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씨 재산 처리 어떻게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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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전두환 전대통령의 재산이 그가 밝힌 대로 「국민의 뜻에 따라」처분되게 됐다.
그러나 국민의 뜻에 따라 처분한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정치적인 술어지 실제로 돈이나 부동산이 오고가는 실무적인 처리방법을 밝힌 것은 아니다.
전 전 대통령이 내놓은 재산은 이제 사실상 임자 없는 재산이 된 셈인데 이 같은 경우 우선 「국민의 뜻」은 그 재산을 국고에 넣을 것인지 아닌지 부터 결정해야한다.
다시 말해 장학재단 등 공익사업에 그 재산을 쓴다고 하면 현금이든 유가증권이든 골프장회원권이든 부동산이든 전두환씨가 명의를 이전하는 절차를 밟아 넘겨주면 되고 이 경우 정부가 실무적으로 끼어 들 필요는 없다.
그러나 국고에 귀속시킨다면 그 처리는 다소 복잡해진다.
먼저 현금이나 예금은 그대로 받거나 예금주의 명의를 바꿔 일단 세입에 잡는다. 나라 예산이 그만큼 불어나는 것이다. 그러나 일단 세입에 들어온 이상 그 돈을 쓰려면 기존 세출예산의 비목 범위 안에서 써야지, 예컨대 과거 80년 여름 때처럼 부정축재환수재산의 일부를 농어민 후계자 육성기금 등에 출연하려면 이때는 국회의 동의를 거쳐야만 한다.
현금이나 예금 말고 부동산·유가증권·골프장과 콘도미니엄 회원권 등은 명의를 바꾸는 절차를 밟아 국유 재산으로 잡는다.
임자가 전두환씨에서 정부로 바꿔는 것이다.
이 경우는 나라 「예산」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므로 국회의 동의와는 상관없고 그 재산을 당장 팔아 치우든가, 아니면 그 땅에 정부건물을 짓든가는 정부가 알아서 할 일이다.
다만 골프장·콘도미니엄 회원권과 같은 것은 정부가 갖고 있기가 곤란할 것이므로 바로 팔아 앞서의 현금과 같은 경우처럼 세입에 잡아야 할 것이다.
한편 만의 하나 호주 등 해외에서 전씨의 재산은닉이 드러난다면 전씨가 재산을 현지에서 처분, 그 돈을 국내로 송금해 세입에 잡든가, 아니면 재외공관명의로 임자를 바꿔 국유 재산으로 활용 하든가 하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
이 같은 재산처리의 실무 부서인 재무부 당국자는 24일 『아직까지 처리방침이 전달되어온 바 없어 어떠한 실무적인 조치도 취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김수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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