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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탐·구 ④ 경남도지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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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 열린우리당 김두관 후보는=시골 마을 이장에서 최연소 군수로, 또 44세의 행정자치부 장관까지. 사람들은 그를 '리틀 노무현'이라 부른다. 두 사람 사이엔 공통점이 많다.

김 후보는 1995년 당시 여당인 민자당의 아성이던 영남에서 무소속 후보로 남해군수에 당선된다. 만 36세, 최연소 군수였다. 98년 재선에 성공한 뒤 2002년 경남지사에 도전했다. 새천년민주당 후보였다. 민자당 후보가 아니면 낙선이 불 보듯 뻔한데도 부산지역의 총선과 시장 선거에 거듭 출마했던 노 대통령과 닮은 점이다.

경남지사 도전에 실패한 그는 노 대통령의 대선을 도왔다. 노 대통령은 당선된 뒤 그에게 "김 군수, 청와대에 들어와 나 좀 도와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후보는 용기를 내 "청와대보다 내각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다. 그가 참여정부 초대 행자부 장관이 된 결정적 계기다. 그러나 행자부 장관 재임 기간은 7개월을 넘지 못했다. 당시 제1당이던 한나라당이 한총련 시위를 문제 삼아 김 후보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그는 이어 17대 총선에서 남해에 출마했다. 결과는 낙선. 그러나 사람들에게 그의 '우직함'을 각인시켜 준 계기가 됐다.

2월 열린우리당 최고위원에 당선된 그는 다시 '험한 길'로 들어섰다. 당선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지만 그로서는 피해갈 수 없는 도전이다. 김 후보는 12일 "매일 1%포인트 가까이 지지율이 상승하는 걸 느낀다"며 희망을 내비쳤다.

-장관 경험이 짧았고 군수 외엔 행정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동의할 수 없다. 현 김태호 지사는 지사에 당선되기 전 2년의 군수 경력밖에 없는 인물이다. 나는 두 차례에 걸쳐 모두 7년간 군수로 일했다. 행자부 장관은 7개월밖에 안 했다지만 대통령과 총리의 질책을 받아가면서까지 주민투표법을 도입했다."

-노 대통령의 후광으로 장관과 최고위원직에 올랐다는 평가가 있는데.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단편적 평가다. 노 대통령의 배려를 받은 것은 인정하지만 척박한 경남 지역에서 기득권과 싸우면서 주민의 사랑을 받은 점이 오히려 더 인정받은 부분이라고 본다.

-낮은 당 지지율을 뛰어넘어 역전할 비책이 있나.

"정책으로 승부하겠다. 나는 중앙과 지방 살림을 다 경험해 봤고 정치적으로 역량이 있는 만큼 역동적인 경남을 만들겠다는 정책으로 다가가겠다."

◆ 한나라당 김태호 후보는="너는 공무원을 하면 백성을 굶길 놈이다. 소 여물도 못 먹이는 놈이 뭘 하겠느냐."

한나라당 경남도지사 후보로 재선에 도전하는 김태호(44) 현 지사는 초등학교 때 부친에게 들었던 질책을 지금도 종종 떠올린다. 경남 거창의 농촌에서 태어난 김 지사는 소문난 장난꾸러기였다. 말썽만 부리던 아들이 TV에 빠져 소 여물 주기를 잊자 급기야 아버지 입에서 험한 말이 나온 것이다.

무뚝뚝한 아버지는 중학교만 마치고 농사를 짓겠다는 아들에게 "농약병의 영어는 읽어야 할 것 아니냐"며 거창농고에 입학시켰다. 뒤늦게 철든 아들은 서울대 농대에 합격했고 박사 공부까지 마쳤다.

그에게 새로운 인생 길이 보인 것은 대학 시절. 부친이 막역했던 김동영 전 정무1장관에게 서울 간 아들의 숙식을 부탁하면서다. 김영삼 전 대통령(YS)의 측근인 김 전 장관 집에 살면서 자연스레 정치인들을 만나게 된다. 대학 졸업 후 군 복무를 마친 그는 92년 14대 총선을 앞두고 김 전 장관의 지역구를 물려받은 이강두 당시 민자당 후보 캠프로 가면서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98년 지방선거에서 경남도의원에 당선됐다.

4년 뒤엔 거창군수가 됐고 2004년 6.5 재.보선에서 42세의 나이로 경남도지사에 올랐다. 김 지사는 재임기간 중 남해안 발전 프로젝트와 산업경제.농업 등 도정 발전 5대 분야의 로드맵을 작성한 것을 가장 큰 업적으로 내세운다.

-김 지사가 추진하는 마산 준혁신도시가 경쟁 후보로부터 현실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는데.

"도 차원에서 충분히 실현시킬 수 있다. 공공기관 이외에 산업체.대학.연구소 등도 유치할 수 있다."

-지사로 근무하면서 당의 중진의원들에게 휘둘린다는 지적이 있다.

"내가 나이가 적어 당 선배들에게 깍듯하게 예의를 갖추다 보니 그런 오해가 생기는 모양이다. 공무원 노조도 있어 국회의원이 영향을 주려 해도 그럴 여지가 없다."

-40대 단체장으로서 장악력이 떨어지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있는데.

"지시 일변도의 공무원 사회 분위기를 바꾸려 노력했다. 과거식으로 인사권을 휘두르며 조직을 장악하려 하지 않는다. 창의성이 발휘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게 시대 흐름이다."

◆ 민주노동당 문성현 후보는='정통'노동운동가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울산의 동양기계(현 S&T)에 취업해 노동운동을 시작했다. 민주노총 금속연맹위원장, 민주노동당 경남도당위원장 등을 역임하고 2월 민주노동당 대표가 됐다. 당내에서 자주(NL) 계열로 분류되는 그는 양대 세력인 범좌파(PD) 계열과의 통합을 강조했다. 문 후보는 "공공부문에서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앞장서 실현해 고용의 안정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김두관 열린우리당 후보가 제안한 후보단일화 제안을 일축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이라크 파병, 그리고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전혀 다른 입장"이라는 게 이유였다.

◆ 국민중심당 김재주 후보는=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 공무원' 출신이다. 1965년 부산시교육청 공무원으로 시작해 무려 33년간 공직에 근무했다. 이 세월 동안 몸에 익힌 성실함과 행정 경험이 그가 내세우는 무기다. 김 후보는 "기반이 취약한 경남 지역에서 국민중심당 후보로 나온 것은 무에서 유를 창조해 왔던 공직생활 때의 철학과 궤를 같이한다"고 말했다.

강주안.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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