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폭등 모든 화살 받은 박원순···"떠넘기기 된 상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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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10일 서울 삼양동 옥탑방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10일 서울 삼양동 옥탑방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강북 옥탑방 한달살이를 마친 뒤 야심 차게 강남·북 균형발전 정책을 내놨다가 용산·여의도 통합개발 보류 발표로 곤욕을 치른 박원순 서울시장이 여름휴가를 마치고 30일 정상 출근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박 시장은 1박2일간의 여름휴가를 마치고 이날부터 정상 출근한다. 차기 대권 주자로 주목받으며 서울의 변화를 위한 굵직한 정책을 준비하던 박 시장은 일단 부동산시장 동향을 예의 주시하며 정책 발표를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

박 시장은 월요일인 28일 새벽 참모진과 단출하게 지리산으로 떠나 종주할 계획이었느나 서울의 폭우 피해가 심하다는 소식을 듣고 29일 새벽 현장 점검을 위해 급히 귀경했다. 날씨 탓에 지리산 둘레길만 하루 동안 걷고 짧은 휴가를 마치게 된 셈이다.

서울시 공무원들과 박 시장 참모들은 답답해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부동산값을 잡기 위해 서울시장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척 제한돼 있다”며 “서울에 매우 많은 현안이 있는데, 지금 부동산 불안이 모든 현안을 압도해 일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선 현재 부동산값 폭등의 원인 진단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과연 모든 것이 ‘박원순 때문’이냐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부동산값 상승의 원인이 무엇인지 면밀하게 짚어야 한다”며 “지금은 원인을 제대로 짚지 못하고 책임 떠넘기기가 된 상황인듯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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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정부는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연일 파상공세를 펼치고 있다. 지난해 8·2대책처럼 모든 규제를 한꺼번에 쏟아낸 ‘대책’의 형태가 아니라, 청와대와 범정부가 모두 나서 순차적으로 시장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지난 21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집값 급등 지역의 공시가격 인상’ 발언으로 시작된 정부의 ‘집값과의 전쟁 2탄’은 휴일인 26일 박원순 서울시장의 갑작스러운 기자회견과 용산·여의도 통합개발 보류 발표로 이어졌다.

이어 28일에는 금융당국의 전세·임대사업자 대출 집중 점검과 대출 강화 방침이 나왔고, 29일에는 국세청이 부동산 매매 과정에서 탈세 혐의가 있는 360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30일에는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나서 투기수요를 억제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며, 종부세 인상 가능성을 거론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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