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세계 시적 표현능력이 중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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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마음속에 가두어 둘 수 없는 충격적인 움직임이 시적인 표현능력을 통해 나타날 때가 많다. 그러한 정서적 인식과 의미 발견을 3장이라는 박자 감각의 요건에다 조절하여 어우러지게 함으로써 시조의 구성은 이루어진다.
국민학교 5학년이면 익혀서 이미 다 아는 시조 3장, 그 12음보를 활용하는 일이란 어렵지 않다. 자신의 내면을 얼마만큼 요령껏 뽑아 성의있게 다루었느냐 하는 점이 문제다.
『단풍』-사물을 기발하게 포착할 수 있는 재기 발랄함이 엿보인다. 그러나 표현을 위한 표현에 치우친 느낌이 뒤따르면서 시상이 보다 유연하게 흐르도록 순화시켜야할 약점이 있음을 지적받아야 하겠다. 시조를 이제는 세련미 쪽으로 더 생각했으면 좋겠다.
『깃발』-초장과 종강이 서로 바뀌어야 한다는 느낌이 들어 그렇게 처리했다. 「퇴고」라는 말이 글자 한자를 이리 볼까 저리 볼까 하고 고심한 데서 비롯된 것이지만 3장을 배치하는 데에도 그럴 경우가 있고 그럴 필요도 있다.
시상을 잡는 능력은 있으나, 배치의 묘를 터득해야겠다. 『출항』-말을 서슴없이 놓는 대담성이 냅뜰성있게 진전되지 못한 3장이다. 간결하면서도 함축성있게 죄면서 분발하면 좋은 시조를 쓸 수 있을 것 같다.
『가을…』-실제 현실과 작품 현실은 다르게 마련이다. 따라서 비유가 필요하게 된다. 그래서 이 시조를 그런 방향으로 약간 손질했다. 설명하는 일을 피하면서 3장이 잘 연결 되도록 해야겠다. 서벌<시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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