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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BMW 화재 징벌적 손해배상 입법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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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디젤 차량의 주행 중 화재가 잇따르면서 13일 여당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이 간담회를 열어 대책 마련에 나섰다. 또 화재사고 피해자들은 이날 경찰에 출석해 고소인 조사를 받았다. 이들은 “BMW코리아와 독일 본사가 결함 가능성을 미리 알고도 숨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효준 BMW그룹코리아 회장(오른쪽)이 13일 더불어민주당 국토교통위원들이 개최한 긴급간담회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김효준 BMW그룹코리아 회장(오른쪽)이 13일 더불어민주당 국토교통위원들이 개최한 긴급간담회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국회 국토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BMW 화재사고 긴급간담회’를 열고 다음 달 정기국회에서 사고방지 대책을 모색하기로 했다. 특히 리콜(recall·결함 보상) 제도 개선 일환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강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자동차 제작결함이 발견됐을 때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법 조항을 신설하겠다는 것이다.

국토위 여당 간사인 윤관석(인천 남동을) 의원은 “제조사가 고의적이고 악의적으로 차량결함에 대한 조치를 하지 않아 소비자에게 피해를 끼쳤을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을 포함해 과징금을 부과하고 운행중단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기국회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강화하는 방안으로 입법이 진행될 것이며 자동차관리법 개정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개별 법률에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을 넣는 것에 대해선 우려도 적지 않다. 이미 제조물책임법에 ‘피해액의 3배’를 배상하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자동차관리법 개정으로 자동차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만 강화하는 것은 형평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간담회에는 김정렬 국토교통부 제2차관도 참석해 정부 차원의 대응책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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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BMW가 화재 원인으로 지목한 배기가스재순환장치(EGR) 소프트웨어 조작 가능성을 비롯해 제기된 의혹을 모두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기된 의혹에 대해 현장조사와 실험 등 방법을 가리지 않고 철저히 원인을 분석하겠다”고 말했다.

간담회에 출석한 김효준 BMW그룹코리아 회장은 “연이은 화재사고로 심려를 끼쳐드린 점을 깊이 사과한다”며 “화재 원인 분석과정의 적정성 검증에 대해 국토교통부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BMW 화재 차량 피해자들은 이날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출석해 고소인 조사를 받았다. 지난달 30일 첫 집단소송을 낸 피해자들의 대리인인 법무법인 바른 하종선 변호사는 이날 고소인 조사를 앞두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손해배상(민사) 외에 형사고소까지 한 건 BMW가 결함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숨기려 한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이 들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BMW 회재사고 집단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바른 하종선 변호사. [중앙포토]

BMW 회재사고 집단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바른 하종선 변호사. [중앙포토]

제조물책임(PL)법 전문가인 하 변호사는 “BMW 측이 질소산화물 감축장치인 EGR의 결함을 시인했기 때문에 사전에 알고도 이를 은폐했는지가 중요한 상황”이라며 “2년 전부터 해당 부품의 결함이 보고돼 수리해 줬고 2016년 말부터 판매된 디젤 차량은 EGR부품 설계를 변경하기도 했다는 것은 화재 위험을 미리 알고 해당 부품의 내구성과 쿨러(냉각장치)의 용량을 늘렸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BMW 화재 차량 가운데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배기량 2ℓ 디젤엔진 장착 모델이다. 피해자들은 2017년 출시된 현행 520d 모델(코드명 G30) 차량은 개선된 EGR 어셈블리(결합 부품)가 장착된 반면 리콜 대상인 구형 모델(코드명 F10)에는 결함이 있는 부품이 달려있다고 주장한다. BMW코리아 측은 리콜 대상 차량 10만6000대의 안전진단을 통해 EGR 어셈블리를 개선품으로 교체하고 EGR 배관 내에 쌓인 침전물을 세척해주고 있다.

하 변호사는 “BMW의 디젤차량이 유럽에서도 질소산화물을 억제하기로 유명했는데 EGR 성능을 높이는 과정에서 내구성 예측설계가 잘못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문제가 된 구형 EGR의 개선부품을 만들고, 모델 변경 과정에선 EGR 설계를 새로 했다는 건 결함 사실을 독일 본사가 알고 있었을 것으로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라며 “수사기관의 강제수사를 통해 BMW코리아와 본사 간 e메일 등을 확보하면 결함 은폐의 ‘스모킹 건’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국토교통부가 원인조사의 로드맵을 투명하게 밝히고 국내에서만 화재가 빈발하는 이유를 신속히 찾아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피해자 대표들은 고소장에서 “미국에서 리콜이 진행됐던 배선결함을 비롯해 EGR 외의 다른 화재 원인이 있는지, BMW코리아가 이를 알고도 은폐했는지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화재 차량 58%가 5시리즈=12일 경기도 하남시 미사대로에서 BMW 520d 차량에 불이 나면서 올해 들어 불이 난 BMW 차량은 38대로 늘었다. 8월 들어서면 10대째 화재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불이 난 BMW 차량 가운데 5시리즈는 22대로 57.9%를 차지했다. BMW 5시리즈는 우리나라에서 4개 디젤 차종(520d·530d·540d·M550d)을 판매 중이다. 화재 차량 가운데엔 배기량이 가장 작은 2ℓ 디젤엔진을 장착한 520d가 20대나 됐고, 배기량 3ℓ인 530d, 가솔린 차량인 528i가 각각 1대씩 불탔다.

올해 발생한 BMW 차량 화재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6세대 5시리즈. [중앙포토]

올해 발생한 BMW 차량 화재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6세대 5시리즈. [중앙포토]

그다음으로 불이 자주 난 건 역시 2ℓ 디젤엔진이 달린 준중형 세단 3시리즈다. 320d 단일 모델에서 네 차례 화재가 발생했고, 대형세단인 7시리즈는 세 차례 불이 났는데 이 중 2011년식 730Ld는 리콜 대상 차량도 아니었다.

이밖에 준중형 쿠페인 4시리즈가 디젤모델(420d), 가솔린모델(428i)에서 각각 한 차례씩, 준대형 쿠페인 6시리즈는 디젤모델(640d)에서 한 차례 화재가 났다. 지난 11일엔 소형해치백인 1시리즈(120d)에서도 불이 났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차급별로 골고루 불이 났다. 준중형쿠페(X4)·중형(X5)·준대형쿠페(X6) 등 디젤 SUV 차량이 한 차례씩 불탔다. BMW 미니 브랜드 차종도 두 차례 화재를 겪었다. 디젤모델(미니쿠퍼D)·가솔린모델(미니쿠퍼 5도어)이 각각 한 차례씩 화재가 났다.

이동현·문희철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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