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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직장암|대변볼때 통증없이 출혈잦으면 일단 의심|현진해<고대 혜화병원 내과과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어설픈 의학지식으로 진찰을 너무 늦게 받아 치료가 곤란해진 사례가 있다.
어느날 김모씨(73)라는 일반 상식이 풍부하고 낙천적인 노인이 진찰실을 찾아왔다. 그는 약1년전부터 대변과 이를 처리한 휴지에 피가 묻어 나왔으나 젊어서부터 치질을 앓고 있었기 때문에 치질 때문이라고 확신하고 무관심하게 자가치료만 했다.
3개월전부터는 매일 변에 피가 보이고 어떤 때는 변본 후에 피가 뚝뚝떨어지기까지 하며 대변이 가늘어지고 변보기도 다소 힘들어 벙원을 방문했다.
이처럼 특별한 고통이나 불편감 없이도 대변에 피가 묻어 나오거나 휴지에 피가 보이면 정상이 아니기 때문에 즉시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한다.
김씨의 증상만으로도 정상이 아니라고 판단되어 몇가지 검사를 한 결과 진행 직장암으로 증명되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암세포가 이미 간에까지 전이되어 수술도 하지 못하고 항암치료만을 했다.
조기에 발견되었으면 완치도 가능한 것이었는데도 치질이려니 하고 생각한것이 치료시기를 놓치게 된 것이다.
김씨처럼 대변과 휴지에 피가 묻어 보이거나 대변 후에 피가 떨어지는 경우는 항문·직장, 그리고 항문에 가까운 부위의 대장에 병이 있어서 일어나는 것이다. 이와같은 질환으로는 치질·직장암·대장암·궤양성 대장염·폴립·직장염, 그리고 굳은 대변으로 항문이 찢어질 때등 여러가지가 있다.
물론 대변에 피가 섞일 뿐만아니라 각 병마다 특징적인 증상이 있어서 병력만으로도 어느정도의 진단이 가능하기는 하나 항문관찰, 항문에 손가락을 넣어 만져 보는 직장수지검사, X선검사, 대장 내시경검사등 간단한 검사로 쉽게 확진할수 있다.
대장암중에서 직장에 발생된 암을 직장암이라고 하는데 대개 크기가 작을 때는 출혈 증세만 있기 때문에 치질처럼 대변후 피를 볼수 있다.
그러나 암부위가 커지면서 직장이 좁아져 대변이 가늘어지고 연필처럼 모가나거나 리번처럼 납작하게 나오면서 변을 자주보게 되고 변을 보아도 시원하지가 못하다. 김씨처럼 암이 직장에 있지 않고 상부에 있을 때는 혈변보다 큰 이유없는 변비·설사 또는 변비와 설사가 반복되는 수가 많고 환자가 알지 못하게 조금씩 출혈하는 경우에는 빈혈을 나타나게 된다.
대장암은 부유한 나라일수록 많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점차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가장 정확한 방법인 대장내시경검사로 확진되면 외과수술을 한후 방사선·항암제등으로 치료한다.
조기에 발견되어 수술하면 80∼90%는 거의 완치될수 있다.
따라서 조기발견을 하려는 시도가 높아지고 있는데 대변의 잠혈반응검사·혈액검사, 그리고 2년마다 정기적 대강내시경검사를 권유하고 있으며 대변의 피 또는 변보는 습관의 변화가 있을 때는 즉시 정밀한 검사가 필요하다.
어설픈 의학지식으로 진단을 늦게 받아 돌이킬수 없는 상태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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