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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불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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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흡연자들이 앉을 자리는 날로 좁아지고 있다. 비행기는 물론 열거에서도 마찬가지다. 비행기의 경우 국내선에는 아예 끽연석이 없다. 비행장 대합실에서도 담배 피우는 사람은 저쪽 한구석에 마지못해 자리가 있을 뿐이다.
미국에서 실제로 목격한 일이다. 그레이하운드(고속버스)를 타고 장거리 여행을 하는데 어느 승객이 한가운데 자리에서 무심코 담배를 피워 물었다. 그 옆에 앉은 승객이 벌떡 일어나 운전사에게 항의를 했다.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하라는 항의가 아니었다. 그 승객을 당장 밖으로 밀어내라는 주장이었다.
차창 밖은 허허벌판이었다. 운전사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잠시 달리고 나서 결국 정류장도 아닌 곳에 버스를 세웠다. 그 승객은 꼼짝없이 추방당하고 말았다.
우리 나라는 흡연에 관한 한 선진국 축에 든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의 발표를 보면 한국 성인 남자의 흡연률은 68%였다. 세계 11위. 우리 나라보다 앞선 나라들은 중국·네팔·파푸아뉴기니·인도네시아·방글라데시 등. 물론 그 중에는 프랑스 같은 나라도 끼여있기는 하다.
제네바의 국제항공여행인협회는 요즘 비행기 안에서의 흡연문제를 설문 조사한 적이 있었다. 1백 개국 2만8천여 명의 응답자 가운데 흡연석과 금연석을 구분할 필요가 없다고 한 사람은 불과 2%였다.
구름 위에서 만의 일은 아니다. 땅 위에 사는 사람들의 시비도 만만치 않다. 호주 멜버른에서는 이런 판례가 나왔다. 멜버른 주정부 버스를 모는 59세의 금연 운전사는 남들이 피우는 담배연기 때문에 폐암에 걸렸다는 소송을 내놓아 승소했다. 흡연석을 따로 두지 않았던 회사는 5만2천 달러의 보상을 해주어야 했다.
의학자들의 권위 있는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담배 15만 개비는 폐암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 선이다. 하루 20개비씩 피우는 사람은 약20년, 청년시절부터 열심히 담배를 피운 사람은 40대가 바로 그런 시기다.
오늘 흡연과 건강의 문제를 놓고 토론하는 사람은 없다. 요즘 시중에서 하는 농담 중엔 삼불출이 있다. 일불출은 아직도 담배를 피우느냐, 이불출은 아직도 2차(술 마시고)를 가느냐, 삼불출은 현금 내느냐.
지금도 늦지는 않다. 담배는 끊는 것이 백 번 좋다. 우리 나라 30세 이상 성인남자의 사망자 가운데 16%가 일불출이라는 의학계보고서는 예사로 볼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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