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안희정(53) 전 충남지사가 14일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자 충남도청 등 지역에서 대체로 “이해하기 어려운 판결”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충남도청의 한 여직원은 “8년간 (안 전)지사를 믿고 따랐던 공무원은 물론 지역주민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준 그에게 당연히 유죄를 선고될 줄 알았다”며 “본인 말대로 자숙하고 정치에 복귀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충남도 고위 공무원 "유죄 판결 예상했는데 실망이다" #20~30대 젊은 직원들 "정치에 복귀하지 마라" 쓴소리 #안 전 지사 측근들 "무슨 말 하겠나. 근신하겠다" 자성 #
또 다른 여직원은 “이런 식의 판결이라면 앞으로 여성의 미투 운동은 하기 어렵게 된 거 아니냐”며 “남성의 성적 우월적 지위만 인정한 재판 결과인 것 같다”고 했다. 충남도청의 한 사무관도 “정말로 이게 요즘 말하는 정의의 실체냐”고 지적했다.
대전여성단체연합 등 12개 여성단체는 이날 오후 대전지법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안희정을 갑질 성폭력 사건을 무죄 판결한 사법부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남성 중심적이고 가부장적인 판결을 자행한 조선시대 수준의 판결”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재판 결과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충남도청의 한 국장급 간부는 “법원이 현명하게 판단했을 것”이라며 “이미 국민 앞에서 여러 차례 사죄했던 만큼 선고 이후로는 더 이상의 논란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안 전 지사의 한 측근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미안하다. 측근으로서 할 말이 없다. 대법원의 판결이 날 때까지 근신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민선 5기 때 안 전 지사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조승래 국회의원은 “별로 할 말이 없다. 판결 결과에 이러쿵저러쿵 언급하는 게 적절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는 14일 열린 안 전 지사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모든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안 전 지사가 위력을 행사한 정황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검찰은 지난달 27일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로 여겨지던 안 전 지사가 헌신적으로 일한 수행비서의 취약성을 이용한 중대범죄”라며 징역 4년을 구형했다.
홍성=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