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4km 거북이' 솔릭, 충남 아닌 전남 상륙···美·日이 먼저 찾았다

23일 오전 제주시 서사로 중앙분리대 일부가 쓰러져있다 [뉴스1]

‘역대 최대 피해’ 우려로 전국을 비상대기로 몰아넣은 제19호 태풍 ‘솔릭’이 예상과는 달리 제주 해상에서 거북이걸음을 하고 있다. 23일 오후 1시 기준 솔릭은 제주 서귀포 서쪽 90km 부근 해상에서 시속 4km로 북진 중이다. 초당 1.1m의 속도로, 사람의 빠른 걸음과 비슷한 속도다.

23일 오후 12시 기준 제 19호 태풍 '솔릭'의 예상 진행경로. [사진 기상청]

내일 아침에야 상륙... 미·일 기상청 시나리오와 비슷

오후 1시 기준 솔릭은 최대풍속 126km/h(초속 35m)의 강한 중형태풍이지만 진행 속도는 3시간 간격으로 새 예보가 나올 때마다 절반으로 떨어지는 중이다. 진행 경로도 점점 남동쪽으로 치우쳐 기상청은 태풍 발생 초반에 내놓았던 ‘충남 서해안 상륙’ 시나리오와는 달리 솔릭이 24일 오전 6시에 전북 군산에 상륙할 것으로 내다봤다. 느린 북상 속도 때문에 상륙 시점도 예보 때마다 늦춰지고 있다. 기상청 윤기한 사무관은 이에 대해 "태풍이 북서진 하다가 북동진으로 방향을 트는 지점이라 더 느린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솔릭의 최종 진행 경로는 22일 미국, 일본 기상청이 내놓은 ‘전남 상륙’ 시나리오와 가까워졌다는 분석이 많다. 서울·수도권에는 영향을 크게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이고, 이에 인천·제주 동부 등 태풍 경로에서 비껴난 지역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다행'이라며 한숨이 놓인다는 반응도 많았다.
그러나 기상청은 "전남 해안 도서를 지나면서 풍속이 좀 떨어지긴 하겠지만 그래도 상륙 시에 안심할 수준은 아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현재 솔릭의 최고풍속 '초속 35m'는 나무를 쓰러뜨릴 수 있는 정도의 세기다.

역대급 ‘느림보 진행’ 태풍에 대해 “제20호 태풍 시마론의 영향이 아니냐”며 인터넷 포털사이트 실검에 ‘후지와라 효과’가 오르기도 했다. 후지와라 효과란 인접한 태풍이 서로의 세력이나 진행 경로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한다.

현재 솔릭과 시마론의 간격은 1500km가량이고 솔릭이 320km, 시마론이 480km 정도 반경에 각각 강풍을 일으키고 있는 중이다. 기상청은 “두 태풍 간의 거리가 멀어 후지와라 효과는 아닐 것으로 본다”며, "20호 태풍 시마론이 우리나라 동쪽에 위치하고 있던 고기압을 약화시켜 솔릭의 이동경로가 동쪽으로 약간 변경된 것”으로 해석했다.

일본 기상청이 23일 오후 12시 발표한 제 19호 태풍 '솔릭'의 예상 진행경로. [사진 일본 기상청]

23일 오후 12시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에서 발표한 제 19호 태풍 '솔릭'의 예상 진행경로. [사진 미국 JTWC 제공]

제주도교육청 뒤늦게 '모든 학교 휴업' 권고

예상했던 것보다 솔릭의 진행 속도가 더뎌 제주도가 영향권에 드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제주도교육청은 오전 9시에 뒤늦게 ‘도내 모든 학교 휴업’을 권고했다. 제주도 지역 다수가 학교장 재량으로 휴업을 하거나 등교시간을 다소 늦췄지만, 휴업을 하지 않았던 학교에서는 이미 등교했던 학생들이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졌다.

오후 1시 기준, 제주 남서쪽의 고산 기상대에서는 바람이 시속 21km로 부는 데 반해 북쪽의 제주공항 기상대에서는 시속 8.7km에 불과해 제주도 남서쪽을 제외한 지역은 태풍의 영향이 비교적 크지 않다. 반면 전남 흑산도 17.7km/h, 완도 16.4km/h의 바람이 부는 등 전남 해안은 조금씩 태풍의 영향권에 드는 추세다.

솔릭은 23일 오후 1시 기준, 최고풍속 126km/h의 강한 중형 태풍으로 서귀포 서쪽 약 90km 부근 해상에서 시속 4km로 북진 중이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