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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마크 테토의 비정상의 눈

한국판 모나리자 수수께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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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마크 테토 미국인·JTBC ‘비정상회담’ 출연자

마크 테토 미국인·JTBC ‘비정상회담’ 출연자

최근 한국의 한 경매장에서 여러 미술 작품들을 감상하다가 눈을 뗄 수 없는 한 작품 발견했다. 조선시대 한 젊은 남자의 초상화(아래 사진)였다. 나는 깊은 감정과 비밀로 가득 찬 작품 속 남자의 눈빛과 표정에 순간 매료되었다. 한동안 그림을 계속해서 응시하다가, “이것이야말로 바로 한국의 모나리자로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바로 옆에 두고 본다 해도 무엇 하나 부족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모나리자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 중 하나이다. 일 년에 6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나리자를 보기 위해 파리에 있는 루브르 박물관을 찾는다. 자연스럽게 질문이 하나 떠오른다. 이탈리아의 한 귀족 여인이 담긴 이 그림이 세계에서 그토록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모나리자의 무엇이 조선시대 한 양반가의 남성을 정교하게 담아낸 이 초상화보다 더 큰 찬사를 받게 하는 것일까?

비정상의 눈 8/15

비정상의 눈 8/15

‘모나리자는 왜 유명한가’에 대한 주제로 검색하면 흥미로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첫째, 그녀의 불가사의한 미소가 사람을 사로잡는다. 둘째, 모나리자는 1911년 한 차례 절도를 당했는데 그 사건이 그림을 더욱 유명하게 만들었다. 또한 그림 속 이탈리아 여인 리자 게라르디니에 대해 아직 모르는 것이 많다. 우리는 그림을 보며 “당신은 누구예요? 당신의 스토리가 뭐예요?”라고 물어볼 수밖에 없다.

한국 초상화 속 남자의 얼굴을 보고 나는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조선시대 초상화가 하얀 머리를 가진 어르신들을 그린 것과는 달리, 이 남자는 젊었다. 그의 눈빛이나 표정은 모나리자의 그것처럼 불가사의하고 마음을 사로잡는 마력이 있었다. 왜 이 그림이 모나리자보다 부족하다는 평을 받아야 하는가.

미술 전문가에게 그림 속 남자가 누구인지 물었다. 그는 그림 속 남자의 정체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그림에는 화가의 사인이 없어 작가 또한 미상이라고 덧붙였다. 그날 나는 그 그림을 구매했다. 작품이 아름다워서일 뿐만 아니라 그러한 수수께끼 같은 스토리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모나리자처럼 나는 매일 그 그림을 바라보고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누구예요? 당신은 어떤 삶을 살았어요? 당신의 스토리는 뭐예요?

마크 테토 미국인·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