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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분동안 이어진 검찰 질문에 이명박 전 대통령 대답은 모두 "..."

중앙일보

입력

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은 5월 첫 공판 당시 모습. 옆에는 강훈 변호사가 앉아 있다. [중앙포토]

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은 5월 첫 공판 당시 모습. 옆에는 강훈 변호사가 앉아 있다. [중앙포토]

“피고인의 진술 거부 의사가 명확한 것 같은데, 검사님 질문을 여기까지만 하면 어떻겠습니까?(정계선 재판장)"

변호인 "검찰 공정성 믿지 못하기 때문"

“대통령 지위에 있었던 분이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습니다. 수백 명의 진술이 다 허위라는 게 변호인의 주장입니다. 이런 성격의 사건에서 답변 안하는 것 자체도 피고인의 태도로서 의미가 있습니다.(이복현 검사)"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의 질문에 답하기를 모두 거부했다. 검찰의 질문은 50분동안 이어졌지만, 이 전 대통령은 "진술을 거부하겠다"는 말을 포함해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부장 정계선)는 4일 오후 4시 20분쯤부터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피고인신문 절차를 진행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미 앞선 재판에서 강훈 변호사를 통해 "검찰의 질문에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강 변호사는 이날 신문 시작 전에도 이를 한 차례 더 강조했다. "피고인 앞쪽으로 나오시죠"라는 재판장의 말에 이 전 대통령이 피고인석에서 일어나 증인석으로 걸어나가는 동안, 강 변호사는 재판장을 향해 "대통령은 검찰의 모든 신문에 대해 증언 거부하겠다는 의사 밝혔고, 그 의사는 오늘도 변동 없다는 점 다시 한 번 확인시켜 드립니다"고 말했다.

예고했던대로 이 전 대통령은 답변을 하지 않았다. 첫 차례로 질문에 나선 서울중앙지검 이복현 검사는 자신의 오른편에 앉은 이 전 대통령을 향해 몸을 틀어 그를 마주보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질문하는 이 검사 쪽을 바라보지 않았다.

검찰은 다스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라고 의심하고 있다. [중앙포토]

검찰은 다스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라고 의심하고 있다. [중앙포토]

"피고인은 검찰 조사 및 법정에서 다스는 이상은씨가 주도해서 설립했고, 피고인은 당시 현대건설에 근무하고 있던 때여서 자세히 모른다고 하는데 사실인가요?"

"피고인은 17대 대선 당시 전재산 사회환원을 약속했고, 실제로 재단을 설립하는 등 공식적 입장은 사저 외에 재산이 없다는 것인데 이상은에게 빌린 돈은 어떻게 갚을 계획이었나요?"

대답 없는 질문은 계속 이어졌다. 재판장은 두 차례에 걸쳐 "피고인이 진술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어 질문이 큰 의미 없을 것 같다"며 그만하기를 권유했다. 하지만 이 검사는 "(이날 신문 내용이) 2심·3심에서도 보는 조서 형태로 남기 때문에 답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질문도 하지 않는 것은 좀 그렇다. (준비해 온 신문 사항을) 전부 다는 하지 않겠지만 진행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검찰은 90~120분 분량의 질문을 준비해왔으나 일부 생략해 실제 질문은 50분간 이어졌다.

세 명의 검사가 차례대로 90여개의 질문을 하는동안 이 전 대통령은 정면을 보거나 고개를 숙인 채, 의자를 좌우로 흔들거리거나 안경을 벗고 손수건으로 눈가를 닦았다. 검사석 쪽을 본 것은 중간에 피고인 신문을 계속할지에 대해 검찰과 변호인, 재판장이 공방을 벌일 때가 유일했다. 이 검사가 "피고인의 태도"에 대해 말하자 이 검사 쪽을 빤히 바라봤다. 이외에는 말하는 쪽을 향해 잠시 눈길이 가더라도 곧바로 시선을 돌렸다.

피고인 신문에서 피고인은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판단되면 답변을 해도 되지만 진술을 거부할 수도 있고, 이런 진술거부권을 행사할지 여부에 대해서 따로 말하지 않아도 된다.

이 전 대통령의 변호를 맡은 강훈 변호사(왼쪽)과 피영현 변호사(오른쪽). [중앙포토]

이 전 대통령의 변호를 맡은 강훈 변호사(왼쪽)과 피영현 변호사(오른쪽). [중앙포토]

강훈 변호사는 이날 재판 전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수사 단계서부터 조사를 거부해왔다. 검찰이 선입견을 가지고 공정하게 조사를 하지 않기 때문에 검찰의 질문에 답하기를 거부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피고인 신문은 피고인이 억울한 점을 질문과 답변 형태로 해명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니냐고 묻자 강 변호사는 "해명은 우리가 낸 증거로 충분히 입증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틀 뒤인 6일 검찰의 구형을 듣게 된다. 선고 전 마지막 재판인 결심 공판에서는 검찰의 최후 의견 진술과 구형, 변호인단의 최후 변론과 피고인의 최후 진술이 이어진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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