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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물보다 10배 짠 염전에서 생존하는 편모충 신종 발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충남 태안 염전에서 발견된 호염성 편모충류의 주사전자현미경(SEM) 사진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충남 태안 염전에서 발견된 호염성 편모충류의 주사전자현미경(SEM) 사진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염도가 바닷물의 10배나 되는 서해 염전의 짠물에서 희귀 편모충류가 발견됐다.
세계에서 처음 보고된 신종이다.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은 지난해 9월부터 경북대 지구시스템과학부 박종수 교수팀과 공동으로 수행한 연구 과정에서 충남 태안지역 염전에 서식하는 편모충류 신종을 발견했다고 9일 밝혔다.

국립생물자원관 연구팀이 편모충을 찾아낸 충남 태안의 염전. 염도가 일반 바닷물의 10배 수준인 34.2%였다.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국립생물자원관 연구팀이 편모충을 찾아낸 충남 태안의 염전. 염도가 일반 바닷물의 10배 수준인 34.2%였다.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이 연구 성과는 지난달 국제학술지인 '진핵 미생물학회지(Journal of Eukaryotic Microbiology)'에 관련 논문으로 게재됐다.

오렘 하이퍼살리나(Aurem hypersalina)로 이름 지어진 이 편모충은 타원형 형태로 두 개의 편모를 가지고 있다.
몸길이는 7.9㎛(마이크로미터, 1㎛=1000분의 1㎜), 폭은 5.1㎛다.
두 개의 편모의 길이는 서로 다르며, 몸길이의 1.8~2.1배 정도였다.

경북대 박종수 교수와 국립생물자원관 공동 연구팀이 찾아낸 호염성 편모충류 '오렘 하이퍼살리나'의 주사 전자현미경 사진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경북대 박종수 교수와 국립생물자원관 공동 연구팀이 찾아낸 호염성 편모충류 '오렘 하이퍼살리나'의 주사 전자현미경 사진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특히, 이 편모충은 염도가 일반 바닷물보다 10배 높은 34.2% 수준을 보였던 충남 태안의 의성염전에서 발견됐다.
이 호염성(好鹽性) 편모충이 가장 잘 자라는 염도는 15%였다.
이 편모충은 45도의 고온에서도 자랄 수 있는 호열성(好熱性) 진핵미생물의 특성도 갖고 있었다.

국립생물자원관 미생물자원과 유영현 연구사는 "염도가 높은 염전에서 세균 같은 원핵생물은 제법 발견되지만, 진핵생물이 발견되는 것은 극히 드물다"며 "진핵생물이 특수한 환경에 적응하고, 거기에 맞게 진화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진화 연구에 활용 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진핵생물은 세포 내에 막으로 둘러싸인 핵이 존재하는 식물·동물 등을 말하고, 원핵생물은 세포 내 핵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 세균을 말한다.

유 연구사는 "호염성 편모충류의 경우 피부 보호에 탁월한 엑토인(ectoine) 함량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번에 발견된 신종에서도 이 물질이 확인되면 국내외 특허 신청과 함께 대량 생산 체계를 구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엑토인은 피부 보호와 주름 방지, 가려움 방지 등에 탁월한 효과를 가진 물질이다.

한편, 공동연구팀은 제주도 성산읍 오소리 습지와 송천·효돈천·혼인지 등에서 아메바류 신종 4종도 발굴했다.
이들 아메바 신종 4종에 대해서도 해외 전문학술지에 관련 논문을 발표해 공식 인정받을 계획이다.

제주도 아메바

제주도 아메바
제주도 아메바
제주도 아메바

편모충류나 아메바는 원생동물로 분류되는데, 전 세계에는 21만 종의 원생동물이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생동물은 광합성을 하지 않는 단세포 진핵생물로, 광학현미경으로 관찰이 가능하다.

국립생물자원관 서민환 생물자원연구부장은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연구가 활발하지 않았던 원생동물을 발굴, 생물 다양성 가치를 높이고, 한국의 생물 주권을 지키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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