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용"(한나라당 이계진 대변인)에서부터 "2차 정상회담에 대한 의지의 표명"(열린우리당 최성 의원)까지…. 발언 배경과 의미를 놓고 정치권의 해석은 제각각이다. 학계도 마찬가지다. "대북 독자노선 천명""6자회담 재개를 위한 유인책" 등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정작 해당 부처인 통일부나 외교부는 '이게 진짜 대통령의 뜻'이라고 자신 있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당국자들은 그 이유를 "노 대통령의 발언이 미리 관계부처 간 조율을 거친 게 아니라 즉석연설 형태로 나왔기 때문"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한 당국자는 "정제되지 않은 발언"이라고도 했다.
대북 문제를 맡고 있는 이종석 통일부 장관만 해도 그렇다. 이 장관은 9일 개성 방문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재)방북이 이뤄지기 전에 자꾸 이슈화되는 걸 동교동 측도 바라지 않고 있으며, 정부나 북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몇 시간 뒤 노 대통령은 DJ의 방북을 이슈화했다. 이 장관은 결과적으로 거짓말을 한 셈이 됐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 시절부터 대북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대통령과 충분히 교감해온 이 장관인데도 그랬다. 12일 방송 인터뷰에서도 이 장관은 "제가 정확하게 모르겠다" "그렇게 이해하고 그렇게 듣고 있습니다"라는 자신 없는 발언만 되풀이했다.
미리 귀띔을 받지 못해 황당해하는 건 방북을 앞둔 DJ 측도 마찬가지다. 11일 DJ를 만나고 나온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 초청을 받아가는 분에게 애매하게 부담을 지우는 건 도리가 아니지 않으냐"고 말했다. 미국 등 관계국에 대통령의 발언을 설명해야 할 외교부 관계자들은 "사전에 들은 정보가 없어 답답하다"고만 말하고 있다. 노 대통령의 몽골 발언은 지금까지는 적어도 로드맵이 뒷받침되지 않은 '나 홀로 구상'인 셈이다.
◆ 정책으로 현실화될까=연정론이 그랬듯 대통령의 몽골 발언은 이미 굴러가기 시작했다. 관건은 어떻게 현실화되느냐다. 미국의 대북 압박책과 북한의 맞대응이 맞서면서 6자회담은 출구 없는 동굴 속에 갇혀 있다. 노 대통령 발언은 남북관계 진전을 통해 우리가 주체적으로 돌파구를 찾아보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종석 장관은 "상황 타결을 위해 미국도 여러 가지를 해봤지만 일정한 한계가 보이니까 이제는 우리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상대인 북한의 태도 변화를 유도할 방안이 뭐냐는 점이다. 그래서 대통령의 몽골 발언이 앞으로 어떻게 구체화될지가 관심이다. 정부 당국자는 "당장은 준비되거나 논의된 게 없다"며 "대통령이 귀국하고 나면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겠느냐"고 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구상은 위험도 안고 있다. 우리가 주체적으로 해법을 찾겠다고 나섰는데도 불구하고 성과가 없을 경우 미국은 대북 압박의 강도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어려운 한.미 관계는 더 가혹한 시련을 겪을 수 있다.
박승희.이영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