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미감정 양국간 불평등 때문|어수영·이남영 교수「대학·고교생안보 의식」논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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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국의 대학생과 고등학생들의 정치의식분포는 어떠한가. 이 물음은 급변하는 한국 사회의 한 세대 뒤의 모습을 예측하는데 유용한 물음이다.
한국 정치학회가 2, 3일 서울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개최하는 연례 학술발표회에서「한국대학생 및 고교생들의 민주의식과 안보의식에 관한 실증적 연구」라는 논문이 발표된다.
이 논문은 어수영(이대) 이남영(숙대) 교수가 지난해 전국의 대학생 1천7백53명(남자51%, 여자49%)과 고교생 2천19명(54.8%, 여자45.2%)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 분석한 것으로 앞서 제기한 물음에 대한답변을 구명하기 위해 쓴 것이다.
논문에 따르면. 한국학생들의 정치성향은 비민주적 보수세력에서 민주적 급진세력까지 고르게 분포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교수가 민주의식의 정도와 급진성의 정도를 두 개의 축으로 교차시켜 만든 정치 성향의 이념적 유형은 ①비민주적 보수세력 ②비민주적 온건세력 ③비민주적 급진세력 ④ 민주적 보수세력 ⑤민주적 온건 세력 ⑥민주적 급진세력 등 6가지.
이러한 분류에 따른 학생들의 분포는 ①9.8% ②7.7% ③5.8% ④8.1% ⑤6.7% ⑥8.9%로 나타났다. <표 참조>
두 교수는 이 6가지 그룹 중 비민주적 보수세력과 비민주적 온건세력, 민주적 보수세력 등 세 그룹을 한국의 민주발전에 방해가 되는 세력으로 규정하고「민주주의란 보수도 급진도 아니면서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 수용하면서 발전되는 정치형태」라는 기준에서 민주적 온건세력과 민주적 급진세력이 한국의 민주적 발전에 가장 바람직한 정치성향의 그룹으로 분류했다·민주적 급진세력은 현실정치가 민주적이지 못해 급진화 한 것으로 현실정치의 민주적 발전이 이루어지면 상당수가 민주적 온건세력으로 전환할 것으로 추정했다·
비민주적 급진세력은 체제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세력.
논문은 이들 중 가장 소수인 비민주적 급진세력의 존재는 보수세력(①+④)의 존재에 의해 정당성을 부여받고 있고 이들과 민주적 급진세력은 현실정치의 어두운 면 때문에 현재 일시적인 제휴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추정, 민주발전이 이루어지면 비민주적 급진세력은 급격히 쇠퇴함으로써 현재와 같은 과격한 행동의 광범위한 확산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또 이들 각 그룹들의 한반도 전쟁가능성의 위기의식, 미군역할에 대한 평가 등의 태도분석결과에 따르면 첫째 민주의식의 소유자는 비민주적 사람보다 남북전쟁가능성 내지 북한의 남침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둘째 주한미군에 대해서는 민주적인 사람들이 비민주적인 사람들보다 역할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두 교수는 위기의식은 항상 역대정권들이 정치적 궁지에 처해있을 때 보수적인 세력들의 호응을 기초로 민주세력을 위축케 하는데 이용한 것을 반증하는 것으로 우리현대정치사의 중대한 오점이라고 지적했다.
또 미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양국간의 불평등 관계에 대한 회의가 사회적으로 확산 되어 가는 추세 ▲분단에 대한 책임론이 통일에 대한 염원증대와 함께 점증되는 추세 ▲독재자동반자론, 즉 미국은 한국에 기지를 유지하는 데에만 관심이 있고 한국의 민주화는 이에 장애가 될 때 언제든지 희생된다고 믿는 미국에 대한 불신감 등을 그 원인으로 추정했다.
이밖에 시위에 대한 참여정도는 민주적 그룹이 비민주적 그룹에 비해 훨씬 높다고 지적, 정부·여당이나 매스컴이 학생시위를 급진운동권학생들만의 정치모임으로 판단, 민주정치 확립을 저해하는 것으로 치부하는 것은 잘못된 태도라고 지적했다. 다만 이들의 과격성은 현실정치의 문제가 폭력이 아니면 해결될 수 없다는 점에 기인한다고 밝히고 이점은 정치엘리트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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