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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의 1020 러브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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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 10명 중 9명 이상이 쓰는 카카오톡(카톡) 메신저가 6일 대규모 업데이트를 실시했다. 이번 업데이트는 젊은층 마음 잡기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업계에선 분석하고 있다. 카톡 이용 빈도가 상대적으로 적은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세대) 사용자들에게 얼마나 먹힐지 관심이다. Z세대란 밀레니얼 세대 다음 세대로 1990년대 중반 이후에 태어난 세대를 가리킨다. 이들은 텍스트보다는 영상에 익숙하고, 타이핑하기보다는 클릭 한 번으로 모바일 기기를 즐기는 것을 좋아한다.

유튜브·페북에 뺏긴 젊은층 모시기 #카톡, 검색 쉽게 디자인 단순하게 #이미 보낸 메시지 취소 기능 예정 #네이버도 화면·메뉴 젊은 분위기로 #1020세대, 러브콜 받아줄지 관심

카카오·네이버 등 국내 정보기술(IT) 서비스 기업들의 최근 화두는 Z세대를 잡는 것이다. 기성세대들에게는 카톡이 ‘국민 메신저’로, 네이버가 ‘국민 포털’로 군림하고 있지만 젊은 연령층의 카톡·네이버 이용 시간은 갈수록 줄어들는 형국이다.

카카오는 1년에 수차례씩 카톡 기능을 업그레이드하고 있지만 1020세대의 반응은 기대에 못미친다. 카카오톡이 카카오페이·쇼핑하기·주문하기 등 다양한 기능을 메신저에 넣고 있지만 이 같은 기능들이 Z세대보다는 기성세대들에게만 먹히는 것도 한계다. 이 같은 추세는 메신저 사용 시간과 사용자 수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6월 앱 조사 전문기관 와이즈앱 조사에 따르면 10대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은 유튜브가 1위(한 달간 총 76억 분)고 카카오톡은 유튜브의 3분의 1 수준인 24억 분으로 2위를 차지했다. 10대들이 사용하는 모바일 메신저 순위에서는 카카오톡이 1위였지만 페이스북 메신저 이용자도 카톡 이용자의 절반 수준이었다. 전 연령대를 통틀어 봤을 때 페이스북 메신저 이용자 수가 카톡 이용자 수의 5분의 1 수준인 것에 비하면 10대들의 페이스북 메신저 이용률은 높은 편이다.

카카오톡은 이날 개편에서 카톡 내에서 뉴스·방송·영화 등 인기 검색어를 메신저 상단에 배치해 쉽게 검색할 수 있게 하고, 프로필에 더 많은 정보를 넣었다. 아이콘도 직관적으로 바꾸고 메신저 디자인도 더욱 단순화했다. 가독성은 높이되 검색·정보 기능은 더욱 충실하게 한 것이다.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부분은 메시지 전송 취소 기능이다. 실수로 상대방에게 메시지를 잘못 보내거나 했던 말을 취소하고 싶을 때 이미 보낸 메시지를 취소할 수 있다. 카카오 측은 “6일에 실시한 업데이트에서는 적용하지 않았지만 조만간 취소 기능이 추가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종전에는 메시지를 굳이 누르지 않고도 미리보기나 팝업 메시지를 통해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카톡 전송 취소’ 기능이 들어가게 되면 받은 사람이 미리보기로 메시지를 확인한 후에도 보낸 사람에 의해 메시지가 지워질 수 있어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국민 포털’인 네이버에도 1020세대는 고민거리이자 과제다. 네이버는 10대들에게 유튜브·카카오·페이스북보다 덜 이용하는 앱이다. 네이버 첫 화면을 직관적으로 바꾸고 사용자가 원하는 메뉴로 설정할 수 있게 바꾸는 등 여러 시도를 했지만 젊은 세대들에겐 아직 그다지 효과가 작다.

카카오·네이버가 공통으로 경계하는 대상은 유튜브·페이스북이다. 기성세대들에겐 동영상·소셜 미디어 플랫폼인 유튜브·페이스북이, Z세대들에겐 각각 검색과 메신저로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10대들에게 인기가 높은 페이스북 메신저는 페이스북 앱에서 별도의 창을 띄우지 않고 메신저를 쓸 수 있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페이스북과 유사한 소셜 미디어 인스타그램의 DM(다이렉트 메시지)은 메시지를 보내고 금방 사라지게 할 수 있다. 대화 기록을 남기기 싫어 하는 Z세대들에게 어필한다.

『플랫폼 전쟁』 저자인 김조한 곰앤컴퍼니 이사는 “카카오톡과 네이버가 사용자 수를 더 늘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사용 시간을 늘리는 것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는 “Z세대를 잡으려면 Z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서비스와 콘텐트 제작을 크게 늘려야 한다”며 “네이버가 젊은 세대를 겨냥한 웹드라마 등을 선보인 ‘플레이리스트’가 좋은 예”라고 설명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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