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00kg 아빠, 아들 웃는 모습 보려 뛰고 또 뛰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더,오래] 인생환승샷(53) 그는 아버지입니다, 김여은

인생에서 누구나 한번은 환승해야 할 때와 마주하게 됩니다. 언젠가는 직장이나 일터에서 퇴직해야 하죠. 나이와 상관없이 젊어서도 새로운 일, 새로운 세계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한번 실패한 뒤 다시 환승역으로 돌아올 수도 있겠지요. 인생 환승을 통해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생생한 경험을 함께 나눕니다. <편집자>

100kg이 넘던 시절 은총이와 마라톤을 시작했던 때. 한 걸음 한 걸음 포기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사진 김여은]

100kg이 넘던 시절 은총이와 마라톤을 시작했던 때. 한 걸음 한 걸음 포기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사진 김여은]

그의 삶은 아버지가 되기 전 모습과 아버지가 된 이후의 모습으로 나누어집니다. 희귀병을 포함한 6개의 난치병을 갖고 태어난 아들 은총이. 남부럽지 않은 직장에 다니며 부유하진 않지만, 행복하게 살던 남자는 아들 은총이를 낳고 많이 변했습니다.

언제 끝날지 모를 병원생활로 인해서 신용불량자가 되고 직장도 잃게 되고 그 어떤 희망의 끈조차 보이지 않는 병원생활로 하루하루 지쳐만 갔습니다. 유명한 의사들조차도 포기했던 아들을 보며 그 역시 인생을 포기했습니다. 아내와 아들에게 남겨줄 것은 보험료뿐이라 생각하며 자살도 생각해보고 혼자 이민 갈 생각도 했답니다. 참 비겁한 아빠였습니다.

은총이는 뇌수술을 받게 되고 기적적으로 7살 때 걷게 되었습니다. 남들과 다른 외모의 은총이와 외출할 때면 사람들의 손가락질에 아빠는 아주 힘들어합니다. 아프게 낳아준 아들에게 미안하고 해줄 것이 없어 미안해하는 아빠. 아프다는 이유로 사람들에게 손가락질받는 아들을 세상 최고의 빛으로 만들어 주고 싶어했습니다.

우연히 유모차에 은총이를 태우고 달려보니 은총이가 너무 해맑게 좋아합니다. 아빠는 100킬로가 넘는 몸으로 뛰기 시작합니다. 오직 아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려고 뜁니다. 비겁하기만 했던 아빠는 지난날을 생각하며 미안한 마음에 달리고 또 달립니다.

은총이와 처음 철인 3종 경기에 도전했던 날. 희귀난치병 아이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메이크어위시 재단에서 작은 이벤트 형식의 대회를 만들어 줘서 은총이가 1등, 아빠가 2등을 했다. [사진 김여은]

은총이와 처음 철인 3종 경기에 도전했던 날. 희귀난치병 아이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메이크어위시 재단에서 작은 이벤트 형식의 대회를 만들어 줘서 은총이가 1등, 아빠가 2등을 했다. [사진 김여은]

아빠는 꿈이 생겼습니다. 우리 은총이가 아프게 태어났지만, 누군가에게 희망을 주는 사람이 되길 바라며 철인3종경기에 은총이와 함께 도전하게 됩니다. 2010년에 시작했던 철인3종경기 지금까지 25번 은총이랑 함께 했습니다. 마라톤을 포함하면 은총이랑 아빠는 100번에 가까운 경기를 함께 했습니다.

은총이는 뇌 병변 1급 장애를 가졌지만, 아빠와 함께하면 언제나 1등으로 완주를 합니다. 비록 몸은 불편하지만 은총이와 아빠는 한팀이 되어 지쳐있는 누군가에게 희망을 주려고 오늘도 달립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