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역대급' 강풍에 찢기고 끊기고… 24일 7835개 학교 휴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도로는 끊기고, 방파제는 날아갔고, 전기는 끊겨 곳곳이 정전(停電)이 됐다. 폭우와 강풍을 동반한 제19호 태풍 솔릭(SOULIK)이 제주도를 시작으로 한반도를 강타하면서 인명·재산피해가 속출했다.

제19호 태풍 솔릭이 제주를 강타한 23일 오전 제주시 삼양동에 있는 전봇대가 강풍에 맥없이 쓰러져 있다. 이로 인해 주변 건물이 일부 파손됐으며 일대가 정전됐다. [연합뉴스]

제19호 태풍 솔릭이 제주를 강타한 23일 오전 제주시 삼양동에 있는 전봇대가 강풍에 맥없이 쓰러져 있다. 이로 인해 주변 건물이 일부 파손됐으며 일대가 정전됐다. [연합뉴스]

특히 태풍의 관문이 된 제주지역의 피해가 컸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제주도 서귀포 소정방폭포 인근에서 박모(23·여)씨가 높은 파도에 실종됐다. 함께 있던 이모(31)씨는 바다에 빠진 뒤 스스로 나왔지만, 상처를 입었다.

비행기 779편 결항, 제주에 4만5000명 발 묶여 #태풍 경보 '비상 2단계'…16개 국립공원 전면통제

소방 등 관계 당국은 이들이 사진을 촬영하던 중 파도에 휩쓸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해경과 서귀포시 공무원 등 60여 명이 소정방폭포 인근 해안가에서 실종된 박씨를 찾고 있으나 기상 상황이 나빠 수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19호 태풍 솔릭이 한반도를 향해 북상 중인 23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천지동 한 마켓 간판이 강한 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떨어져 있다. [뉴스1]

제19호 태풍 솔릭이 한반도를 향해 북상 중인 23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천지동 한 마켓 간판이 강한 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떨어져 있다. [뉴스1]

제주에서는 위미항 방파제 보강시설물(TTP) 90t이 파도에 유실됐다. 제주 별도봉정수정에서는 도수관에서 누수가 발생했고 가로수 32그루가 강한 바람에 쓰러지기도 했다.

서귀포시 안덕면과 대정읍, 표선면 등 제주지역에서는 정전으로 1만2012구가 피해를 입었다. 이 가운데 4671가구에서 복구작업이 진행 중이다. 한라산을 지나는 도로 전 구간과 올레길 전체 코스도 통제되고 있다.

제19호 태풍 솔릭이 한반도를 향해 북상 중인 23일 제주 서귀포시 중앙로 인근에서 서귀포시 관계자들이 강풍에 쓰러진 나무를 치우고 있다. [뉴스1]

제19호 태풍 솔릭이 한반도를 향해 북상 중인 23일 제주 서귀포시 중앙로 인근에서 서귀포시 관계자들이 강풍에 쓰러진 나무를 치우고 있다. [뉴스1]

강한 비바람에 제주지역 양식장 곳곳에서도 시설물이 부서졌다. 서귀포시 대정읍 일과리의 광어양식장 비닐하우스 600㎡와 남원읍 위미리 광어양식장 비닐하우스 660㎡가 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완전히 파손됐다.

태풍 여파로 하늘길과 바닷길도 잇따라 막혔다. 목포와 완도, 인천, 통영, 보령 등 전국 97개 항로에서 165척의 배가 발이 묶인 상태다. 도선도 26개 항로에서 37척이 통제 중이다. 지리산과 무등산 등 전국 21개 국립공원 605개 탐방로도 통제되고 있다.

하늘길도 막혀 제주와 김포·청주 등 전국 15개 공항에서 770편(국내선 692편, 국제선 78편)이 결항했다. 제주에서는 지난 22일부터 총 567편이 결항, 4만5000여 명(출발 편 기준)이 제주를 빠져나가지 못했다.

태풍 ‘솔릭’이 한반도를 향해 북상 중인 23일 오전 대구공항에서 제주도로 가는 항공편이 잇따라 결항됐다. 대구공항 현황판에 제주행 항공기마다 결항이 표시돼 있다. [뉴스1]

태풍 ‘솔릭’이 한반도를 향해 북상 중인 23일 오전 대구공항에서 제주도로 가는 항공편이 잇따라 결항됐다. 대구공항 현황판에 제주행 항공기마다 결항이 표시돼 있다. [뉴스1]

정부는 태풍에 대비해 16개 다기능 보 중 11개의 보 수문을 개방해 방류 중이다. 이날 오후 5시 기준 다목적댐 20곳의 저수율은 47.1%를 유지하고 있다.

태풍이 접근하면서 휴교 조치도 확대됐다. 23일 전남, 제주 전체학교 등 1965개 학교가 휴업했고 2600여 곳은 등하교 시간을 조정했다. 24일에는 세종, 강원, 전북, 충북의 모든 학교가 휴업하는 등 전국에서 7835개 유치원, 초, 중, 고교가 휴업한다.

제 19호 태풍 '솔릭'이 북상 중인 23일 오전 전남 목포시 상동 신흥초등학교가 태풍으로 휴교를 해 교실이 비어 있다. [뉴스1]

제 19호 태풍 '솔릭'이 북상 중인 23일 오전 전남 목포시 상동 신흥초등학교가 태풍으로 휴교를 해 교실이 비어 있다. [뉴스1]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은 이날 낮 12시30분을 기해 국도 27호선 전남 고흥의 거금대교 차량 통행을 제한했다. 교량 위에서는 10분간 평균 풍속이 25m 이상이면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차량운행을 통제할 수 있다.

익산국토관리청은 풍속이 초속 25m 이하로 약화할 때까지 통행을 계속 제한할 방침이다. 태풍 이동 상황에 따라 통행 제한구간을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고속도로 차량통행 제한을 검토하고 있다. 강풍이 지속하면 서해안고속도로 서해대교 양방향도 전면 통제할 방침이다.

고속도로에서 10분간 평균 풍속이 21m/s 이상 지속하면 트레일러 등 높이가 높은 차량은 통행이 전면 제한된다. 교량 위에서 10분간 평균 풍속이 25m/s 이상일 경우 모든 차량의 통행이 전면 통제된다. 공항철도도 5분간 평균 풍속이 25m/s 이상일 경우 운행하지 않을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 상황실에서 열린 제19호 태풍 '솔릭' 대처와 관련한 전국 시도지사를 비롯한 관계 부처 장관들과의 화상회의에서보고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 상황실에서 열린 제19호 태풍 '솔릭' 대처와 관련한 전국 시도지사를 비롯한 관계 부처 장관들과의 화상회의에서보고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태풍은 정가와 관가의 일정도 바꿔 놓았다. 국회는 범정부 차원의 태풍 대응을 위해 애초 예정된 주요 상임위 일정을 취소하거나 연기했다. 부처 장관들로 국회 출석 대신 태풍 대응책 마련에 집중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자유한국당 김성태·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23일 “정부가 태풍에 철저히 대응할 수 있도록 예결특위를 포함한 모든 상임위의 공식적인 일정을 취소한다”는 데 합의했다.

이에 따라 이날 열릴 예정이던 2017회계연도 결산심사를 위한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전체회의가 취소됐고, 운영위원회의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28일로 연기됐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2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 서울상황센터에서 제19호 태풍 '솔릭' 야간 대처상황을 보고받고 있다. [연합뉴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2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 서울상황센터에서 제19호 태풍 '솔릭' 야간 대처상황을 보고받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위기관리센터를 찾아 “국민 생명과 안전이 가장 먼저”라며 “정부와 자치단체 모든 공직자는 태풍이 완전히 물러날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태풍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과 함께 피해를 본 이재민의 구호활동과 피해시설 응급복구도 중요하다”며 “피해가 큰 지역에는 특별교부세 지원과 특별재난지역 선포 등도 검토해달라”고 말했다.

23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17회계연도 결산 처리 후 여야 합의로 공무원의 태풍 솔릭 대응을 위해 업무보고를 연기한 뒤 인사하고 있다. [뉴스1]

23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17회계연도 결산 처리 후 여야 합의로 공무원의 태풍 솔릭 대응을 위해 업무보고를 연기한 뒤 인사하고 있다. [뉴스1]

행정안전부는 23일 낮 12시를 기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 1단계’를 ‘비상 2단계’로 격상했다. 태풍 피해가 전국으로 확산할 것에 대비, 위기경보도 최고 단계인 ‘심각 단계’로 상향 조정했다.

비상 2단계를 가동하면 기존 행안·교육·해수부와 경찰·소방·기상·해경청 등에 국방부와 고용노동부·한국수자원공사·한국수력원자력 등의 기관이 추가로 합동 근무를 하게 된다.

남재철 청장을 비롯한 기상청 관계자들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태풍 '솔릭'에 대비하기 위해 위원장의 허락을 받고 자리를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남재철 청장을 비롯한 기상청 관계자들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태풍 '솔릭'에 대비하기 위해 위원장의 허락을 받고 자리를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1일부터 비상근무 중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범정부 협업체계를 가동 중이다. 전국 17개 시·도에 현장상황관리관 34명을 파견, 현장대응을 지원하고 있다. 전국 자치단체에서는 2만578명의 공무원이 24시간 비상근무 중이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번 태풍은 2010년 큰 피해를 가져온 곤파스보다 강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태풍 진로를 예의주시하고 범정부적 대책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말했다.

세종·수원=신진호·최모란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