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 대출에도 소득자료 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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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은행들이 앞으로는 담보를 잡고 빌려주는 대출에 대해서도 소득이 얼마인지 밝히는 증빙자료를 요구하겠다고 나섰다.

이렇게 되면 담보대출을 받을 때도 일정한 소득이 없거나 적으면 대출을 못 받거나 대출액이 줄어들 전망이다. 소득이 확실치 않으면 담보가 있더라도 연체할 확률이 높다는 게 은행 측의 주장이다.

지금은 신용대출의 경우 소득에 대한 증빙자료를 받지만 담보대출 때는 담보 물건만 확실하면 소득이 얼마나 되는지는 따지지 않는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17일 담보대출 때도 소득에 따라 대출을 차등화하기 위해 이르면 10월부터 대출 고객에게 소득이 얼마인지 증빙할 수 있는 자료의 제출을 의무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른 은행들도 조만간 이 제도를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은 우선 올해 안에 강남지역 등 부동산 투기가 일고 있는 곳부터 신규 주택담보 대출을 내줄 때 소득 증빙자료를 받고 단계적으로 대상 지역을 넓혀갈 계획이다.

소득 증빙자료를 내지 않거나 자료를 냈어도 연간 이자부담액이 전체 소득의 30%를 넘는 경우 가산금리를 크게 올리거나 대출을 거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10월부터 고객의 소득을 감안해 대출 한도를 정하는 '크레디트 리미트(Credit Limit.신용 공여 한도)'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대출 고객의 연간소득에서 생활비 등을 뺀 액수가 얼마나 되는지를 따져 대출한도를 정하는 제도다.

소득이 적으면 담보가액이 아무리 많아도 일정 한도 이상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우리은행은 이 제도를 활용해 앞으로 개인에 대해서도 신용등급을 매겨 대출에 차등을 둘 방침이다.

두 은행은 소득 증빙자료가 없는 주부의 경우 남편의 소득 가운데 일정 부분을 소득으로 인정해 주고 자영업자나 일용직 근로자 등은 의료보험료 또는 연금보험료를 역산해 소득을 산정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이 제도가 2006년부터 본격 시행되는 신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산출 때 필수적이라고 보고 이를 올해 말부터 은행권 전체가 시행토록 금융감독원에 건의할 계획이다.

한편 금감원은 지난해 11월부터 담보대출 때도 소득 증빙자료를 받도록 권고했으나 은행간 대출 경쟁 때문에 도입되지 않았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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