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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0만 자영업자·소상공인 내년까지 세무조사 안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569만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내년까지 '저승사자'와 같은 세무조사 받을 걱정을 안 해도 된다. 국세청이 자영업자 등에 대해 내년까지 세무조사 대상에서 배제하기로 해서다.

한승희 국세청장, "내년 말까지 569만 자영업자, 소상공인 세무조사 한시 유예" #신고내용 확인 절차도 내년까지 안해 #국세청, "세정부담 덜어 경제 활동에 전념"

국세청이 내년까지 영세자영업자에 대해서 세무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 울 시내의 한 번화가에서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국세청이 내년까지 영세자영업자에 대해서 세무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 울 시내의 한 번화가에서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실제 세무조사를 받는 영세 자영업자가 많지 않지만 ‘심리적 효과’ 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여당이 곧 내놓을 대책도 임대료 완화, 카드 수수료 인하 같은 지원 대책이 담긴다. 이런 지원도 필요하지만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도 성장할 수 있도록 판로를 열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한승희 국세청장은 16일 서울 수송동 서울지방국세청에서 ‘자영업자ㆍ소상공인 세무부담 축소 및 세정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의 주 내용은 간단하다. “내년까지는 세금 관련 업무 부담을 없애주겠다”라는 것이다. 519만 소규모 자영업자와 50만개 소상공인에 대해 내년 말까지 세무조사를 하지 않는다. 이미 세무조사를 하겠다고 국세청이 통지한 경우 해당 납세자가 세무조사 유예신청을 하면 조사를 연기할 수 있다.

세무조사 못지않게 영세 사업자에게 부담을 주는 신고내용 확인 절차도 569만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에 대해 하지 않기로 했다. 법인세, 소득세 등을 제대로 신고했는지에 대해 내년까지는 별도로 확인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개인 사업자 중 연 수입이 6억원 미만인 도ㆍ소매업자, 3억원 미만인 제조업ㆍ음식ㆍ숙박업자, 1억5000만원 미만인 서비스업자 등이 대상이다. 업종별로 연 매출이 10억~120억원 이하인 법인도 세무조사 면제 대상에 포함된다.

다만 부동산임대업이나 유흥주점과 같은 소비성 서비스업은 세무조사 면제 대상에서 빠진다. 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 역시 제외된다. 또 세무조사 면제 대상이더라도 탈세 혐의가 명확히 드러날 경우 세무조사를 받게 된다.

한승희 청장은 “우리 경제의 뿌리인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이 세무검증 걱정 없이 사업에만 전념하도록 지원하겠다”라면서 “이로써 ‘경제하려는 의지’를 북돋우고 국민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사업자 수는 772만6000명이다. 지난해 세무조사 건수는 1만7000건 수준이다. 실제로 세무조사를 받는 사업자는 미미하다는 얘기다. 정책 효과가 크지 않을 거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익명을 원한 국세청 관계자는 “언제든 세무조사를 받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사업자 입장에서 큰 부담이고 특히 영세 사업자일수록 세정관련 업무가 큰 짐이 된다”이라며 “내년까지는 세무조사 및 신고내용 확인을 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만으로도 사업자에게 큰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여당과 정부는 다음 주께 자영업자 종합 지원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자영업자에 대한 임대료 완화와 카드수수료 인하 방안, 개인 음식점에 대한 세 부담 축소 등이 담긴다.

하지만 이런 대책으로 문제를 해결하기엔 자영업 상황이 심각하다.

국세청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자영업 폐업률은 87.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음식ㆍ숙박업 등 자영업 4대 업종은 지난해 48만3985개가 새로 생기고 42만5203개가 문을 닫았다. 이만큼 수익구조가 나빠졌다는 의미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분석을 보면 올해 1분기 전국 자영업자 한 곳당 월평균 매출은 3372만원으로 지난해 1분기(3846만원)에 비해 12.3%나 떨어졌다.

오동윤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무조사 면제와 같은 일회성 혜택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라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혁신 성장 의지를 북돋을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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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ㆍ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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