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인질 외교’에서 ‘석방 외교’로 바꿨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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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억류됐던 일본인 관광객이 석방돼 27일 중국 베이징(北京)에 도착했다고 외교 소식통이 전했다.
이와 관련,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일본)정부는 전력을 다해 (이 문제에)대응하고 있다”면서도 ‘사안의 성격’을 이유로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일본 당국은 이날 석방된 일본인에 대한 건강검진과 체포 당시 상황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일본인은 이 달 초 북한 남포 지역을 여행하다 체포된 스기모토 토모유키(39)씨인 것으로 보인다.

억류 일본인 관광객 신속히 풀어줘

북한에 구금됐다 석방된 김동철(오른쪽)씨등 한국계 미국인들이 지난 5월 10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하고 있다. 사진=뉴스1

북한에 구금됐다 석방된 김동철(오른쪽)씨등 한국계 미국인들이 지난 5월 10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전날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일본 관광객으로 우리나라(북한)를 방문한 스기모토 도(토)모유키가 공화국 법을 위반하는 범죄를 저질러 해당 기관에 단속돼 조사를 받았다”며 “일본 관광객을 인도주의 원칙에 따라 관대히 용서하고 공화국 경외로 추방하기로 했다”고 석방 사실을 알렸다.

북한 당국은 그의 죄목이나 체포 경위 등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다만, 외교가에선 이달 10일을 전후해 북한을 찾은 그가 남포를 방문해 군사시설을 촬영하다 체포된 것으로 추정했다.
북한 당국은 허가되지 않은 지역에 대한 촬영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특히 군사시설에 대한 촬영은 간첩혐의를 적용하기도 한다.

북한이 이번에 일본인 관광객을 ‘신속하게’ 석방한 것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은 그동안 방문한 미국인 또는 일본인에 대해 집중 감시를 하면서 북한 최고지도자의 사진이나 구호 등 자신들이 신성시하는 선전물을 훼손하거나 비방하면 가차 없이 체포하고, 기소해 노동교화형을 선고했다. 장시간 조사 후 법적 처리를 하고, 이후 서방 국가들의 ‘사죄’와 ‘재발 방지’를 약속받은 이후에야 석방하곤 했다. 이를 국제사회에선 “인질외교”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북한의 외국인에 대한 정책이 달라졌다는 평가다. 북한 당국은 지난 5월 9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방북 때 김동철 씨 등 실형을 선고받은 뒤 복역 중이던 미국인 3명을 석방했다. 지난달엔 북ㆍ중 접경에서 북한 지역으로 들어갔던 한국인 서 모 씨를 16일 만인 지난 7일 판문점을 통해 남측에 인계했다. 이 때문에 북한이 최근엔 '석방외교'를 활용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일각에선 국제사회의 ‘인질외교’라는 비판과 인권을 인식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또 “북한이 여러모로 선처를 했으니 나중에는 일본이 양보하라”는 식의 명분 쌓기일 가능성도 있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올해 들어 중국과 관계 개선에 이어 미국과도 빅딜을 추진하고 있다"며 "일본을 통한 트럼프 설득 작전 또는 향후 일본과의 국교정상화를 위한 협상 등을 염두에 뒀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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