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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드론일까? 여왕벌이 수컷벌로 바뀐 사연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신동연의 드론이 뭐기에(3)

전문가를 위한 상업용 드론 회사를 창업한 전직 사진기자. 신문사를 퇴직한 뒤 드론과 인연을 맺었다.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는 지난해 “2030년 지구 위의 하늘엔 10억 개 드론이 날아다닐 것”이라고 예측했다. 불과 12년 후면 드론이 현재 굴러다니는 자동차의 숫자만큼 많아진다는 얘기다. 드론의 역사는 짧지만, 성장 속도는 상상 밖이다. 우린 곧 다가올 ‘1가구 1드론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안전하고 재미있는 드론 세상으로 안내한다. <편집자>

얼마 전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드론을 이용한 폭탄 테러 공격을 받았다. 군 창설 81주년 행사 연설 도중 폭탄을 탑재한 드론 2대가 행사장에 진입했다. 한 대는 보안요원에 의해 격추됐고 다른 한 대는 인근 건물에 충돌한 뒤 폭발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무사했으나 군인 7명이 부상을 당했다.

네스트로 루이스 레베롤 베네수엘라 내무부장관이 5일 카라카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드론공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VOA뉴스]

네스트로 루이스 레베롤 베네수엘라 내무부장관이 5일 카라카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드론공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VOA뉴스]

테러에 사용된 드론은 중국 DJI사의 M600 드론으로 주로 영상 촬영 등에 사용되지만 6개 로터로 최대 6kg까지 물건을 옮기는 것도 가능하다. 레베롤 내무부 장관은 “2대의 드론에는 각각 1kg 폭발물이 탑재됐으며 폭발이 약 50m 거리까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테러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중동지역에서는 이슬람국가(IS)가 드론을 사용해 테러를 감행하고 있고, 지난 1월에는 시리아 내 러시아 흐메이님 공군기지가 폭발물을 실은 드론의 공격을 받았다. 살상용 드론이 세계 어느 곳에서도 출몰할 수 있음을 알리는 대목이다.

'케터링 버그' 80km 자율 비행

드론의 태생 자체가 폭탄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 막바지인 1918년 미국은 조종사 대신 폭탄을 싣고 적지에 깊이 날아가서 임무를 수행하는 ‘공중어뢰’(aerial torpedo)를 개발했다. 당시 대포 포탄의 비거리가 평균 30km 정도로, 이보다 더 멀리 날려 보내기 위한 연구가 한창이었다.

이 개발에 찰스 케터링, 엘머 스페리, 오빌 라이트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자이로 안전장치 등 기술을 적용해 80km를 자율 조종으로 나는 무인 비행체를 개발했다. 일명 ‘케터링 버그’이다.

복엽기를 개조한 케터링 버그는 조종석에 조종사대신 폭탄을 싣고 사전에 입력된 항로를 따라 80km 이상 자동비행하다 목표지역 상공에 도달하면 엔진을 멈추고 날개를 분리해 동체 폭탄만 떨어뜨리는 방식이다.

나무와 종이로 제작된 &#39;케터링 버그&#39;는 드론이라기보다 크루즈 미사일에 더 가까웠다. [사진 위키백과]

나무와 종이로 제작된 &#39;케터링 버그&#39;는 드론이라기보다 크루즈 미사일에 더 가까웠다. [사진 위키백과]

나무 합판과 종이로 제작된 일회용 무인 비행체였다. 엄밀히 말하면 드론이라기보다 크루즈 미사일에 더 가까웠다. 이것이 드론의 원조라고 하는 것은 조종사가 없이 자율로 비행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드론이란 조종사가 탑승하지 않고 무선전파 유도 때문에 비행 및 조종이 가능한 비행기나 헬리콥터 모양의 무인기라고 정의한다. 무인비행장치(UAV, Unmanned Aerial Vehicle), 무인항공기시스템(UAS, Unmanned Aircraft System), 원격조종항공기시스템(RPAS, Remotely Piloted Aircraft System)으로도 불린다. 용어의 쓰임에는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조종사가 탑승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드론 택시나 유인 드론은 탑승객이 내부의 태블릿으로 목적지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이동하지만 긴급 상황에는 중앙관제센터에서 원격으로 조종한다는 의미에서 드론이란 용어를 사용할 수 있다.

미 해군의 표적용 비행체, 최초로 드론 이름 사용 

드론의 시초가 된 퀸 비. 1935년 미국 스탠리 참모총장이 영국을 방문해 훈련모습을 참관했다. 그는 본국에 돌아와 표적 무인 비행체 개발을 지시했고, 이를 여왕벌을 의미하는 퀸비 대신 수컷 벌을 뜻하는 드론으로 명명했다. [사진 bae systems, 위키백과]

드론의 시초가 된 퀸 비. 1935년 미국 스탠리 참모총장이 영국을 방문해 훈련모습을 참관했다. 그는 본국에 돌아와 표적 무인 비행체 개발을 지시했고, 이를 여왕벌을 의미하는 퀸비 대신 수컷 벌을 뜻하는 드론으로 명명했다. [사진 bae systems, 위키백과]

무인기를 왜 드론(Drone)이라고 부를까. 유래는 여러 설이 있지만, 그 중 미국 군사 분석가인 스티븐 살로가의 설명이 설득력이 있다. 1935년 미국 윌리엄 스탠리 해군 참모총장이 영국을 방문해 대공포 표적 비행체인 ‘DH 82B 퀸 비 (Queen Bee)’의 훈련 모습을 참관했다. 대공포 사격연습 중 포탄을 맞지 않아 멀쩡한 퀸 비는 무선 조종으로 회수돼 재사용이 가능했다.

본국에 돌아온 스탠리는 해군 대공포 표적용으로 무인 비행체 개발을 지시했고, 이 표적 무인기의 이름을 여왕벌을 뜻하는 퀸 비 대신에 수컷 벌을 의미하는 ‘드론’으로 명명했다고 한다. 영국은 여왕이 통치하는데, 여왕이라는 이름을 가진 표적을 공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후 미 해군은 표적용 무인 비행체를 드론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최초의 제트엔진 드론인 라이언 파이어비(Ryan Firebee)가 베트남전에서 정찰용으로 사용되긴 됐지만, 현대식 무기로 드론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1982년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전쟁부터였다. 이스라엘이 개발한 소형 정찰용 무인기 스카우트(Scout)가 레바논을 지원하던 시리아군의 레이더와 미사일 기지의 위치 정보를 알기 위해 사용됐던 것이다.

이후 2000년에는 아프가니스탄, 보스니아, 코소보, 이라크전에서 프레데터(Predator)와 리퍼(Reaper)가 대테러 전쟁의 주역으로 부상했고, ‘그레이 이글’ 드론이 파키스탄, 예멘과 아프가니스탄에서 알 카에다를 표적 사살할 정도로 고도화됐다.

핵무기나 화학무기도 드론에 장착 가능

인명 피해를 줄이겠다는 취지로 무인기를 제작한 과학자 &#39;니콜라 테슬라&#39;. [중앙포토]

인명 피해를 줄이겠다는 취지로 무인기를 제작한 과학자 &#39;니콜라 테슬라&#39;. [중앙포토]

과학자 니콜라 테슬라는 “원격조종이 가능한 무인 항공기를 만들어 조종사의 인명 피해를 줄이겠다”는 취지로 무인기 제작을 제안했다. 하지만 드론의 기술은 주로 군사용으로 파괴적인 살상용으로 발전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미국 위스콘신대 융합기술연구소에서 핵무기나 화학무기, 급조폭발물(IED), 지뢰 등을 탐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드론에도 장착할 수 있도록 소형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이런 고도화된 군사용 기술이 민간용으로 전환돼 전쟁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데 사용될 날이 곧 오길 바란다.

신동연 드론 아이디 세일 마켓 담당 shindy@dronei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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