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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ㆍ9절 70주년 앞두고 대북 특사단 간 평양은 지금

중앙일보

입력

오는 9일은 북한의 정권수립 70년째 되는 날이다. 이른바 구구절(9월 9일) 70주년이다. 70년 전인 1948년 9월 9일 김일성 주석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권을 수립했다. 북한에서 9ㆍ9절은 김일성 주석 생일인 ‘태양절(4월 15일)’, 노동당 창건일인 ‘쌍십절(10월 10일)’과 함께 대대적인 기념일로 기린다. 70년 전 김일성 주석의 나이는 36세였다. 70주년인 올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나이는 34세다. 나이도 비슷하다.

정의용 국가안보 실장 등 대북 특사단이 5일 오전 성남공항을 통해 당일치기 방북길에 올랐다. 김상선 기자

정의용 국가안보 실장 등 대북 특사단이 5일 오전 성남공항을 통해 당일치기 방북길에 올랐다. 김상선 기자

9ㆍ9절을 앞둔 평양은 방문 예약이 취소되기도, 실행되기도, 또 다른 예약이 이뤄지기도 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국가정보원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4차 방북 무산과 관련해 “북한이 선(先) 종전선언 채택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5일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김상균 국정원 2차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등 5명으로 구성된 대북 특별사절단이 오전 7시 40분 성남공항에서 공군 2호기를 타고 평양으로 갔다. 전날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의 친서를 휴대할 것”이라고 밝힌 천 차관은 오른손에 갈색 가죽가방을 들고 있었다. 전날 중국중앙(CC)TV와 조선중앙통신은 리잔수(栗戰書)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이 오는 8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특별대표 자격으로 중국 공산당과 정부 대표단을 이끌고 9ㆍ9절 기념행사에 참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시 주석의 오른팔로 불리는 리 상무위원장은 중국 내 권력 서열 3위다.

이러한 정세 속에 평양은 지난 7월께부터 9ㆍ9절 준비에 몰두하고 있다. 영상은 지난 8월 17일 평양을 다녀온 중앙일보 이정민 편집국장이 취재한 장면들이다. 김일성광장은 물론 인근 평양체육관 앞 광장엔 흰색 운동복을 입은 학생ㆍ주민들이 플래카드와 깃발을 들고 매스게임 준비에 열중하고 있었다. 8월의 폭염 속에서도 이들의 9ㆍ9절 준비는 멈추지 않았다.

38노스는 9·9절 열병식 준비가 한창인 평양 미림 비행장 일대를 지난 8월 12일 촬영한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준비 기간과 훈련의 속도를 고려할 때 9·9절 열병식이 지난 2월에 열린 건군절 열병식의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22일 전했다. [연합뉴스]

38노스는 9·9절 열병식 준비가 한창인 평양 미림 비행장 일대를 지난 8월 12일 촬영한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준비 기간과 훈련의 속도를 고려할 때 9·9절 열병식이 지난 2월에 열린 건군절 열병식의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22일 전했다. [연합뉴스]

38노스는 지난 8월 22일 위성사진 업체 어스캐스트 컴퍼니가 촬영한 평양 미림 비행장 일대 위성사진을 공개했다. 열흘 전인 12일 촬영한 이 사진에 대해 38노스는 “준비 기간과 훈련의 속도를 고려할 때 9ㆍ9절 열병식이 지난 2월에 열린 건군절 열병식의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날 공개된 위성사진에는 미사일 탑재 차량으로 추정되는 대형 차량 6대를 포함해 대형트럭이 이동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후 26일 공개된 위성사진에는 대형 글자와 인공기, 오각별 형상 등 열병식 준비 장면이 담겨있었다.

평양 김일성 광장에 열병식 연습 인파(빨간 원)가 포착됐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8월 29일 보도했다.   사진은 민간 위성업체 '플래닛 랩스(Planet Labs Inc.)'가 8월 26일 평양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 단상에 가까이 노란색 3~4개 글자를, 뒤쪽 대열에서 인공기 '오각별'을 형상화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플래닛 랩스 제공/VOA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평양 김일성 광장에 열병식 연습 인파(빨간 원)가 포착됐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8월 29일 보도했다. 사진은 민간 위성업체 '플래닛 랩스(Planet Labs Inc.)'가 8월 26일 평양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 단상에 가까이 노란색 3~4개 글자를, 뒤쪽 대열에서 인공기 '오각별'을 형상화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플래닛 랩스 제공/VOA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지난 8월 이 국장이 촬영한 영상을 통해 김일성 광장 사열대가 마련되는 인민대학습당 맞은편 도로인 조선중앙역사박물관ㆍ조선미술박물관 구간 왕복 6차로에 카드섹션을 하는 인원들이 각자 서 있어야 할 곳을 점선으로 표시해둔 것이 확인됐다. 이 점선 구간은 김정은이 사열대 정면에서 가장 멀리 보이는 붉은색의 카드섹션 구간이다.

지난 2월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건군 70주년 열병식 장면. 파란색 원안이 중앙일보 이정민 편집국장이 촬영한 영상 장소다.[조선중앙TV]

지난 2월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건군 70주년 열병식 장면. 파란색 원안이 중앙일보 이정민 편집국장이 촬영한 영상 장소다.[조선중앙TV]

오는 9ㆍ9절 기념 열병식이 열리는 이 영상의 장소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등장 여부에 따라 김 위원장이 미국에 전하는‘성의’가 될 수도, 반대로 ‘통첩’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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