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해야할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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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회운영과 정치가 모두 당궤를 벗어난 느낌이 짙다.
5공화국유산 청산을 위한 5공 및 광주특위의 청문회와 문공위의 언론청문회가 국회활동의 전부인양 비쳐지는 오늘의 현실은 아무래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여야는 다같이 5공 유산의 조기청산을 외치면서도 그 핵심 작업의 하나인 악법개폐 작업에는 등한히 하고있어 부지 하 세월이란 인상도 주고 있다.
그럼에도 야당총재들은 기회 있을 때마다 정부에 대놓고 악법개폐에 성의를 보이라고 외치는 자가당착을 부끄러운 줄 모르고 주장하고 있다. 여소 야 대의 국회에서 정부에 대해 어떻게 고치라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런가 하면 5공·광주특위와 문공위의 공청회는 텔레비전 생중계만 염두에 둔 일정 짜기에 급급한 형편이다.
하루라도 구시대의 악몽에서 벗어나자는 국민적 공감대에서 특위활동을 하는 게 아니라 텔레비전 생중계라는 「잿밥」에만 눈이 어두워 서로 타 위원회에서 잡혀진 일정을 피하느라고 눈치보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물론 국민들의 관심이 폭발적이니까 그럴 수도 있다고 이해가 안 가는 바는 아니나 진실규명의 작업이 꼭 TV생중계를 통해야만 가능한 것인지 모르겠다.
청문회 활동과 예결위의 예산안 심의를 빼놓고는 국회가 요즘 뭐 하는 곳인지 모를 정도로 국회운영에 여야, 특히 야당 측이 등한히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추곡수매가 다 끝나 가는 시점까지 수매가와 수매량에 대한 국회동의절차를 밟지 못하는 기형적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추곡수매의 국회동의 절차를 염불 외듯 고창해 쟁취한 야권이 그 첫 시행에서부터 자신들의 무성의로 농민들이 받는 불편과 피해를 한번이나마 진지하게 냉각해봤는지 의심이 갈 정도다.
여야의원들은 청문회와 예결위 활동으로 시간이 없어 다른 것은 돌볼 겨를이 없다고 변명할지 모르나 국민들이 이에 얼마나 공감할 것인지.
여야는 이제 평상심을 되찾아 국회가 해야할 일을 성심 성의껏 해서 국민의 신뢰를 되찾도록 해야할 것 같다. 이수근<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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