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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에듀]"봉사·독서·동아리를 교과, 진로와 연결하라"

중앙일보

입력

대입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21일 정부는 2022학년도 대입안의 얼개를 발표했다. 뜨거웠던 논란에 비해 획기적인 변화는 없었다.
제자들의 대학 진학을 위해 일선 교단에서 매년 ‘전투’를 치르고 있는 고교 진학담당 교사를 만났다. 김혜남 교사(58·문일고 영어)는 서울시교육청 대학지원단 부장, 서울시 진학교사협의회 부회장 등을 맡고 있다. 연세대·성균관대·중앙대·한양대의 입시자문교사로도 일했다.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진학 지도에 나서는 교사다. 『입신이 본 입시 명문고 진학 비책』 등 진학 관련 서적도 10종 넘게 펴냈다.

김혜남 문일고 교사는 수능 개편안으로 정시가 확대됐지만 큰 틀에서는 그 전과 바뀐 부분이 많지 않다고 진단했다. 중요성이 점점 커지는 학생부 종합전형의 경우 학생은 물론 교사와 학교가 열의를 갖고 준비하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게 김 교사의 경험이다. 장유진 인턴기자

김혜남 문일고 교사는 수능 개편안으로 정시가 확대됐지만 큰 틀에서는 그 전과 바뀐 부분이 많지 않다고 진단했다. 중요성이 점점 커지는 학생부 종합전형의 경우 학생은 물론 교사와 학교가 열의를 갖고 준비하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게 김 교사의 경험이다. 장유진 인턴기자

-이번 대입 권고안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무엇인가.
“정시가 확대됐다. 정시 확대로 인해 특목고와 자사고가 유리해졌다. 수능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강한 강남 8학군도 입시 경쟁에서 조금 숨통이 트였다.”

[교육+혁신 인터뷰]김혜남 문일고 교사 #대입 교육부안 특목고·자사고에 유리 #학종은 교사와 학교의 준비 과정도 중요 #일본은 2020년부터 서·논술형 대입전형 #사고력 평가 IB도입도 고려할 만

-정부는 정시 30% 이상 선발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 주요 15개 대학은 이미 이전에 27% 이상 정시를 통해 선발했다. 별 차이가 없는 것 아닌가.
“서울 주요 대학 가운데에서도 상위권 대학은 정시 모집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고려대는 정시의 비율을 15% 정도로 낮추기도 했다. 권고안을 따를 경우 최상위권 대학에서 정시의 변화 폭이 상대적으로 더 클 것이다.”

- 자녀의 대입 전략을 짤 때 수시와 정시 중 무엇을 골라야 하나.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전국 모의고사를 본다. 이때 국·영·수 성적이 중요하다. 국·영·수가 강한 학생은 정시도 잘 볼 가능성이 크다. 물론 국·영·수 성적이 좋은 학생의 경우 정시를 준비하며, 수시도 함께 노리는 경우가 많다.”
전국 모의고사 성적은 잘 나오지 않지만, 내신에 상대적으로 강하고, 다양한 활동을 주도적으로 할 수 있다면 수시를 통해서 대입의 활로를 찾을 수 있다.

- 자녀가 있는가. 수시와 정시 중 무엇으로 진학했나.
“두 명의 자녀가 이화여대에 진학했다. 수시를 통해 대학 진학을 노렸지만, 둘 다 재수를 통해 정시로 대학에 진학했다. 목동 지역에서 고등학교를 나와 내신 경쟁이 치열했다.”

- 수시로 대학을 진학한 학생이 정시로 진학한 학생에 비해 더 우수하다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실제 현장에서 내가 느끼는 감은 좀 다르다. 수능은 결코 단순 암기만으로 풀 수 없다. 범위도 넓고 비판적이고 종합적인 사고력을 갖춘 학생이 훨씬 좋은 성적을 받는다. 정시로 합격한 학생 중에는 대학에 입학한 뒤에도 좀 더 좋은 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학과 공부를 등한시하고 재수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 때문에 수시로 입학한 학생이 정시 학생보다 학점이 높다는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닌가 싶다. 학년이 높아진 뒤 등록금을 받는 학생은 정시에서 합격한 학생이 더 많다는 의견도 있다.”

김혜남 교사의 책『입신이 본 입시 명문고의 진학비책』이다. 학종시대에 원하는 대학과 희망하는 전공을 찾아가는 방법에 대해 서술했다.

김혜남 교사의 책『입신이 본 입시 명문고의 진학비책』이다. 학종시대에 원하는 대학과 희망하는 전공을 찾아가는 방법에 대해 서술했다.

- 학생부 종합전형의 경우 선생님이 학생에 관해 기술하는 내용이 매우 당락에 중요한 변수가 된다. 어떤 선생님을 만나느냐가 입시에 중요변수가 되는 것이다. 로또처럼 운이 많은 것을 좌우한다.
“그런 면이 있다. 열정을 가지고 빠르게 적응하고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사와 학교가 있고, 상대적으로 적응이 느린 교사와 학교도 있다. 교육청에서 나오는 매뉴얼에 있는 정형적인 문구에 의존하는 타성에 젖은 교사도 있고, 학생부 기록 워크숍까지 하면서 열정적으로 하는 선생님도 있다.”
교육부는 17일 현재 중학교 3학년이 치르는 2022년 대입부터 교사추천서 제도가 폐지된다고 했다. 교사 추천서는 폐지되지만, 더 중요한 건 학생부에 교사가 학생에 대해서 기재하는 세부 능력 특기사항이다. 여전히 어떤 선생님이 얼마나 정성껏 써주느냐가 중요한 변수다.

◇세부능력 특기사항의 기술 비교

A고교
국어: 수업 시간에 차분한 태도로 수업을 경청하며 팀원들과 조화로운 자세를 유지하는 협동학습에 두각을 나타냄.

B고교
문학2: 문학 작품과 문학 감상법에 관한 배경지식이 다른 학생보다 뛰어나 수업시간에 교사의 설명을 이해하는 속도가 빠르며 분석적인 사고에 능해 다른 학생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내용에 대해 예리한 질문을 자주함. 기본적인 독해 능력을 갖추고 있어 문학 작품 감상에 있어서도 큰 어려움이 없으며 소설과 영화 감상문 쓰기를 통해 서사를 폭넓게 이해한 것을 발표하여 큰 호응을 얻음. 한용운 시인 전집을 읽고 작가의 생애와 작품 경향을 분석한 소논문을 작성함.

- 중학생의 경우, 어떤 고등학교를 진학해야 하나. 특목고·자사고·일반고·특성화고의 특징과 장단점은.
“특목고와 자사고는 우수한 아이들이 양질의 교사로부터 수업을 받으며 학업에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내신 경쟁이 치열하지만, 대학에서는 여러 방법으로 내신은 낮지만 우수한 특목고와 자사고 학생을 받아들이기 위한 방안을 짜내기도 한다. 특성화고의 경우 취업을 우선으로 한다. IT(정보기술) 쪽에 종사하는 학부모는 대입보다는 취업이 우선이라며 이쪽으로 자녀의 방향을 트는 경우도 있더라. 특성화고에서 아주 우수한 성과를 내면 별도의 전형을 통해 대학에 진학하는 방법도 있다. 일반고는 편차가 크다. 지방과 서울 일부 지역의 일반고의 경우에는 전교 1등도 수능 최저등급을 맞추지 못해 상위권 대학 진학을 못 하는 경우도 많다.”

-학생부 종합전형을 잘 준비하는 학교는 어떤 노력을 하는가.
“수시 명문고에서는 학생들의 진로를 고려해 다양한 교육과정을 제공하고, 차별화되고 심도 있는 다양한 비교과 프로그램을 수행한다. 이를 바탕으로 학생부에 기록도 구체적으로 한다. 기록의 양과 질에서 큰 차이가 난다. 학생부의 기록을 보면 한 줄이라도 더 충실하고 세밀하게 써주기 위해서 학생과 과목 교사가 협의하고 소통한다. 선생님들을 진학 전문가로 만들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한다.”

-(특목고·자사고·8학군의 학교를 제외하고) 수시 대비를 잘하는 학교를 꼽는다면.
"인창고등학교 같은 곳이 그렇다. 수시를 잘 준비하는 학교들은 일단 교사 중에 선구자가 있어야 한다. 수시가 굉장히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다. 관찰하고, 프로그램을 만들어줘야 한다. 이게 보통 일이 아니다.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많이 진학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연구도 하고, 워크숍을 하면서 계속 변화한다. 대체로 학생부 종합전형을 잘하는 학교는 사립이 많다. 공립은 학생부만 봐도 신경을 별로 쓰지 않는 티가 난다."

-선생님이 계신 문일고는 어떤가.
“문일고는 지난해 서울대에 3명, 연고대에는 20명 가까이 진학했다. 서남권 고등학교 중에서 인기가 좋고 입학 경쟁률도 높은 학교다.”

-학생부 종합전형이 중요하다면, 교과와 비교과 활동의 균형은 어떻게 맞춰야 하나.
“서울 주요 대학 입학처장이 모여서 한 이야기가 있다. 대학이 원하는 인재는 다른 활동을 잘하는 인재가 아니다. 학업을 잘하는 게 기본이다. 비교과 활동 때문에 교과 활동에서 낮은 성적을 받는다면 의미가 없다. 비교과 활동은 교과의 연장 선상에 이뤄져야 한다. 교과와 연계를 이루면서 서로 시너지를 내는 비교과 활동을 하는 게 중요하다.”
김혜남 교사는 봉사, 독서, 동아리 활동에 대한 연계도 강조했다. 봉사·독서·동아리 활동이 하나의 맥락 속에서 자신의 진로와 교과 과목에 대한 흥미와 연결돼 있어야 한다.

- 향후 입시가 어떤 방향으로 바뀌어야 좋은 학생을 길러낼 수 있다고 보는가.
“일본은 2020년부터 대입 시험을 서술·논술형으로 치르기로 했다. 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IB) 같은 제도를 도입하는 게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사교육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그러나 주입식 사교육이 아니라, 생각하는 힘을 키워주는 사교육이라면 생각해 볼 가치가 있다.” 이해준 기자·장유진 인턴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IB)는?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국제학위협회가 인증하는 교육프로그램. 초중고 과정이 있다. 대학에서 인정하는 학위를 취득하는 고등과정을 IB디플로마라고 부른다. 이를 미국 대학 시험인 SAT와 함께 제출하면 아이비리그 명문대학 입학에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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