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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ㆍ부산서 뭉친 개그맨들…침체된 코미디 활력 되찾을까

중앙일보

입력

9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10~12일 사흘간 펼쳐지는 '코미디위크 인 홍대' 주요 출연진. [연합뉴스]

9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10~12일 사흘간 펼쳐지는 '코미디위크 인 홍대' 주요 출연진. [연합뉴스]

개그맨들 발걸음이 바쁘다. 10~12일 서울에서 ‘코미디위크 인 홍대’, 이어 24일부터 열흘 동안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부코페)이 열리기 때문. 데뷔 40주년을 맞은 임하룡부터 박수홍ㆍ유세윤ㆍ김영철 등 출연진도 화려하다. 방송 스케줄도 빽빽한 가운데 무엇이 이들을 비주류로 여겨지는 코미디 공연장으로 향하게 했을까.

사실 요즘 TV는 코미디언이 설 자리가 좁다. 현재 두 자릿수 시청률 프로그램에서 활약하는 개그맨은 SBS ‘미운 우리 새끼’의 신동엽, MBC ‘나 혼자 산다’의 박나래, KBS2 ‘1박 2일’의 김준호 정도. 모두 코미디 아닌 예능 프로다. 지난해 SBS ‘웃찾사’가 폐지된 이후 정통 코미디 프로는 KBS2 ‘개그콘서트’와 tvN ‘코미디빅리그’ 만 남았다.

개그 생태계를 넓히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는 윤형빈-정경미 부부. [연합뉴스]

개그 생태계를 넓히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는 윤형빈-정경미 부부. [연합뉴스]

유튜브·팟캐스트 등 새 무대를 찾아 나선 개그맨들을 한데 불러 모은 것은 윤형빈과 김준호. 윤형빈은 개그문화 브랜드 확립을 꿈꾸며 윤소그룹을 설립하고, 무대가 고픈 선후배들이 함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2016년 이후 2년 만에 다시 마련한 코미디위크에는 사흘간 홍대 일대 9개 극장에서 21개 공연이 펼쳐진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과 함께 새로운 무대도 마련했다. 갈갈이패밀리의 박준형, 사투리 개그의 김시덕과 함께 ‘갈옥떡쇼’를 선보이는 옥동자 정종철은 “무대가 매우 그리웠다”며 “2002년 전국 각지 사람들을 웃겨보겠다고 대학로에서 뭉친 사람들이 다시 만났으니 당시 관객들이 와야 완전체가 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개그 아이돌 그룹 코쿤을 제작한 윤형빈은 "개그계의 이수만, 양현석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사진 윤소그룹]

개그 아이돌 그룹 코쿤을 제작한 윤형빈은 "개그계의 이수만, 양현석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사진 윤소그룹]

남희석은 ‘팀 스탠드업 쇼’로 스탠드업 코미디에 첫 도전하고, 유세윤은 ‘소통왕 유세윤’으로 첫 단독 공연을 연다. 윤형빈이 야심차게 선보인 5인조 개그 아이돌 그룹 코쿤도 무대에 오른다. 일본에서 ‘만담 콤비’로 활약하던 다나카가 요시모토 흥업 오디션을 통해 합류한 다국적 그룹이다. 이들은 개그뿐 아니라 춤과 노래를 병행하는 등 다양한 실험에 나선다.

대학로를 떠나 홍대로 옮겨온 코미디 극장에도 활기가 돈다. 2009년 김대범 소극장을 시작으로 윤형빈ㆍ임혁필ㆍ정태호 소극장이 생긴 데 이어 지난달 김대희가 수장으로 있는 JDB엔터테인먼트에서 복합문화공간 JDB스퀘어를 개관했다. 협업이 더 쉬워진 것이다. 윤형빈은 “이번 행사를 통해 코미디가 매우 넓은 장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며 “더불어 ‘웃찾사’ 부활의 초석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올해로 6회를 맞은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을 이끌고 있는 김준호 집행위원장. [연합뉴스]

올해로 6회를 맞은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을 이끌고 있는 김준호 집행위원장. [연합뉴스]

아시아 최초 코미디 페스티벌로 시작해 올해로 6회째인 부코페의 집행위원장 김준호는 더욱 포부가 다부지다. “에든버러, 멜버른, 몬트리올 등 해외 유명 코미디페스티벌도 거점 중심으로 열린다”며 “부산 센텀시티를 중심으로 열리는 부코페는 올해 더 많은 관객들과 만나기 위해 야외 공연 비중을 높였다. 거리 곳곳에서 개그맨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 24일 개막식에는 송은이ㆍ신봉선ㆍ 김영희ㆍ김신영ㆍ안영미로 구성된 셀럽파이브가 축하공연을 갖는다.

10개국 40개팀이 참가, 115회에 이르는 공연 프로그램도 화려하다. 어린이 공연 ‘쪼아맨과 멜롱이’부터 임하룡의 디너쇼 ‘쑥스럽구먼’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즐기도록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프랑스·이탈리아 콤비의 버블 서커스 ‘마법의 숨결’, 뉴질랜드 듀오의 슬랩스틱 코미디 ‘디퍼런트 파티’ 등 해외 공연도 눈에 띈다. 김준호는 “이번 홍대 코미디위크에서 호평 받은 공연을 부산으로 가져와 열기도 하고, 해외 페스티벌에서 선보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다양한 아이디어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의 미녀 응원단으로 나선 김지민과 오나미. [연합뉴스]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의 미녀 응원단으로 나선 김지민과 오나미. [연합뉴스]

유튜브에서 ‘얼간 김준호’ 를 운영하는 그는 선순환 구조를 강조했다. “저 역시 구독자 41만명의 유튜버다. 직접 해 보니 자기계발이 되고 팬덤이 형성되는 장점이 있다”며 “유튜브를 본 팬들이 공연장을 찾는 경우도 많은데 개그맨들이 공연 표를 팔아서 돈을 벌고, 다시 그를 통해 코미디를 재생산하는 구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에딘버러 등 해외 유명 페스티벌에 초청받았던 넌버벌 퍼포먼스팀 옹알스의 조준우는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부코페에 해외에서도 관심이 많다”며 “참가비를 내고 참여할 수 있도록 더 많은 팀에 기회를 열어주면 규모 자체가 커질뿐더러 공연을 사러 오는 시장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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