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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아 보육료 한 푼 안 대주면서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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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3년 전 승준이(5.가명)를 입양해 키우고 있는 조모(43.여.경기도 평택시)씨는 올 초 어린이집 보육료를 지원받기 위해 구청을 찾았다. 입양 아동에게 보육비 전액을 지원한다는 정부의 홍보자료를 본 뒤였다. 그러나 입양 아동에겐 혜택이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말 입양 아동의 보육료 지원을 추진했지만 국회에서 예산 11억원 전액이 삭감됐기 때문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원들이 '입양은 여유 있는 사람들이 하는데 보육료 지원이 왜 필요하냐'며 예산을 깎았다"며 "입양에 대한 인식이 아직 그 정도로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 여전한 사회적 편견=입양단체들은 "입양의 가장 큰 걸림돌은 경제적 문제"라고 지적한다. 2년 전 딸을 입양한 유모(43.여.경기도 화성시)씨는 아들을 한 명 더 입양하고 싶지만 망설이고 있다. 그는 "외국과 달리 입양할 때 세제 혜택이나 양육비 지원 등이 없어 선뜻 나서질 못한다"고 말했다.

영국의 경우 입양가정에게 양육비를 지원하고, 스웨덴과 같은 나라는 입양 휴가를 준다.

입양기관에 내야 하는 알선수수료도 부담스럽다. 정부 지원이 없기 때문에 입양기관이 그동안 아이를 맡으면서 들어간 비용을 양부모가 부담해야 하는 구조다. 지난 한 해 동안 네 아이를 입양한 이명환(49.경기도 용인시)씨는 "한 아이당 200만원씩 내야 하는데 비용도 만만찮을 뿐더러 마치 돈을 주고 아이를 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입양에 대한 사회 인식은 점차 바뀌고 있지만 TV 드라마 등에 비친 입양은 아직도 구태를 벗지 못하고 있다. 요즘 방영 중인 '별난여자 별난남자'(KBS), '하늘이시여'(SBS) 등의 드라마에서는 입양이 극중 갈등의 원인으로 묘사된다.

2004년 MBC 드라마 '왕꽃 선녀님'에서는 "개구멍받이를 내 며느리로 맞았으면 어쩔 뻔했어"란 대사가 나와 입양 부모들이 MBC 본사 앞에서 항의집회를 열기도 했다.

◆ 부족한 정부 지원=한국입양홍보회가 지난해 성인남녀 172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56.1%가 "정부가 지원할 경우 입양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실질적 지원은 거의 없다. 교육부가 1996년 입양아에게 고등학교 등록금을 면제해 주도록 일선 학교에 지침을 내렸지만 흐지부지된 상태다. 대부분의 학교가 그런 지침이 있는지 모르는 데다 의무가 아닌 학교장 재량 사항이기 때문이다.

◆ 특별취재팀=이철재.한애란.박성우.권호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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