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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배지 아무리 좋아도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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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법 위반 혐의로 의원직을 잃은 한나라당 김정부(마산 갑) 전 의원이 12일 마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사과했다. 17대 총선을 앞두고 선거운동원에게 9400여만원의 선거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부인 정모(62)씨가 이날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된 데 따른 것이다. 선거법 제 265조는 '배우자가 선거법 위반으로 3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으면 후보자의 당선이 무효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비록 국회는 떠나지만 당직을 보유하고 백의종군하면서 고향을 위해 뼈를 묻을 각오로 봉사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말의 진실성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2년여 동안 이들 부부가 보여준, 법을 철저히 무시한 태도 때문이다.

2004년 4월 돈을 뿌리던 김 전 의원의 선거운동원들이 경찰에 붙잡혔고, 경찰은 이들에게 돈을 건넨 정씨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때부터 정씨의 잠적이 시작됐다.

김 전 의원은 "본인은 전혀 관련이 없다"며 조작극임을 강조했다.

검찰은 정씨를 조사하지 못한 채 선거운동원 등 11명과 함께 기소했다. 1심 재판부인 창원지법은 6개월을 기다린 끝에 피고인 없이 궐석(闕席)재판을 진행해 지난해 8월 정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정씨는 도피 와중에서도 법을 앞에 내세워 결백을 주장했다. 선거법 제265조가 연좌제를 금지한 헌법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변호사를 통해 위헌 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더욱이 김 전 의원도 같은 내용으로 헌법소원을 냈다. 시민단체의 항의가 빗발치자 김 전 의원 측은 "위헌 소지가 있어 문제를 제기했을 뿐"이라고 항변했다. 부인의 잠적에 대해서는 "몸이 안 좋아 병원 치료를 받고 요양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정확한 소재는 나도 잘 모른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정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뒤에도 도피 생활을 계속하다 지난해 11월 뒤늦게 출석해 법정구속됐다. 정씨는 수사와 재판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것을 방해하면서 남편의 정치생명을 연장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크게 상처를 입은 지역 유권자들의 자존심은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

김상진 사회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