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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바람 그리고 칵테일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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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8호 28면

이지민의 “오늘 한 잔 어때요?” <57> 루프탑 바 & 라운지 ‘사이드 노트 클럽’

40도에 육박하던 날씨가 한풀 꺾였다. 창문을 열어 젖히니 바람이 살랑 불어온다. 황혼 무렵의 아름다운 노을과 코끝을 스치는 바람 바야흐로 루프탑 바를 즐길 때다.

오늘 소개할 곳은 지난 4월 서교호텔 자리에 신축된 ‘라이즈 오토그래프 컬렉션(RYSE, Autograph Collection)’ 15층에 있는 ‘사이드 노트 클럽(Side Note Club)’이다. 청담동의 유명 몰트바 ‘르 챔버(Le Chamber)’와 협업해 문을 연 루프탑 바 & 라운지 다. 월드클래스 바텐더들이 선보이는 클래식 칵테일부터 옹기 숙성 칵테일, 전통주 칵테일, 고객이 재료를 골라 창의적인 칵테일로 탄생하는 커스텀 칵테일까지 다양하다. 칵테일은 2만 5000원 선. 커버 차지(자릿값)는 받지 않으며, 발렛파킹도 무료다.

내부로 들어서면 옥호가 담긴 핑크빛 네온사인과 함께 캐주얼한 분위기의 쾌적한 공간이 펼쳐진다. 금·토요일 밤에는 호텔에서 직접 선정한 1000개의 바이닐(Vinyl) 컬렉션과 DJ 소울스케이프가 큐레이팅한 음악이 분위기를 달군다.

사이드 노트 클럽은 르 챔버와 바 스틸을 운영해온 박성민 오너 바텐더가 이끌고 있다. 바텐더 16년차에 접어든 그의 경력은 화려하다. 한국 최초로 디아지오 주관 월드클래스 바텐더 대회에서 2013~2014년 2년 연속 우승했으며, ‘돈스오브데킬라(Don’s of Tequila)’ 2015년 코리아 우승, 글로벌파이널 준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실력파다. 월드클래스 바텐더 대회의 경우 무려 6개월간 진행된다. 200명으로 시작해 최종 2명이 경합을 벌여 우승자를 가리는 만만치 않는 대회다.

그런데 이곳은 그가 기존에 운영해 온 바와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한동안 스피크이지 바(Speakeasy Bar)가 유행을 했지만 이제 트렌드가 바뀌고 있습니다. 칵테일 자체의 맛과 풍미를 즐길 수 있는 정돈되고 쾌적한 환경이 바의 핵심이 되고 있어요. 여기에 ‘욜로’ ‘워라벨’ ‘소확행’ 같은 트렌드가 맞물리며 탁 트인 풍경을 보며 여유롭게 칵테일 한 잔을 즐기는 것이 최근 의 추세입니다. 홍대의 야경을 비롯해 국회의사당, IFC몰, 한강까지 한눈에 보이는 풍광이 아주 좋지요.”

칵테일은 홍대의 감성과 루프탑의 자유로움을 담아 개발했다고. “늘 새로운 걸 창출해내는 과정이 즐겁습니다. 의외의 조합에서 새로운 맛을 찾는 재미랄까. 손님들이 즐겁게 맛보는 모습을 보는 것도 큰 보람입니다.”

오늘은 루프탑의 노을을 바라보며 마시기 좋은 칵테일 2종과 박 대표가 공들여 개발한 전통주 칵테일 4종을 소개한다.

바에 자리를 잡고 가볍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마시기 좋은 칵테일은 벨리니(Bellini)가 제격.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칵테일로 화가 지오바니 벨리니의 이름을 땄다. 생복숭아를 레몬주스와 함께 갈아낸 뒤 프로세코를 추가해 마무리하는데, 달콤한 복숭아의 풍미와 스파클링 와인의 상쾌함이 어우러져 늦여름을 만끽하기 좋다. SNC 뮬(SNC Mule)은 시그니처 칵테일. 클래식 모스코뮬에 라즈베리와 로즈 워터를 첨가해 만드는데, 장밋빛 컬러와 화려한 복합미가 로맨틱한 노을과 아주 잘 어우러진다.

다음은 기대가 컸던 전통주 칵테일. “그동안 진·보드카 등 보편적인 베이스로 만들어왔는데, 전통주의 다양한 재료와 풍미가 칵테일 재료로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가 선택한 술은 충남 예산사과와인의 사과 증류주 추사, 차조와 보리를 발효·증류한 제주 고소리술익는집의 고소리술, 담양 추성고을의 고구마 증류주 해원, 솔잎을 사용하는 솔송주를 증류시킨 함양의 담솔까지 4종이다.

먼저 아임 딜리셔스(I’m delicious)는 딜리셔스라는 미국 사과 품종의 이름에서 착안했다. 추사와 버번 위스키를 사용해 오크와 바닐라향을 강조했고, 복숭아 퓌레와 피스타치오 덕분에 잘 익은 과실의 풍미와 고소함, 부드러운 질감을 느낄 수 있다. 더 스톤 콜드 라테(The stone cold latte)는 일본 여행 길에서 영감을 받았다. 고소리술에 직접 만든 호지차 라떼를 넣고, 타임 허브와 아니스를 얹어낸다. 오사카 시장에서 공수해온 돌 모양의 자기 잔을 차갑게 해서 내는데, 걸쭉한 밀키함과 함께 약간의 단맛과 쓴맛이 묘한 풍미를 자아낸다.

스윈들러 사워(Swindler sour)는 통영의 고구마술 해원으로 만들었다. 고구마 술 특유의 강렬한 풍미에 그라빠를 더해 꽃의 풍미를 강조했다. 레몬의 신맛을 오래 부드럽게 갈아 올린 계란 흰자가 부드럽게 마무리한다. 양조장에 대한 응원의 뜻으로 작은 국화가 올라간다. 르 핀 알레(Le pin-ale)는 함양의 담솔에 버터를 인퓨전하고 프랑스의 허브술인 샤르틀뤼즈에서 직접 만든 유칼립투스 에센스를 더해 드라이하면서도 복잡한 풍미를 뽐낸다.

박 대표가 인생의 칵테일이라고 손꼽는 사즈락(Sazerac)도 놓칠 수 없다. 안주는 가볍게 즐기기 좋은 치즈와 샤퀴테리, 미니 삼겹살 샌드위치, 씬 크러스트 피자, 멜론 프로슈토 등이 있다. 마지막으로 꿀 정보 하나! 63빌딩과 한강이 보이는 이곳에서 여의도 불꽃 축제를 즐길 분들은 미리 예약하시길!

‘대동여주도(酒)’와 ‘언니의 술 냉장고 가이드’ 콘텐트 제작자이자 F&B 전문 홍보회사인 PR5번가를 운영하며 우리 전통주를 알리고 있다. 술과 음식, 사람을 좋아하는 음주문화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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