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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죄 세분화해 처벌 사각지대 없애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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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조강수
조강수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류병관

류병관

“남성 중심 사회에서 만들어진 ‘강간 신화’를 깨고 당사자의 명시적 동의가 없으면 강간죄로 규정해 제대로 처벌해야 권력형 성폭행 사건이 줄어들 것이라고 봅니다.”

류병관(49·사진) 창원대 법학과 교수는 6일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강간죄 연구 논문(‘미국 강간죄에 있어 저항과 동의에 관한 연구’)을 썼다. 안희정 사건을 맡은 서울서부지법 1심 재판부는 재판 및 선고 과정에서 해당 논문 등을 참고 자료로 활용했다.

강간 신화라는 게 뭔가
“수잔 이스트리히 하버드대 여교수가 자신이 실제로 당한 강간 경험을 토대로 쓴 ‘리얼 레이프(Real Rape)’라는 연구서에 나오는 용어다. 여성은 성폭행 당하기를 원한다. 여성이 노라고 얘기한 건 쑥스러워서 그러는 것이니 예스로 봐야 한다 등의 그릇된 인식을 말한다. 수잔 교수는 비면식범에 의한 강간보다 면식범에 의한 강간이 더 큰 사회문제라고 분석했다.

부부, 연인, 직장 상사와 직원 간에는 위력에 의한 강간 상황이 많다고 봤다. ‘노 민스 노 룰’보다 강력한 ‘예스 민스 예스 룰’을 법제화해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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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성폭력처벌 법제의 문제는 뭔가
“처벌 조항이 형법·특별법·아동성폭력법 등에 산재해 있고 강제추행, 기습추행 등 강간 전 단계까지는 한 카테고리 안에 묶어 처벌한다는 점이다.

부동산거래 계약서처럼 성범죄를 세분화해 처벌 표준계약서를 만들자는 인터넷 댓글도 등장했다. 미국은 강간죄가 1~3급으로 세분화돼 있다. 폭행, 협박 등으로 강간하면 1급이다. 살인죄 개념으로 중형에 처한다. 2급은 언어 등 간접 협박 건이고 3급이 바로 비동의 간음죄다.”

안희정 사건을 계기로 비동의 간음죄를 법제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맞다. 이번 일을 계기로 성적자기결정권을 폭넓게 인정하는 쪽으로 법률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헌법재판소가 2015년 간통죄를 폐지한 것도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성관계에 동의했는지 여부의 판단 기준이 저항 유무였다. 그런 시대는 지났다. 항상 상대방의 의사를 물어봐야 한다.”

조강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