서 장염이라 하여 치료를 받았으나 여의치 않아 정밀검사를 받기 위해 필자를 찾아왔다.
설사와 배가 아플 수 있는 경우는 약물·특정물 흡수장애, 췌장질환, 내분비질환, 대장암, 식중독, 균에 의한 장염 등 무수히 많다. 그러나 이 여대생처럼 오랫동안 계속적으로 설사를 하게되고 날이 갈수록 심해지며 간단한 보통치료로는 효과를 볼 수 없는 경우의 원인은 그리 많지 않으나 정밀한 검사와 치료를 하지 않으면 큰 고생을 하게된다.
우리나라에 흔한 만성설사의 원인으로는 장결핵과 궤양성대장염이 많은데 이 학생은 여러 가지 정밀검사에서 대장결핵으로 판명되었다.
대장결핵은 결핵초기에 감염된 음식물을 먹거나 폐결핵이 있는 사람이 자신의 가래를 삼킴으로써 결핵균이 장에 들어가 장궤양을 만들고 복통과 설사를 일으키는 병이다.
장결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50%는 폐결핵을 가지고 있다. 반대로 폐결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그 정도에 따라 다르나 심한 폐결핵환자의 25%가 장결핵을 일으킨다.
장결핵이 심하면 설사나 복통 뿐 아니라 식욕감퇴, 변비, 체중감소 그리고 다리가 붓거나 배가 부글거릴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증세들은 대장암·궤양성대장염 등에서도 비슷하게 볼 수 있기 때문에 증세만으로는 정확한 진단이 어렵고 특수검사로 확진해야 한다.
진단은 X선 검사·장내시경검사·혈액검사·대변균배양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하게 되는데 요즘은 대장내시경 검사로 간단히 진단된다.
치료는 폐결핵과 같으나 장기적으로 해야되기 때문에 끈기를 가지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설사가 있더라도 영양식과 함께 보리차와 같은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야 하며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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