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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소통·협력·갈등·실패…경험 나누며 공감대 키웠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삼삼오오 모여 '질문 워크숍'을 하는 참가자들. 영상을 만들기 전 각자의 이야기를 뽑아내기 위해 질문을 만들고 서로 그 질문에 답하는 시간이었다. 체인지메이커 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을 성찰할 수 있었다.

삼삼오오 모여 '질문 워크숍'을 하는 참가자들. 영상을 만들기 전 각자의 이야기를 뽑아내기 위해 질문을 만들고 서로 그 질문에 답하는 시간이었다. 체인지메이커 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을 성찰할 수 있었다.

의자에 앉은 채 잠든 사람, 책상에 엎드려 자는 사람, 바닥에 드러누워 휴식을 취하는 사람, 작업한 파일이 날아갔다며 급하게 노트북을 켜는 사람…. 지난 11일 토요일 이른 아침,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서울혁신파크에서 만난 풍경입니다. 밤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이들은 전날 시작된 '청소년 체인지메이커 스토리톤' 참가자들입니다. 취침 시간을 따로 두지 않고 밤새도록 팀원들이 머리를 맞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진행됐죠. 무더위를 뚫고 전국 9개 지역의 12개 중·고교 학생 3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어요. 서울·경기·강원·충청·제주 등 각지에서 체인지메이커 활동을 하고 있는 친구들이랍니다. 이번 스토리톤 대회를 통해 다른 지역의 체인지메이커 친구들을 직접 만나고, 프로젝트 내용과 느낀 점을 공유할 수 있었어요. 또 각자의 체인지메이킹 이야기를 영상에 담아 편집까지 해 보기로 했죠.

자기를 소개하는 아이스브레이킹 활동 시간. '세상의 발견'이라는 동화책 그림을 보고 유년시절의 나를 떠올리는 사진을 한 장씩 찾아서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달라진 점을 소개했다.

자기를 소개하는 아이스브레이킹 활동 시간. '세상의 발견'이라는 동화책 그림을 보고 유년시절의 나를 떠올리는 사진을 한 장씩 찾아서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달라진 점을 소개했다.

대회장에는 평소에 볼 수 없었던 영상 장비가 네 군데로 나뉘어 설치돼 있었어요. 원하는 방식으로 다양하게 셀프 촬영을 할 수 있도록 말이죠. "우와!" 참가자들은 스튜디오를 둘러보면서 감탄사를 내뱉었습니다. 스튜디오에서 멋지게 미션을 수행할 생각에 두근두근 가슴이 뛰기도 했어요.

본격적인 영상 제작 미션에 앞서 '질문 워크숍' 시간을 가졌습니다. 7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서로에게 던질 질문을 만들고, 이를 통해 체인지메이커 활동을 하면서 겪었던 일들과 느낀 점에 대해 대화를 나눴어요. 키워드는 정체성과 자질, 공감과 소통, 오해와 갈등, 과거와 미래, 시도와 도전, 실패와 성공, 배려와 협력 등이었습니다.

지난겨울 소년중앙과 유쓰망고가 함께한 '청소년 체인지메이커 프로젝트'에 참가했던 창덕여중 팀은 '청소년 성교육' 프로젝트를 계속 이어가고 있어요. 최근에는 '잼성시간(재밌는 성교육 시간)'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성 지식을 알려주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죠. 이날 창덕여중 팀은 ‘배려와 협력’이라는 주제로 깊은 대화를 나눴어요. 또 서울 한서고 언니·오빠들과 팀을 이뤄 체인지메이커 활동을 하면서 힘들었던 점에 대해 배틀 토크쇼 영상도 찍었습니다.

창덕여중 팀과 한서고 팀 참가자들은 '배려와 협력'이라는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창덕여중 팀과 한서고 팀 참가자들은 '배려와 협력'이라는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4명의 대천여중 1학년 친구들은 ‘공감과 소통’을 주제로 열띤 대화를 나눴습니다. 우리가 발견한 문제를 학교 구성원들에게 공감시키기 위해 했던 노력에 대해서 말이죠. 문제 해결을 위해 교장실에 찾아갔던 이야기도 나왔어요. 초등학교와 비교했을 때 갑자기 딱딱해진 중학교의 문화에 놀랐던 경험을 쏟아내기도 했습니다. 이주현(충남 대천여중 1)양은 “교장실 옆을 지나가기만 해도 무섭고 발소리를 줄여야 했는데, 막상 우리의 의견을 전하니 잘 들어주셔서 좋았다”고 말했어요. 같은 팀 안성빈양도 “중학생이 되니까 교과서 중심으로 수업해서 너무 재미가 없었는데, 체인지메이커 활동을 통해 우리가 스스로 하고 싶은 걸 정하고 소통할 수 있으니까 기억에 남는다”고 했어요.

‘실패와 성공’이라는 주제로 모인 경기도 이천과 여주의 고3 학생들도 있었는데요. 학교 앞 어두운 다리에 가로등을 세운 허범현(경기도 여강고 3)군과, 급식 정보와 학사 일정을 알려주는 앱을 만들었지만 학생들이 사용하지 않아 거듭된 실패를 맛보고 있는 안선영(경기도 양정여고 3)양은 ‘성공남과 실패녀’라는 영상을 만들었습니다. 선영양은 “저한테 정말 좋은 경험이었어요. 고3이 되면서 진짜 뭘 하고 싶은지 혼란이 왔었는데 체인지메이커 친구들이나 멘토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조금씩 길이 보이는 것 같아요”라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문이 잠기지 않는 학교 화장실 문제부터, 무분별하게 배포되는 학원 유인물 쓰레기, 버스 배차 시간, 학생인권조례 문제,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소년 노동자가 겪는 부당한 처우, 불필요한 사교육, 체인지메이커 활동 참여도가 낮다는 문제까지. 관심을 가진 주제들은 서로 다르지만 문제 해결의 과정에서 겪은 공통된 경험을 바탕으로 이날 참가자들은 삼삼오오 팀을 이뤄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영상에 담았습니다.

체인지메이커로서 활동하며 겪은 여러 경험과 느낌 등을 팀별로 자유롭게 영상에 담아냈다.

체인지메이커로서 활동하며 겪은 여러 경험과 느낌 등을 팀별로 자유롭게 영상에 담아냈다.

스토리톤에는 8명의 청년 체인지메이커들이 '멘토단'으로 참여하기도 했는데요. 한국공정무역협의회 김영규 간사, 가죽 제품에 점자로 메시지를 새겨 주는 브랜드 '도트윈'의 박재형 대표, 강원도에서 체인지메이커로 활동하다 대학생이 된 김재담(한림대 사회학과 1)씨, 창업혁신가 양성 협동조합인 몬드라곤팀아카데미(MTA Korea)의 김태영 커뮤니케이션 리더, 청소년 진로교육 소셜벤처 '담넘어'의 정성원 대표 등이 멘토로 나섰습니다. 자신만의 키워드를 갖고 주체적인 삶을 만들어 가고 있는 이들은 ‘내 삶을 이끈 질문’을 주제로 각자의 이야기를 들려줬어요.

이번 스토리톤 대회는 청소년 체인지메이커 무브먼트 플랫폼인 유쓰망고와 사회적경제 미디어 스타트업인 안경잡이가 함께 개최한 첫 번째 행사로, '행동하는 청소년들의 이야기 판'을 목표로 했습니다. 유쓰망고 임세은 부대표는 “체인지메이커와 같은 프로젝트를 통해 원하는 결과를 만들지 못했더라도 누구에게나 스토리는 있다. 프로젝트 너머에 있는 개인의 경험과 동기에 집중하고 공감하는 시간을 통해 우리 모두 주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훌륭한 스토리텔러가 될 수 있다”고 이번 행사의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글·사진=김하늬 유쓰망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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