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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삼국 궁예의 관심법(觀心法)이 21세기에 망령으로 살아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법치가 무너졌다!"
24일 오전 10시40분, 서울고등법원 312호 재판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징역 25년 및 벌금 200억원'이 선고되자 법정 안이 소란해졌다.

헌정 사상 처음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2심에서 징역 25년으로 형량이 늘었다. [연합뉴스]

헌정 사상 처음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2심에서 징역 25년으로 형량이 늘었다. [연합뉴스]

이날 2대1의 경쟁률을 뚫고 재판에 들어온 25명의 지지자들은 선고 이후 가슴을 치며 한숨을 쉬다 고함을 치는 등 항의를 이어갔다. 이들 중 상당수가 60대 여성이었다. 특히 이들은 형량 선고 직후 "법치가 무너졌다""특검을 용서하지 않겠다"며 목소리를 높인 뒤 김문성 재판장의 이름을 거론하며 욕설을 이어갔다. 결국 법정 경위들이 제지에 나서자 법정은 겨우 진정을 찾았다.

추징금 72억 선고되자 고개 떨군 최순실

오전 11시에는 같은 법정에서 박 전 대통령과 공범으로 기소된 최순실(62)씨와 안종범(59)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선고 공판이 이어졌다. 재판부가 안 전 수석에 대해 1심보다 1년 낮은 징역 5년과 벌금 6000만원이 선고하자 한 60대 여성은 "폴리바기닝해 형 깎으니 좋냐"고 외쳤다. 이날 재판에 출석한 최씨는 '징역 20년, 벌금 180억원, 추징금 72억' 등 자신의 형이 선고되자 고개를 떨궜다.

최순실 씨가 지난달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순실 씨가 지난달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선고를 앞두고 법원은 법원 내·외부에 검문 인력을 늘리고 철저한 소지품 검색을 이어갔다. 물통이나 우산 등을 모두 압수하는 등 검문이 강화됐다. 법원에 들어오지 못한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유튜브 생방송 등을 통해 법원 모습을 전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부터 재판에 나오지 않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은 이날 항소심 선거공판에도 나오지 않았다. 이날 재판은 박 전 대통령 없이 국선변호인 3명이 출석한 채 진행됐다.

최순실씨 변호인, "궁예의 관심법으로 재판"  

한편,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재판 전 법정을 찾아 "오늘 재판은 정치 재판"이며 "박근혜 대통령은 당연히 무죄"라고 말했다.

재판이 끝난 뒤 최씨 변호를 맡고 있는 이경재 변호사는 항소심 재판부가 박 전 대통령과 삼성·롯데·SK 등 대기업 사이에 묵시적인 청탁이 있었다고 판단한 것을 두고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이 변호사는 선고 직후 “후삼국시대 궁예의 관심법이 21세기에 망령으로 되살아났다”고 비판했다. 그는 "묵시적 공모 인정을 합리적이고 엄격한 기준 없이 확대한다면 수많은 원혼을 만들 수 있다”며 "묵시적 의사 공모에 대한 재판부의 유죄 논지는 대단히 위험하다. 1심 재판부가 묵시적 의사 공모를 배척하지 못한 것은, 법리의 문제라기보다 용기의 문제였다”고 말했다.

또 "법률상 의미 있는 범주에서 (박 전 대통령과 최씨는) 공동체 관계가 아니다. 이런 관계를 공모 공동정범으로 인정하거나 기능적 행위지배가 존재한다고 판단한 것은 법리상으로나 논리상으로도 사상누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특검이나 검찰특수본 등이 군중여론에 편승해 선동적이며 독선적 법리궤변으로 기소했고, 1심 재판부에 이어 항소심 재판부도 그 압력을 극복하지 못했다. 현재로써 2심은 1심의 반복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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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소희 기자 jo.so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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