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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 옆집이 사라졌다" 강진에 日 홋카이도 패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틀전엔 태풍 그리고 이번엔 지진이었다.

10단계중 최고 진도7 지역 대규모 산사태 #가옥이 토사에 깔리며 수 십명 행방 불명 #대형 발전소 시작으로 발전소 연쇄 정지 #"잠자다 놀라서 나가 보니 옆집이 없어져" #아베 총리 지진 2분뒤 부터 첫 지시 시작 #7월 폭우에 이어 태풍 강진에 일본 멘붕

진도 7이 관측된 일본 홋카이도 아쓰마초 산사태 현장. [로이터=연합뉴스]

진도 7이 관측된 일본 홋카이도 아쓰마초 산사태 현장. [로이터=연합뉴스]

4일 간사이 공항을 비롯한 서일본을 직격한 역대급 태풍 21호 제비에 이어 6일 오전 3시8분 홋카이도 남부에서 규모(M)6.7의 강진이 발생했다.

진앙은 삿포로 남동쪽의 이부리(胆振)지방 중·동부이며, 진앙의 깊이는 40km다.

홋카이도 아쓰마초(厚眞町)에서 진도 7이, 아비라초(安平町)에서 진도 6강이, 치토세(千歳)시에서 6약이 관측됐다. 홋카이도 전 지역에서 진도가 4이상이었다.

일본 기상청이 발표하는 진도는 흔들림이 없는 0부터 최대 7까지(5와 6은 강ㆍ약으로 나뉨) 모두 10단계다. 진도 7은 전체 10단계 중 가장 강력한 흔들림에 해당한다.

내진 설계가 미흡한 건물은 물론 내진 설계가 잘 돼 있는 건물이라도 크게 기울거나 파손될 수 있는 수준이다.

진도 7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이나 2016년 구마모토 지진 등 대형 강진때만 관측됐다.

진도 7이 관측된 일본 홋카이도 아쓰마초 산사태 현장.[AP=연합뉴스]

진도 7이 관측된 일본 홋카이도 아쓰마초 산사태 현장.[AP=연합뉴스]

홋카이도에서 진도 7의 지진이 관측된 것은 현재의 진도 기준을 채택한 1996년 이후 처음이다.

아쓰마초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사태와 토사붕괴로 인해 주택 여러 채가 묻히면서 많은 주민들의 행방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인명피해와 관련 NHK는 “오후 9시 현재 사망 5명, 심폐정지 6명, 행방불명 32명”이라고 밝혔다.

지지통신은 "홋카이도내 부상자가 360명을 넘었다"고 전했다.

곳곳에서 가옥와 도로 파손이 확인되면서 인명피해는 점점 더 늘어날 전망이다.

강진이 한밤중에 발생했기 때문에 아쓰마초 등에선 "큰 진동에 깜짝 놀라 밖으로 나와보니 옆집이 순식간에 토사에 쓸려 내려갔다"는 생생한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이번 강진으로 홋카이도 전 지역에 해당하는 295만 가구가 정전되는 초유의 블랙아웃(대정전)사태가 발생했다.

홋카이도내 전력 수요 절반을 담당해온 도마토아쓰마 발전소의 가동이 강진 때문에 긴급정지된 게 발단이었다.

대형 발전소가 멈춰서면서 홋카이도 전체의 전기 사용량과 공급량 사이의 밸런스가 붕괴됐고, 평소 일정하게 유지돼야 하는 주파수가 혼란을 일으키면서 홋카이도 내 모든 화력발전소가 멈춰선 결과였다. 도마토아쓰마 발전소의 경우 일부 발전기에서 보일러 손상등이 발견됐다.

진도 7이 관측된 일본 홋카이도 아쓰마초 산사태 현장.[AP=연합뉴스]

진도 7이 관측된 일본 홋카이도 아쓰마초 산사태 현장.[AP=연합뉴스]

6일 오후 1시35분부터 일부 지역에 대한 송전이 재개됐지만, 전기 공급 완전 정상화까지는 최소 1주일 이상이 소요될 전망이라고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경제산업상은 밝혔다.

정전으로 인해 주민들이 지진 피해 관련 정보를 얻는데 어려움을 겪자 NHK 등은 “다른 지방에 사는 분들은 홋카이도 지인들을 위해 SNS 등을 이용해 뉴스에서 방송되는 정보를 보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지진에 의한 정전으로 도마리(泊村) 원자력발전소의 외부 전력 공급이 일시적으로 끊겼지만 오후 1시쯤 전기 공급이 복구됐다. 이 원전은 1~3호기 모두 운전정지 상태로, 원자로에 핵연료는 없었다. 비상용 발전기가 가동되면서 사용후핵연료 보관 수조의 냉각장치도 별 이상 없이 가동됐다.

홋카이도의 관문인 신치토세(新千歲)공항은 정전 및 터미널 건물 파손, 누수 등으로 이날 하루 종일 완전 폐쇄됐다. 이에 따라 200편이 넘는 항공기의 운항이 보류됐다.

이날 오후 3시까지 진도 1~4의 진동을 동반한 여진이 총 64회 이어지는 등 일본은 초긴장상태다. 일본 기상청은 "앞으로 1주일 정도는 최대 진도 7의 지진에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진도 7이 관측된 일본 홋카이도 아쓰마초의 도로 붕괴 현장.[AP=연합뉴스]

진도 7이 관측된 일본 홋카이도 아쓰마초의 도로 붕괴 현장.[AP=연합뉴스]

연이은 재해에 일본 정부도 발칵 뒤집어졌다.

지진발생 1분 뒤인 오전 3시 9분 총리 관저 위기관리센터에 위기관리실이 설치됐다.

 그 1분 뒤엔 “피해상황을 조속히 파악하고, 자치단체와 긴밀히 연계하라”는 아베 신조(安倍晋三)총리의 지시가 전달됐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오전 3시 51분 첫 기자회견을 했다.

오전 5시50분에 관저에 출근한 아베 총리는 위기관리센터에서 대책을 진두지휘하며 자위대 2만5000명의 투입 등을 지시했다.

오전 8시40분부터 열린 비상재해대책 본부에서 아베 총리는 6일 발생한 홋카이도 강진, 이틀전 발생한 태풍 21호 제비, 지난 7월 서일본을 강타하며 200명이 넘는 사망자를 남긴 폭우 등 3대 재해에 관해 모두 언급해야 했다.

하루가 멀다하고 터지는 대형 재해와 일본 사회의 충격을 상징하는 장면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6일 지진 대책과 관련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6일 지진 대책과 관련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아베 총리 "간사이 국내선 7일 운항 재개"=6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간사이 공항의 국내선 운항을 우선 내일(7일) 중에 재개하고 국제선도 준비가 되는 대로 운항을 재개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열린 비상재해대책본부 회의에서 아베 총리는 "밤을 새워 배수작업 등을 하고 있다.급유시설 파손 등으로 많은 과제가 있지만 공항 복구를 위해 단계별 내용을 정하고 그 내용을 내일 밝히겠다"고 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하코다테(홋카이도)=윤설영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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