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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손흥민’ 자카르타에선 웃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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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브라질, 리우, 러시아에서 굵은 눈물을 흘려야 했던 손흥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로 환한 미소를 지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브라질, 리우, 러시아에서 굵은 눈물을 흘려야 했던 손흥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로 환한 미소를 지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한국 축구대표팀 에이스 손흥민(26·토트넘)의 별명은 ‘울보’다. 크고 작은 대회에서 무릎을 꿇을 때마다 펑펑 울곤 했다. 손흥민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끝난 뒤엔 활짝 웃을 수 있을까.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D-5 #월드컵·올림픽에서 눈물 뚝뚝 #오늘 아시안게임 대표팀 합류 #"후배들과 함께 금메달 딸래요”

손흥민은 소속팀 토트넘의 프리미어리그 개막전이 끝나자마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행 비행기에 올랐다. 13일 자카르타 현지에서 축구대표팀에 합류할 예정이다. 지난 11일 영국 뉴캐슬 세인트제임스파크에서 열린 2018~19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개막전에 후반 34분 교체 투입됐던 그가 대표팀에 합류하면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은 마침내 20명 전원이 모이게 된다. 대표팀 와일드카드(23세 초과 선수) 멤버로 발탁된 손흥민은 “고참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 부족한 모습을 보이지 않도록 준비를 잘하겠다”고 다짐했다. 손흥민은 이르면 15일 바레인과의 조별리그 1차전부터 출격한다.

국가대표로 출전했던 A매치는 손흥민에겐 ‘눈물’의 잔혹사다. 2010년 12월 A매치에 데뷔한 손흥민은 이후 월드컵과 아시안컵, 올림픽에서 대표팀 에이스 역할을 맡아왔다. 그러나 웃는 경우보다는 눈물을 흘린 적이 훨씬 더 많았다.

2011년 1월 카타르 아시안컵. 손흥민은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진 뒤 굵은 눈물을 흘렸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엔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뒤 눈이 퉁퉁 부을 만큼 펑펑 울었다. 2015년 1월 호주 아시안컵 호주와의 결승전에서 1-2로 패해 준우승한 뒤에도, 2016년 리우 올림픽 8강 온두라스전에서 0-1로 진 뒤에도 그는 눈물을 흘렸다. 지난 6월 러시아 월드컵 2차전 멕시코전에서 1-2로 패한 뒤 “국민들께 죄송하다”며 눈물을 펑펑 쏟았던 모습도 팬들의 기억에 남아있다.

손흥민은 “눈물이 많은 편이다. 간절하게 원하던 일이 잘 풀리지 않거나 화가 나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온다”고 말했다. 승부욕이 강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러시아 월드컵 당시 독일과의 3차전에선 90분 동안 10.4㎞를 달리면서 쐐기 골까지 터뜨려 2-0 승리를 이끌었다. 독일전에서 승리를 거둔 뒤에도 그는 눈물을 흘렸다. 손흥민은 “내 역할을 제대로 못한 것 같아 동료들에게 미안했다. 독일전에서 이긴 뒤에도 눈물을 흘린 건 응원해주신 국민을 향한 감사의 표시도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손흥민은 지난달 러시아 월드컵이 끝난 뒤 한국과 미국·영국을 거쳐 인도네시아까지, 한 달 반 만에 약 4만7000㎞를 이동하는 강행군을 펼쳤다. 손흥민에게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은 중요한 무대다. 1992년 7월생인 그에게 이번 아시안게임은 병역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아시안게임에선 금메달을 따야 병역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한국은 4년 전 인천 아시안게임 당시 금메달을 땄지만, 손흥민은 당시 소속팀 레버쿠젠(독일)의 차출 불가방침에 따라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다.

손흥민은 병역법상 4급 보충역(사회복무요원) 대상자로, 만 27세가 되는 내년 7월이 지나면 무조건 입대해야 한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 언론은 이런 이유에서 손흥민의 아시안게임 출전을 주목하고 있다. 토트넘 구단은 구단 소셜미디어를 통해 “소니(손흥민의 별칭)의 행운을 빈다”며 응원까지 보냈다.

에이스 손흥민에 대한 대표팀 동료들의 기대도 크다. 아시안게임 대표팀 최고참인 골키퍼 조현우(27·대구)는 “흥민이가 합류하면 대표팀에 큰 힘이 될 것”이라며 “후배들과 함께 좋은 경기를 펼치고 싶다”고 말했다. 김학범 축구대표팀 감독은 “손흥민은 모든 상대 팀에게 집중 경계 대상이다. 다른 선수들이 뚫어줘야 손흥민도 편하게 뛸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베테랑 손흥민이 잘 해결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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